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여행 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또한 이전에 비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새로운 항공사들이 속속 문을 열고 여행자들을 전 세계 곳곳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여기에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스마트폰의 출현은 여행의 편의와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전염병 사태로 ‘일시중지’ 상태였던 여행이 다시 시작되는 가운데, 세계적 공공보건 비상사태가 향후 여행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진 : Pixabay / iamangela9
저렴하고 손쉬운 해외여행의 황금기, 전염병 사태 이후에도 다시 올까...
현재 20대 중반 이후의 세대들은 여행의 황금기를 살아왔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불시에 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계획을 온전히 무너뜨리기 전까지, 여행의 신들은 모든 이들에게 미소를 보냈었다.
전 세계 항공여행이 붐을 이룬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지난 20년 사이 여행은 이전에 비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새로운 항공사들이 속속 문을 열고 여행자들을 전 세계 곳곳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여기에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이는 여행자들에게 ‘카우치 서핑’(couchsurfing. 여행 중에 무료로 누군가의 집을 숙소로 이용하는 것)과 에어비앤비(Airbnb)를 검색하게 만들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여행 방식을 변화시켰다.
COVID-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2000년대 들어 우리가 즐겼던 여행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 호주 취항 항공사 증가= 비엔나(Vienna)를 방문하려면 영국 또는 유럽의 다른 국가를 거쳐야 했지만 2000년대 들어 호주인들은 오스트리아 국적 항공기 라우다 에어(Lauda Air)을 이용해 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2001년까지 서비스를 제공한 프랑스의 ‘OAM French Airlines’로 파리(Paris)를 직접 갈 수 있었고 ‘Alitalia’로 이탈리아를, ‘KLM’으로 암스테르담을, ‘Olympic Air’로 그리스를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해 호주를 정기 운항하는 항공사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COVID-19 전염병 사태가 진행 중인 현재, 호주를 정기 운항하는 유럽 항공사는 영국 국적의 ‘British Airways’가 유일하다.
지난 20년 사이 호주를 취항하는 유럽 항공사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2000년 이전까지 호주와 중국간 직항 항공사는 없었지만 시드니 올림픽 이후 중국인의 호주 여행이 증가하면서 2019년까지 중국에서 호주를 취항하는 항공사는 7개로 늘어났고 중국 전역 20개 도시로의 직항 서비스를 제공했다. 호주인들은 중국 항공사를 이용해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를 방문하거나 유럽으로 가는 경유지로 이용하면서, 짧은 중국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호주 배낭 여행자들의 발길은 미국이나 유럽 위주에서 벗어나 전 세계 곳곳으로 확대됐다. 사진 : Pixabay / ssrmarketing
호주를 취항하는 항공사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해외여행이 보다 편리해 짐은 물론 호주인들은 이들 항공사의 경쟁 덕에 보다 저렴한 항공여행을 즐겼다. 호주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공료는 사실 2000년대 들어 더 저렴해졌다. 2019년의 경우 여름 성수기라도 사전 예약을 하는 경우 1,500달러(호주 달러) 선에서 유럽 왕복항공권 구입이 가능했다. 2000년 유럽 왕복 항공권 구입 비용과 비교하면 약 350달러 적은 비용이다.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Melbourne) 이외 도시들, 브리즈번(Brisbane)과 애들레이드(Adelaide) 공항에서의 해외 취항 항공편도 보다 많아졌다. 연방 수도이기는 하지만 인구 30만에 불과한 캔버라(Canberra)에도 ‘Singapore Airlines’과 ‘Qatar Airways’가 취항을 시작했다.
▲ 호주 여행자들의 목적지, 크게 확대= 미국이나 유럽 위주였던 호주인들의 해외 목적지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곳곳으로 확대됐다. 물론 이전에도 호주 여행자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는 했지만 2000년대 들어 보다 많은 이들이 덜 알려진 지역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들어 캄보디아가 해외여행자 유치에 적극 나서기 시작하면서 호주인들이 세계 최대 문화유산 중 하나인 앙코로와트(Angkor Wat)를 찾기 시작했으며, COVID-19 사태 이전까지도 이곳의 장엄한 일몰 풍경은 호주 여행자들의 SNS를 장식하곤 했다. 지난 20년 사이 호주인의 방문이 급증한 국가 중 하나로 마지막 공산주의 공룡인 쿠바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가, 현지인들과 함께 밤새 살사 댄스를 즐길 수 있는 곳, 헤밍웨이(Hemingway)의 흔적이 있는 아바나(Ciudad de la Habana)의 바(bar), 여행자를 매혹시키는 화려한 도색의 50년대 빈티지 자동차는 각국 여행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몇 편의 크루즈가 여행지로써 대중적이지 않았던 얼음 왕국 남극(Antarctica)으로 여행자들을 데려갔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전통적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오만(Oman)은 오랜 기간 고립 상태를 유지하다 근래 관광객 유치에 나섰고, 사막의 산과 요새들(forts), 대추야자 오아시스, 독특한 기념품 상점들, 향나무(종교의식에 사용하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허리에 차는 필수 아이템인 단검 등의 사진이 우편엽서를 통해 알려지면서 호주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호주인들의 해외 목적지 리스트에는 북국과 가까운 아이슬란드(Iceland) 및 페로 제도(Faroe Islands. 대서양 북부, 아이슬란드와 셰틀랜드 제도 중간에 있는 덴마크령 섬들)가 오르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모로코, 남아시아의 인도 또한 호주 배낭여행자들의 방문지로 상위에 올랐다. 다만 한때 발길이 늘었던 아랍 세계의 보석 시리아는 여행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우리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으며 특히 여행 측면에서 한결 편리하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스마트폰으로 각 여행지를 검색하여 관련 정보를 얻으며 즉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하거나 공유 자동차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또한 즉석에서 촬영한 사진을 개인 SNS에 빠르게 업로드하기도 한다. 사진 : Pixabay / pasja1000
▲ 저비용의 여행자 숙소 등장=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해당 지역의 호텔,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또는 B&B(Bes and Breakfast) 등이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두 룸메이트가 임대료를 벌고자 자기네 아파트의 빈 공간을 대여해 주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면서 지금은 엄청나게 성장한 ‘Airbnb’가 탄생했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여행자가 많아졌던 시기로, 이런 공유 숙소는 저렴한 비용을 들여 여행을 하려는 젊은 배낭 여행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지 12년째가 되는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10만 개 이상의 도시에 있는 주거지가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숙소를 대여하고 있으며, 2019년 말 당시 200만 명 이상의 여행자가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에서 숙박을 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2019년까지, 각국 여행자들이 전 세계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에 머문 일(one night) 수는 2억 일에 가까웠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여행자 숙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공유차량인 ‘Uber’, ‘Ola’, ‘Lyft’ 및 이외 승용차 공유 서비스는 여행자들에게 더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어주었고 각국 택시 서비스 산업을 약화시켰다.
