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보다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 모색 필요
고용주가 코비드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행위는 차별법에 위반될 수 있다.
리키 추(Ricky Chu) 평등기회위원회(Equal Opportunities Commission) 위원장은 “백신 접종을 거부한 근로자에게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장애인차별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팬데믹 확산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내에서 다르게 대우를 받는 것은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선을 넘어설 경우, 설령 정부의 계획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차별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주들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하지 않아야 하며, 해당 직원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업무로 재배치를 하는 등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국은 지난 12일(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거쳐 완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백신 버블’로, 요식업 근로자 및 손님들이 모두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 인원 수 및 영업 시간 제한을 풀어주는 등의 내용이다. 모든 직원 및 손님들이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 최대 12명까지 단체로 식당 내에서 식사할 수 있으며, 운영 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할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 및 바는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받은 고객들을 위한 ‘클린존(clean zone)’을 설치해야 한다. 빠르면 다가오는 29일부터 1단계 완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백신 버블’ 정책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홍콩직공회연맹(HKCTU)는 정부 발표 이후 관련 규정에 대한 근로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연맹은 “정부 발표 직후 20건 이상의 문의를 받았으며 대부분은 고용주가 백신 접종 요구를 거부해도 되는지, 그리고 거부했을 때의 법적 보호가 있는지에 관한 문의였다. 일부 고용주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 또는 무급 휴가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멍 시우탓(Mung Siu-tat) 홍콩직공회연맹 대표는 “많은 근로자들은 정부의 ‘백신 버블’ 정책에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근로자들의 직업 안전성을 이용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할 권리가 없으며 강요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후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에는 고용주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키 추 위원장은 “백신 접종을 통한 차별 처우는 다른 유형의 차별만큼이나 해롭다. 어떠한 유형의 불평등 또는 차별 행위는 위험하다는 것을 분명히 강조하며, 팬데믹을 극복하고 회복해야 할 홍콩 사회를 분열시키고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6일(금) 정부와 요식업 산업이 팬데믹 대책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먼 웡(Simon Wong) 홍콩 요식업 및 연관 무역 협회장은 “백신 접종이 부적합하다고 간주되는 근로자들에게 자진 신고서를 작성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신고서는 근로자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는 이유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부분은 의료적 사유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개인적 선호에 따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고서와 함께 의료적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신고서를 작성한 직원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대신 여전히 14일마다 정기적으로 코비드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셉 창(Joseph Tasng) 전염병 전문가는 신고서와 함께 의료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의료적 증빙자료가 부재한다면 많은 논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회서비스 업체 ‘U Banquet Group’은 전 직원에게 4월 26일까지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근로자는 해고될 것이라고 사내 공문을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청 카호(Cheung Ka-ho) 대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고객들을 대면하지 않는 다른 업무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정정했다고 밝히며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접종자에게 1천 홍콩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회사는 근로자와 고객들의 안전을 최원하며 이미 약 90%의 직원들이 백신을 맞았거나 접종 예약을 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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