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임대 위기'라는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관련 정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NSW 주 의회 문서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주 의회 의원들이 최소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주 의회 문서... 60% 이상 의원들, 2021-22년도 투자 부동산 통한 임대소득 신고
치솟은 주택가격 및 임대료로 인해 주거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작 관련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임대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이 NSW 주 의회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NSW 주 의회 의원의 절반 이상이 최소 2채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12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6채 이상의 주택을 갖고 있는 의원도 6명에 달한다. 또한 이들 중 60% 이상이 지난 회계연도(2021-22년) 투자 부동산에 대한 임대소득을 신고했다.
호주 통계청(ABS) 수치를 통해 비교하면, 이 수치는 호주 가구의 약 5분의 1 또는 21%가 본인 거주 주택 외 다른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한 일반 인구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의원들의 부동산 소유 또는 지분은 지난 회계연도 연간 공시대장에 자신 신고된 것이다.
현직 의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는 ‘Shooters, Fishers and Farmers’ 당 소속으로, NSW 북서부 내륙 바원 지역구(Electoral district of Barwon)의 로이 버틀러(Roy Butler) 상원의원이다. 그가 소유한 주택은 12채로, 대부분 NSW 주에 있으며 두 채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에 있는 부동산이다.
국민당 부대표이자 자유-국민 연립 정부에서 여성부 및 지방지역 보건-정신건강부 장관으로 재임 중인 브론윈 테일러(Bronwyn Taylor) 의원은 11채의 소유 부동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9채는 남편 명의의 신탁이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농장이라고 밝혔다.
시드니 동부 버클루즈 지역구(Electoral district of Vaucluse)의 가브리엘 업튼(Gabrielle Upton. 자유당) 의원과 카슬힐 지역구(Electoral district of Castle Hill)의 레이 윌리엄스(Ray Williams. 자유당) 의원은 각 6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윌리엄스 의원은 보고 기간 중 1채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튼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해 열심히 일하는데, 내 상황도 그렇게 온 것 같다”며 “나는 그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NSW 주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이는 로이 버틀러(Roy Butler, Shooters-Fishers-Farmers Party. 사진) 상원의원으로, 그가 보유한 부동산은 12채에 달한다. 사진 : roybutler.com.au
‘도메인’ 데이터에 따르면 광역시드니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주택 임대료는 14%라는 기록적인 상승폭을 기록, ‘임대료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드니뿐 아니라 다른 주(State)에서도 팬데믹 기간 중의 ‘tree change’ 추세 속에서 10.6%가 올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NSW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각 지역민을 대표하는 이들(의원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소득자들을 부동산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시스템의 징후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보 성향의 독립 정책 싱크탱크 ‘Australian Institute’ 대표인 리차드 데니스(Richard Denniss) 박사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의회는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면서 “이 수치는 NSW 주 의회 의원들이 임대를 통해 추가 소득을 얻고자 여러 부동산을 소유할 가능성이 훨씬 높으며, 임대주택에 거주할 가능성은 훨씬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부동산 소유에 대한 인센티브와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바로 그 정치인들이 정한다는 게 문제”라며 “그들은 결코 세입자나 첫 주택구입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니스 박사는 “호주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을 임대한 세입자 대상의 보호는 다른 국가에 비해 특히 약하며 NSW 주를 포함한 많은 주에서 임대인은 아무 이유 없이 임차인을 퇴거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임차인이 부동산 임대료 인상으로부터의 보호와 같은 여러 권리에서의 혜택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독립 싱크탱크 ‘Per Capita’의 엠마 도슨(Emma Dawson) 대표는 “고소득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금을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녀는 “우리가 인센티브와 세금 감면을 설정한 방식으로 일정 금액의 수익을 올리면 이를 투자할 합리적인 대상은 부동산”이라며 “우리는 세금과 규제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집 주인’이 되도록 장려해 왔는데, 문제는 그 시장과 이미 설정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슨 대표는 “(나는) 정치인이 개인의 잉여 자산을 투자하는 합리적인 행동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러나 사실은 그들이 처음부터 불평등한 접근을 만드는 규칙을 관장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호주)는 부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지 않고 또한 부를 적절하게 분배하지도 않는다”는 도슨 대표는 “이것(부)을 활용할 가장 논리적인 정소는 부동산 시장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든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광역시드니는 물론 지방 지역 대부분은 만성적인 임대주택 부족에 직면한 상태이다. 사진은 임대를 알리는 시드니의 한 주택. 사진 : ABC 방송 뉴스 프로그램 화면 캡쳐
한편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근거 없이 임차인 퇴거를 막고자 하는 내용의 법안을 NSW 주 의회에 상정한 녹색당 제니 레옹(Jenny Leong) 의원은 의회 동료들에게 이 법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레옹 의원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임대주택에서 퇴거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면서 “현 연립 정부는 임대인(주택 소유자)보다 임차인(세입자)의 안전 및 이익을 우선시 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레옹 의원은 “정치인들의 부동산 보유 수치는 NSW 주 의회와 의사 결정권자들이, 생활비 상승과 높아진 임대료 지불을 해 고군분투하는 보통 사람들의 상황에서 얼마나 비껴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3채 이상 부동산을 소유한 NSW 주 의원
(MP : 소유 주택 수)
Roy Butler : 12
Bronnie Taylor : 11
Helen Dalton : 8
Joe McGirr : 7
Anthony John Sidoti : 7
Gabrielle Upton : 6
Ray Williams* : 6
Rod Roberts : 5
Paul Toole : 5
Aileen MacDonald : 4
Clayton Gordon Barr : 4
Alex Greenwich : 4
Dr Geoffrey Lee : 4
Marjorie O'Neill : 4
Nichole Overall : 4
Ryan Park : 4
Liesl Tesch* : 4
Susan Higginson : 3
Catherine Cusack : 3
Scott Farlow : 3
* 표시는 신고기간 중 1채의 주택을 판매했음을 나타냄.
Source: NSW Parliament Register of Disclosure 2021-2022 financial year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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