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광산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엘리 란다조(Ellie Randazzo. 사진)씨. 그녀는 만성통증에 시달리지만 높은 생활비 부담으로 일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노동경제 학자는 압박을 받는 우리 경제에 건강한 노동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임시직, 긱 이코노미 등 '불안정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례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Ellie Randazzo씨가 ABC 방송에 제공한 것을 발췌했음.
호주 노동조합협의회 조사... 계약직-파트타임 직종, 부상 상태에도 ‘휴직 불가’ 호소
한 광산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엘리 란다조(Ellie Randazzo, 23)씨는 만성통증을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신경 손상을 입었다. 그녀는 “매일 구토가 심하고, 직장에서의 업무 중에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일을 쉬고 몸을 돌보아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도
일을 쉴 수 없는 이유는
매주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몸이 아프거나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일을 쉴 수 없는 상황, 또는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것은 매우 암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호주 노동조합협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ACTU)가 각 부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불안정 직종’에 있는 수천 명의 근로자들이 부상 또는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매일 일을 하고 있다.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긱 경제’(gig-economy) 등 불안정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7%가 부상 상태에서도 일을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경제학자 레오노라 라이제(Leonora Risse) 박사는 “이는 매우 우려되는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라이제 박사는 “우리의 노동시장에는 언제나 불안정 상태의 근로자가 있어 왔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 “고용주는 (회사 운영을 위해) 직원을 필요로 하지만 그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괜찮은 날이 거의 없다”
란다조씨는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부추기며 아픈 상태에서도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이 시작된 이후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을 것”이라는 그녀는 “현재 전기사용료를 비롯해 모든 공과금 납부가 연체된 상태여서 정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병가(sick leave)를 얻을 수 있지만 몸 상태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 동안 휴직을 하게 되면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돼 회사를 쉴 수도 없는 처지이다.
“우리 경제에는
건강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라이제 박사는 “특히 우리 경제가 압박을 받는 지금, 각 산업계는 완벽하게 적합한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이는(부상 상태에서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 근로자들이 가진 잠재적 생산성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상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엘리 란다조씨는 자신의 건강이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생활비 압박이 커지고 새로운 COVID 감염 파동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불완전 직업’ 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라이제 박사는 몸이 아픈 경우에도 재정상의 문제로 인해 근로자들이 노동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