▲ DIY 여행=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여행 부문의 또 하나의 현상은 ‘DIY 여행’이다. 여행업에도 ‘Do It Yourself’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 촉발한 것은 인터넷의 대중화였다. 초기, ‘lastminute.com’, ‘Travelocity’, ‘Farechase’ 등의 여행 관련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그 기세는 크지 않았다.
전 세계 최대 여행정보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는 온라인 기반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DIY 여행’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익스피디아’(expedia.com)도 생겨났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 소프트(Microsoft) 사의 한 부서로 출발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와 함께 e-travel의 길을 닦았다.
아울러 전 세계 각 항공사의 항공료를 비교할 수 있는 ‘Skyscanner’, ‘Momondo’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회사 또는 사이트)는 없었다. 항공권, 호텔, 크루즈 또는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고 싶다면 전화로 또는 직접 여행사를 방문해 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하지만 여행정보 사이트는 물론 ‘애그리게이터’가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이제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면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보고, 목적지의 호텔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또는 공유 숙박을 찾아 곧바로 예약할 수 있다. 온라인 시대는 이처럼 ‘DIY 여행’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2000년 이후 여행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라 할 만하다.
▲ 스마트폰, 편리하고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주다= 지난 2000년, 전 세계 최고 인기의 휴대전화기는 핀란드(Finland) 회사 노키아(Nokia) 사의 ‘Nokia 3310’이었다. 당시 이 전화기는 계산기에 스톱워치 기능이 내재되어 있었고 4개의 게임, 35개의 벨소리, 459개 글자의 긴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채트(chat) 기능이 제공됐다.
에어비앤비(Airbnb)는 공유경제라는 개념 하에 시작된 여행자 숙박의 한 방법으로,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여행을 가능케 했다. 사진 : Youtube
유럽에서 서비스 하는 이동통신 기술방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은 그 당시에 있었다. 1993년 호주 통신사 텔스트라(Telstra)는 유럽 18개 국가에서 사용하는 GSM MoU 32 네트워크에 비유럽 국가로는 처음 서명했고, 이로써 휴대전화를 이용해 해외에서 호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우리 삶의 다양한 부문에 편의성을 제공하는 앱(App)은 상상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2008년 애플 사의 아이폰이 출시되고 점차 각 부문의 앱이 개발되면서 스마트폰은 우리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여행 측면에서도 한결 편리하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스마트폰으로 가고자 하는 장소를 검색하고 관련 정보를 얻으며 즉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하거나 공유 자동차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목적지의 일기예보 확인, 여행 경비가 추가로 필요할 경우 숙소에 앉아 개인 계좌의 자금을 신용카드로 옮겨놓을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여행지 현장의 모습을 촬영, 즉시 SNS에 올리거나 동영상을 게시하기도 한다. 손바닥 크기의 이 마법과도 같은 스마트폰은 이제 여행에서도 필수품이 됐다.
▲ 높아진 호주 달러 가치= 환율은 경제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2000년 당시와 2019년을 비교하면 호주 달러 가치는 확연하게 높아졌다. 2019년, 미화 1달러를 사려면 호주화 1.49달러가 소요됐다. 지난 200년에서 2019년 사이 미화로 바꾸는데 필요한 호주화는 1.51달러에서 1.78달러 사이였다.
게다가 영국 방문이 잦은 호주 여행자들에게 유리했던 것은 파운드 화에 대한 호주화의 강세였다. 2000년 1파운드를 사려면 호주화 2.45달러에서 2.80달러를 지불해야 했지만 2019년에는 평균 1.80달러였다.
▲ 여행의 황금기, 다시 올까...= COVID-19 사태는 여러 부문에 타격을 주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여행의 자유를 막아버렸다. 이번 전염병 사태가 향후 우리의 여행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인지, 아니면 ‘일시중지’ 모드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여행의 미래에 커다란 물음표가 걸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용어처럼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의 기반이 ‘이동성’에 있음을 감안하면 항공운송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며 여행(비즈니스이든 휴가 목적이든) 또한 다시금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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