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내륙, 홀스 크릭(Halls Creek, Kimberley region)에서 남쪽 윌루나(Wiluna, Mid-West region)까지, 남북으로 1,900km에 걸쳐 이어진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축 농장길로 알려져 있다. 이 트랙이 팬데믹 사태에서 폐쇄됐다가 지난 6월 15일부로 재개되면서 아웃백 여행자들로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Global Gypsies 제공
팬데믹 이후 2년간 여행 중단... 트랙관리 기구 ‘Kuju Wangka’, 허가증 발급 개시
Halls Creek에서 Wiluna까지, 한때 목장의 가축을 몰고 가던 1,900km 길이의 트랙
서부호주 킴벌리 지역(Kimberley region, Western Australia), 동부 내륙에 자리한 홀스 크릭(Halls Creek)에서 미드-웨스트 지역의 윌루나(Wiluna, Mid-West region)까지, 남북으로 이어진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 CSR)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축 농장길로 알려져 있다.
길이만 1천900킬로미터에 달하는 WA의 내륙 도로로, 그 긴 트랙 상에 급유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식수도 없을뿐더러 식사를 제공하는 그 어떤 시설(road house)도 없는 황량한 루트였으며, 때문에 이 코스를 여행하려면 상당한 분량의 페트롤(petrol)은 물론 식수와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1906년 WA 주 정부 조사관 알프레드 캐닝(Alfred Wernam Canning)씨가 목축농장 개발을 위해 이 지역을 탐험하면서 식수를 발견했으며, 이곳을 도보로 여행했던 이들도 식수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지난 2019년, 울룰루(Uluru)에서 WA 제럴턴(Geraldton)까지, 6마리의 낙타와 함께 횡단 여행에 나선 존 엘리엇(John Elliott)씨의 낙타들. 그는 “이 루트 상에서 만난 ‘쿠푸핀틸 호수’(Kumpupintil Lake)는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 John Elliott 제공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 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존 엘리엇(John Elliott)씨의 낙타들. 그는 이 루트 개장 덕분에 ‘Well 33’ 지점에서 남쪽 윌루나(Wiluna)를 거쳐 제럴턴(Geraldton)으로 향했다. 사진 : John Elliott 제공
탐험 이후 목축업자들이 가축을 끌고 이동했던 이 트랙은 이후 내륙 오지의 황량한 풍경을 즐기려는 모험 여행자들을 끌어들였으며, 이들 사이에서 가장 험난한 4WD 트랙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아울러 주요 지점에 우물이 개발되었으며, 여행자를 위한 일부 편의시설도 만들어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출입이 막혔던 이 트랙 여행이 다시 재개됐다. 현재 CSR 루트 상의 지역은 ‘츠라발란’(Tjurabalan), 은구라라(Ngurrara), 마르투(Martu), 비릴리부루(Birriliburu), 윌루나(Wiluna) 등 5개 원주민 부족이 전통적으로 소유해 온 땅으로, 이들 부족은 해당 지역민들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팬데믹 사태와 함께 트랙 출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 트랙의 여행자를 통제, 관리하는 ‘Kuju Wangka’는 지난 6월 15일부터 여행 허가증 발급을 시작했으며, 다음날부터 여행자 방문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Kuju Wangka’는 CSR 지역의 토지를 소유한 5개 원주민 부족을 대표하는 기구로 ‘One Voice’라는 의미이다.
‘Well 33’ 지점, 쿠나와리치(Kunawarritji) 마을의 여행자 상점. 캐닝스톡 루트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사진 : Kunawarritji Well 33 Store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 상의 한 구역. 서부호주(WA)의 대표적 아웃백 트랙 중 하나인 이 코스는 전염병 기간 동안 출입이 봉쇄됐었다. 사진 : Rod Durston(Track Care WA 부의장) 제공
지난 6월, 트랙이 재개한 뒤 이 경로 일부를 여행한 이들 중에는 존 엘리엇(John Elliott)씨가 있다. ‘John Camel Man’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지난 2019년 6마리의 낙타를 끌고 울룰루(Uluru)를 출발, WA 내륙을 횡단하여 퍼스 북쪽 약 430km 거리에 있는 해안도시 제럴턴(Geraldton)까지 여행하려는 트래커였다.
그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CSR이 다시 문을 연 이후 이 루트 상의 ‘Kunawarritji’ 마을이 있는 ‘Well 33’ 지점에서 남쪽으로 트래킹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루트 상에 있는 ‘Well 33’ 우물 일부가 복구되었고, 지난 2년 넘게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목초지는 풍성하게 풀이 자랐으며 야생 낙타도 번성했다”는 말로 자신이 본 풍경을 설명했다.
