2009년 부동산 냉각조치 이후 처음 완화
(사진=scmp)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가운데 홍콩 통화 당국이 상업 부동산을 더욱 쉽게 매입할 수 있도록 10여 년 만에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과열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2009년부터 도입된 냉각조치 이후 처음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홍콩 중앙은행인 통화국(HKMA)이 상업 부동산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oan-to-value ratio, LTV)을 기존 40%에서 50%로 확대했다. 8월 20일 이후부터 서명한 부동산 매매 가계약서에 대해서 즉시 적용했다. 이번 완화 조치는 주거용 부동산을 제외한 사무실, 상업 공장, 소매 점포, 독립형 주차장 등 상업 부동산에만 적용된다.
에디 웨(Eddie Yue) 통화국 국장은 19일(수)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코비드19 팬데믹과 지리정치적 갈등 고조 속에서 홍콩 기업 신뢰가 크게 영향받고 있다. 그러면서 상업 부동산 시장이 홍콩 경기 침체로 가격 조정이 가장 많이 발생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서 위엔(Arthur Yuen) 통화국 부국장은 민간 소비 지출과 투자 소비가 모두 급감하면서 상업 부동산에 대한 담보 대출 정책을 조정할 때라고 설명했다.
HKMA에 따르면, 상업 부동산 가격은 시장이 호황이었던 2019년 5월 ~ 2020년 6월 때보다 가격이 10~15% 하락했다. 반면 주택 부동산은 같은 기간 약 2.7% 하락해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번 HKMA의 담보인정비율 확대 조치는 통화 당국이 지난 2009년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를 시작했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완화한 것이다. 2013년에는 부동산 과열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상업 부동산에 대한 담보인정대출을 40%로 축소했다. 당시 HKMA는 부동산 자산 가격 거품이 현지 은행 시스템 안정성에 큰 위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홍콩 최대 담보 대출 기관인 HSBC와 중국은행(홍콩)은 이번 HKMA의 조치에 대하여 시의적절한 조치로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HSBC 대변인은 상업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한 이번 HKMA의 조치에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며 “지속해서 유관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은행(홍콩)은 담보인정비율 인상으로 기업 신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드랜드 리얼티(Midland Realty)의 에릭 엉(Eric Ong) 상업 부동산 책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대부분 비즈니스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비즈니스 심리가 매우 악화된 상태다. 이번 달만해도 사무실 매물 거래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2003년 사스 이후 최악이다”고 말했다.
센타라인 모기지 브로커(Centaline Mortgage Broker)의 이브 웡(Ivy Wong) 상무는 “거리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 정도로 이번 코비드19 유행으로 소매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번 HKMA의 담보인정비율 확대 조치에도 소매 점포 부동산 시장은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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