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험사기 십수년간 불법 자행"
뉴욕=뉴스로 임지환기자
지난 10여년간 뉴욕에 파견된 언론사 특파원들 상당수가 유엔대표부 직원으로 둔갑(遁甲)해 미국의료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의 탐사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가 28일 유엔 한국대표부가 미국계 보험사와 직장의료보험 계약을 하면서 현재 뉴욕에 파견된 한국의 8개 언론사 특파원 12명을 직원으로 위장(僞裝)시켰다고 폭로했다.
유엔대표부의 이같은 행위는 십수년전부터 계속된 관행(慣行)으로 알려졌으며 이같은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유엔대표부는 뉴욕총영사관 등 뉴욕의 양대 공관은 오준 유엔대사와 김기환 뉴욕총영사 등 총 145명이 의료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시크릿오브코리아에 "직장의료보험에 뉴욕특파원 13명이 포함돼 있다"고 시인하고 “10여년 전부터 특파원들이 한두명씩 유엔대표부 직원보험에 가입해왔으며 현실적으로 대표부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욕특파원들이 유엔대표부 직원으로 둔갑한 명단에는 A방송 3명, B사도 3명, 메이저 신문사 3개중 2개사 각 1명, B 방송사, C방송사 각 1명, 경제지 1명, 인터넷 매체 1명 등 대부분 메이저언론사 특파원들이었다. 현재 뉴욕 특파원단은 15개사 19명이 활동하고 있다.
언론사 특파원들이 유엔대표부 직원으로 위장 가입한 것은 직장의료보험의 월 부담액이 개인으로 가입하는 것에 비해 월등 싸기 때문이다.
유엔대표부 보험가입자들은 미혼은 매월 433.53달러에서 올해는 520달러정도, 기혼자는 매월 1114.18달러에서 올해 1337달러 상당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이 보험에 가입된 특파원들도 동일하다.
유엔대표부는 보험회사가 매달 보험료를 청구하면 정부예산으로 이를 일괄 납부하고 특파원들에게 보험료를 걷어들이는 방식으로 보험업무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유엔대표부가 특파원에게 받은 보험료를 어떤 명목으로, 어떤 계정(計定)에 입금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금이 아니라 수표로 받았다면 반드시 은행계좌로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데 공관명의의 계좌로 입금을 못하고 직원명의의 계좌나 또 다른 명의로 입금해 이를 현금화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페이롤(월급명부)과 개별 가입자의 W2(원천소득신고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대표부는 치외법권을 가진 외교기관이라 세금납부가 면제(免除)되기때문에 W2를 발행하지 않아 보험회사가 직원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역대 유엔 대사들이 외교특권을 악용하고, '주재국의 법령, 제도, 문화, 전통, 관례를 존중하여야 하며 외교특권과 면제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가기관이 명백한 불법을, 그것도 해외에서 오랜 세월 용인했다는 것은 언론사에 특혜(特惠)를 베풀어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국정 감사는 물론, 외교부 본부 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단 한번도 지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가기관의 감사가 지극히 형식적이었거나 외교부본부와 감사원등 정부차원의 지시 내지 묵인하에 이뤄졌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 익명의 영사는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사들이 자사 특파원들의 의료보험 가입과 관련 협조공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사의 요청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냐"며 언론사와 정부기관의 유착(癒着)이 오래된 관행이었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뉴욕특파원들의 도덕성 논란은 물론, 미국의 사법체계까지 농락하는 국제 보험 사기극이라는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모 한인 단체장은 "비단 이같은 일들이 뉴욕에서만 행해졌을 것 같지 않다. 미국내 다른 지역은 물론, 해외공관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법행위가 자행(恣行)됐는지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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