그가 울룰루를 출발하면서 횡단 루트에 포함시킨 Well 33’ 지점의 ‘Kunawarritji’는 CSR 상의 여행자 휴식 구역이자 물품 재보급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상점 관리자인 조 크루민(Jo Krumin)씨는 CSR 여행이 재개되면서 앨리스 스프링(Alice Springs)에서 오는 많은 여행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70대 부부는 캐러밴의 부품을 기다리느라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다.
크루민씨는 “그 일주일 사이, 이들 부부는 우리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었다”며 “불가피하게 이곳에 갇히게 됐지만 우리는 이들 여행자를 적극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크루민씨는 일반적으로 5월에서 9월까지 이어지는 다음 시즌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로부터 자신의 모텔 숙박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퍼스(Perth) 기반의 아웃백 여행 에스코트 회사 'Global Gypsies'의 제레미 퍽스(Jeremy Perks. 사진) 대표. 그는 양방향 라디오를 이용해 4륜구동 차량 여행자를 안내한다. 사진 : Global Gypsies 제공
WA의 아웃백 트랙 여행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Track Care WA'의 회원들. 이들은 캐닝루트 루트(Canning Stock Route) 여행이 재개되면서 최근 이 트랙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사진 : Rod Durston(Track Care WA 부의장) 제공
전염병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19년의 CSR 여행 시즌 동안, ‘Kuju Wangka’는 이 트랙을 여행하고자 하는 800대의 차량, 2,500명의 트래커에게 여행 허가증을 발급했다.
그리고 올해 6월 15일 트랙 여행이 재개된 이후 차량 약 140대에 대해 여행을 허가했다. 그리고 내년 시즌부터 ‘Kuju Wangka’는 개별 여행자뿐 아니라 상업 여행사의 단체 여행도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퍼스(Perth)를 기반으로 아웃백 및 사막 여행을 에스코트 하는 소그룹 4륜구동 및 캐러밴 여행사 ‘Global Gypsies’의 베레미 퍽스(Jeremy Perks) 대표는 “내년 시즌부터 CSR에 대한 아웃백 여행자의 발길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2020년 여행을 예약했던 이들이 있고, 이것이 2021년으로 연기됐다가 올해 미처 이 루트 여행을 하지 못한 이들이 많으며, 새로운 여행자들이 2023년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에는 500개 가까운 사구(sand dune)가 있지만 정확한 수는 확실하지 않다. 이 사구는 차량 여행자들에게 상당히 위험한 코스여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한 모래언덕 코스를 지나는 여행자들. 사진 : Global Gypsies 제공
최근 캐닝스톡 루트 (Canning Stock Route)조사에 나선 ‘Track Care WA’ 회원들, 아웃백 여행사 ‘Global Gypsies’ 및 응구라라(Ngurrara) 부족 레인저들이 'Well 46' 지점의 우물 보수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 : Global Gypsies 제공
지난 2년간 이 루트가 폐쇄된 후 아웃백 여행을 지원하는 서부호주 비영리 단체 ‘Track Care WA’의 로드 더스톤(Rod Durston) 부의장을 비롯한 자원봉사 회원들은 최근 CSR에 대한 경로 조사를 실시했다.
더스톤 부의장은 “일부 보수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우선 시급한 것이 화재로 방치된 우물을 복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의 주요 목표는 이 루트에 대한 모든 것을 문서 및 사진으로 기록하고 GPS에 확인되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이 루트 상에 있는 사구(sand dune)가 몇 개 인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는 CSR 여행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Track Care WA’는 CSR 상의 기반 시설을 유지하고 또 이 루트 일대의 자연환경이 존중되도록 하고자 당국 관리자(rangers) 및 이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캐닝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를 보여주는 지도. 사진 : www.thecanningstockroute.com
이 단체는 얼마 전, 이 지역 원주민 마르투(Martu) 부족 단체인 ‘Jamukurnu Yapalikurnu Aboriginal Corporation’(JYAC)와도 파트너 관계를 체결했다. JYAC의 멜빈 파머(Melvin Farmer) 의장은 “더 많은 여행자들이 캐닝스톡 루트를 따라 여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가 여행자를 위해 우물을 관리하고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염병 사태에서 오랜 기간 집에 갇혀 있던 이들이 호주 아웃백 탐험을 나설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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