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절반 이상(54.4%)이 어떤 형태로든 직업을 가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들이 생활비 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15-19세 청소년 절반 이상이 취업 상태, 1978년 ABS 집계 이래 최고 수준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압박이 10대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15세 이상 절반 넘는 이들이 직업을 가진 것으로 집계돼 ‘생활비 위기’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연령층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이 이달 첫주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1월 현재 1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 85만 명(54.4%)이 어떤 형태(풀타임, 파트타임, 캐주얼)로든 직업을 가진 상태이다.
이 같은 청소년 취업 비율은 지난해 12월 평균 52%(20년 이래 최고 수준)보다 높은 수치이며, ABS가 1978년 청소년 취업 비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경제학자 제프 볼란드(Jeff Borland) 교수는 “팬데믹 이후 젊은층 고용 비율이 다른 어떤 인구에 비해 더 강하게 반등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젊은층의 경우 노동시장이 강력할 때 높은 취업 비율을 보이며, 반대의 상황에서는 일자리를 얻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19세 미만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데이터는 호주 통계청(ABS)이 이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임을 보여준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이번 데이터에 대해 호주 통합노조인 ‘United Workers Union’의 팀 케네디(Tim Kennedy) 사무총장은 “젊은이들이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라는 압력을 받는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면서 “청년층은 현재 생활비 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착취적인 호주의 노동관행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이라고 우려했다.
ABS 자료를 보면 이들의 주 취업 부문은 접객서비스 분야로, 지난해, 평균 61만7,000명의 10대 파트타임 종사자 중 43%가 숙박-음식 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다. 이는 지난 2017년에 비해 거의 7만1,500명이 증가한 것이다. 건설 분야는 가장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정규직(full-time)으로 취업한 분야로, 2022년도 이들의 평균 취업자 수는 4만9,100명이었다.
지난 30년간 10대 청소년15-19세) 노동력을 추적한 그래프. Source: ABS
올해 19세인 토미 불젠스(Tommy Buultjens)는 16세 대부터 멜번 이너이스트의 큐(Kew)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일을 했다. 그는 이 캐주얼 일자리가 10대 시절, 친구를 사귀고 독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토렌스대학교 서리힐 캠퍼스(Torrens Surry Hills campus)에 재학 중인 그는 “내 부모는 내가 일하기를 원했고, 그것은 독립하라는 것이었다”며 “나에게 용돈을 주지 않는 대신 직접 삶의 기술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불젠스는 이 과일가게에서 한 주(per week) 약 30시간 일을 했다. “가끔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는 그는 “많은 동료들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Youth Law Australia’는 “지난 6개월 사이, 18세 미만 청소년 및 변호사 고용 관련 문의가 이전 6개월 기간에 비해 7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아나스타샤 코로네오(Anastasia Coroneo) 선임변호사는 “대부분의 문의는 최저근로 연령, 직장 조건, 급여와 관련되어 있다”면서 “특히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점을 우려하는 학부모, 교사들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네오 변호사는 “종종 청소년들은 급여나 적용 가능한 보상과 관련된 명확한 이해도 없이 일을 시작하는가 하면 우리가 급여를 확인할 때까지 자신이 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각 산업별 10대 청소년 파트타임 취업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ABS
조만간 정부의 ‘Joint Standing Committee on Treaties’는 최소 고용연령에 대한 1973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호주는 아직 이를 비준하지 않는 12개 국가 중 하나이다.
이 협약은 지게차 운전 등 위험한 작업, 물품 배달 등 가벼운 작업의 분류에 대한 기본 사항을 설정하며 각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최소 연령 규제를 목표로 한다.
호주의 모든 주와 테러토리(State amd Territory)는 이 협약을 준수한다고 하지만 법률은 각 정부관할구역에 따라 다르다. NSW 주에서는 기술된 최소연령 기준이 없지만 15세 미만의 주(weekly) 근무기간 및 교대시간에 제한이 있는 반면 빅토리아(Victoria) 주는 11세 미만 아동의 근로, 13세 미만 아동의 배달 외 일은 허용하지 않는다.
호주소매업협회(Australian Retailers Association)의 폴 자라(Paul Zahra) CEO는 이를 국가적 법률로 하는 것이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광역시드니, NSW 지방 지역 청소년(15-19세) 고용비율을 호주 전국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 Source: ABS
그는 “나이 어린 근로자에 대한 국가적 프레임워크에 동의하는 것은 인력부족 해결에 도움이 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력집단을 모집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소규모 기업의 경우 복잡한 규정을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ILO의 전문가위원회 위원이자 애들레이드대학교(University of Adelaide) 법학자인 로즈마리 오웬스(Rosemary Owens) 명예교수는 “호주가 이 조약에 비준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호주 각 주 및 테러토리의 강력한 노동법을 감안할 때 이 조약에 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또한 어린 근로자를 고용한 업체를 더 잘 감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호주가 이 조약을 비준하면 조약준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있고, 이에 수반되는 모든 내용은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oint Standing Committee on Treaties’의 조시 윌슨(Josh Wilson) 위원장도 정부가 인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ILO의 조약을 비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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