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희주가 전하는 이야기>
한인 2세 정희주 씨가 한국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상에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는 꿈이 있기에 힘든 길을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오랜 만에 정희주씨가 고향 밴쿠버를 찾았습니다. 오는 27일 포트무디에 있는 인렛 시어터 (Inlet Theatre)에서 교민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그녀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일까. 정희주씨가 전하는 노래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정희주(사진 우측 2번째)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
<1장> 아기 호랑이의 노래
한국은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당시 청춘을 보낸 기성 세대에게도 현재의 10대 청소년 모두에게도 이 드라마가 폭넓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그 시절만의 특유의 ‘사람 냄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드라마의 유일한 꼬마숙녀 ‘진주’와 연배가 비슷한 저의 어린 시절은 ‘노래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네 살 되던 해에 있었던 외할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시골에서 전세 버스로 올라오신 수 많은 할머님, 할아버님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요리조리 눈치를 보다 결국은 흥겨운 가락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했고, 이내 마이크를 쥐어 주자 신명나게 ‘신사동 그 사람’과 ‘담다디’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몹시 당황스러워 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식사도 거른 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늦여름 날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잔치가 끝날 때까지 프로정신(?)을 발휘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그 날 처음으로 기분 좋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고 합니다.
현장이 생생히 담긴 녹화 비디오 테이프가 있어서 저도 직접 봤지만 볼 때마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스스로 기억하고 있는 아주 강력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신생아였던 동생을 맡기고 부모님이 저만 데리고 여의도 63빌딩에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5살 평생 최고의 순간이자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 그 곳은 바로 ‘노래방’이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분명 저와 부모님, 우리 세명이 자리 잡은 조그마한 방과 어두운 조명, 가사가 나오는 4개의 TV가 정사각형으로 블록처럼 맞춰져 있었던 그 장면 만큼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동물원, 놀이공원보다도 부모님이 노래방에 데려가 주시는 것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을 단위로 채워주지만 그 당시 노래방은 ‘25곡에 만원’ 같은 방식으로 운영이 됐기에 요즘 노래방에서의 필수 버튼 ‘간주점프’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몇 천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줘서 여름 피서 길에서 저의 ‘노래방 리사이틀’이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은 국민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은 초등학교를 다닌 저는 6년 동안 세 번의 전학을 거쳤지만 곧 ‘노래하는 아이’로 그 때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의 반내 학예회를 거쳐 중학교에 진학해 교내 축제로 스케일이 커지면서 노래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커져 갔습니다. 전화 오디션 등을 계속 도전 중이었고, 본격적으로 가수가 되기 위해 뭔가를 추진해 보려던 그 때, 제 인생에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에필로그>
한 곡이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컵을 수상하던 가요톱텐, 그리고 한 곡이 그렇게나 오래 사랑을 받는 것이 가능했던 그 때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빨라진 지금은 그래서 너무나 빨리 잊혀지기도 합니다. 과거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에 산다고 하죠. 여러분이 보낸 오늘 하루도 잔잔한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이번주, 금요일 (2부)
알림 : 정희주의 밴쿠버 공연
일시 : 2월 27일(토) 오후7시
장소 : 포트무디 인렛시어터 (Inlet Theatre)
100 Newport Dr, Port Moody, BC V3H 5C3
티켓구입 : 중앙일보 홈페이지 티켓몰 / ticket.zz.am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