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중 지방이주를 결정했던 이들이 대도시로 역이주하면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일부 지방지역은 지난 12개월 사이 큰 폭의 가격 하락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부동산 컨설팅 ‘CoreLogic’ 조사... 바이런 베이 25%, Richmond-Tweed 18.6% 떨어져
팬데믹 이후 호황을 이어가던 호주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들어 급격한 침체를 보인 가운데, 도시 거주민들의 지방 이주로 주목을 받았던 일부 지역(region)의 주택가격이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컨설팅 사인 ‘코어로직’(CoreLogic) 자료에 따르면 NSW에서 가장 뜨거웠던 바이런 베이(Byron Bay)는 기준금리 상승, ‘sea change’를 결심했던 이들이 다시 대도시로 역이주하면서 침체를 보였던 지난 12개월 사이 25%의 주택가격 하락을 기록했다.
바이런 지역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직후부터 엄청난 가격 폭등을 기록했던 곳이다. 게다가 이 지역의 높은 가격을 피해 도시 구매자들이 인근으로 눈을 돌림에 따라 덩달아 가격이 치솟았던 리치먼드-트위드(Richmond-Tweed) 또한 지난 한해 18.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특이한 침체’(unique downturn)로 묘사된 NSW 내륙 뉴잉글랜드(New England)와 노스 웨스트(North West) 지역은 올해 1월까지 지난 12개월 사이, NSW 주 지방 지역에서 가장 가파른 가격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호주 전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이었다.
최근 ‘코어로직’ 보고서는 호주 전역의 주택가격 변동을 잘 보여준다.
■ South Australia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와 가격 하락 흐름에서 비껴선 지역은 캥거루 아일랜드(Kangaroo Island), 플루리우 페닌슐라(Fleurieu Peninsula), 라임스톤 코스트(Limestone Coast)로, 이들 지역의 경우 15.7%의 주택가격 오름세를 보였다.
SA 주 사우스 이스트(South East) 지역의 중간 주택가격은 현재 42만6,903달러로 집계되어 있으며 매물로 나온 주택이 매매되는 시간은 평균 36일이다. 지난해 1월, 이 기간은 평균 38일이었다.
‘코어로직’의 엘리자 오웬(Eliza Owen) 선임연구원은 “COVID가 사람들로 하여금 애들레이드(Adelaide. SA 주 수도)를 벗어나도록 용기를 주기 전까지만 해도 캥거루 아일랜드 등 남동부 지역 부동산 가격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지방 지역 주택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남부호주, 캥거루 아일랜드(Kangaroo Island, South Australia)의 주택가격은 현재까지 강력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캥거루 아일랜드의 해안 교외지역인 페네쇼(Penneshaw)에서 매매된 주택 부지. 사진 : Kangaroo Island Real Estate
오웬 연구원은 “전염병 대유행은 남부호주 남동부 지역과 같이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에서 엄청난 주택 가치를 만들어냈다”면서 “NSW 주, 뉴잉글랜드와 노스 웨스트 지역의 수요 급증은 바이런, 리치먼드-트위드 등 해안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즉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이미 거주하던 이들이 높은 주택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채 인근의 내륙 지역으로 밀려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NSW
뉴잉글랜드를 비롯해 북서부 지역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여 연간 11.5%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 지역(region) 중간 주택가격은 41만1,352달러에 이르며, 주택매매 소요 기간은 약 47일이다. 지난해 이맘때의 43일에 비해 약간 길어진 것이다.
반면 한때 ‘lifestyle market’이라 불렸던, 바이런 남서쪽의 리치먼드-트위드는 다른 이야기를 남긴다. 이 지역 주택은 무려 18.6%가 하락했으며 매매기간도 평균 71일로 길어졌다.
오웬 연구원은 이에 대해 “COVID 기간 동안의 엄청난 성장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자율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COVID-19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50% 이상 오를 만큼 가치가 급등한 곳으로, 중간 주택가격은 당시 110만 달러에 달했었다”는 오웬 연구원은 “이후 호주 국경 재개와 해외여행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으로 이주했던 도시민들이 다시 사무실로 복구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아주 빠른 변화였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시드니 남쪽, 일라와라 지역(Illawarra region)은 NSW 주에서 리치먼드-트위드 다음으로 가격 하락을 보인 곳으로, 12.6%가 떨어졌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44%가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은 대유행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셈이다.
NSW 북서부 내륙, 뉴잉글랜드 지역(New England region)은 인근 해안가 타운의 가격하락세와 달리 최근 1년 사이에도 주택가격이 상당히 치솟았다. 사진은 뉴잉글랜드 지역의 중심 도시인 아미데일(Armidale). 사진 : Flickr / Denisbin
■ Queensland
전염병 사태 시작 이후 가장 많은 ‘tree changer’ 또는 ‘sea changer’들이 이주했던 퀸즐랜드는 지난해에도 주택 매매가 빠르게 진행됐다.
가장 많은 주택이 거래된 지역은 수도인 브리즈번(Brisbane)에서 북쪽으로 약 1,300km 거리에 자리한 인구 17만3천 명의 도시 타운스빌(Townsville)로, 지난 12개월 사이 매매는 8.3%가, 센트럴 퀸즐랜드(Central Queensland) 지역은 3.4%가 늘어났다.
브리즈번 서쪽 내륙, 130km 거리에 자리한 투움바(Toowoomba. 거주 인구 약 14만 명)는 지난해 이맘때 평균 28일의 매매 기간을 기록했다. 이는 호주 전역에서 두 번째 빠른 시간의 매매기간이었다.
지난해 투움바 주택가격은 7.8%가 상승했으며 현재 중간 주택가격은 57만7,034달러에 달한다.
■ Western Australia
서부호주(WA)에서 지난해 주택 거래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수도인 퍼스(Perth) 남쪽에 있는 도시 번버리(Bunbury)였다. 매매 기간도 평균 24일로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이는 WA 남서부 지역의 주택 수요가 높았음을 의미하며 주택가격도 5.4% 상승을 보여 현재 중간가격은 51만3,004달러에 이른다.
전반적으로 남부 알바니(Albany)에서 북부 카나본(Carnarvon)에 이르는 지역의 주택은 지난 1년 사이, 이전 수준의 가격대가 유지되거나 상승했다.
■ Victoria
WA와 달리 빅토리아(Victoria) 주 부동산 가치는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멜번 남서부, 약 70km 거리에 있는 해안도시 질롱(Geelong)은 7.2%, 북서쪽으로 110km 거리에 자리한 발라랏(Ballarat)이 7.9%, 남동부의 라트로브-깁스랜드(La Trobe-Gippsland) 지역이 3.9% 하락을 보였다. 이들 도시 모두 팬데믹 기간 중 멜번 거주자들의 이주가 많았던 곳으로, 특히 질롱은 호황기, 평균 22일을 기록했던 매매기간이 지난해에는 52일로 크게 늘어났다.
시드니 남쪽, 일라와라 지역((Illawarra region)은 주택가격이 가장 상승한 지방 지역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난 12개월 사이에는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했다. 사진은 일라와라 지역의 한 매물 주택. 사진 : Firstnational Coast&Country
오웬 연구원은 “호주 각 지방 지역의 주택가격이 하락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수요는 비교적 강세를 유지했기에 하락폭이 각 주 수도만큼 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택 구입자의 담보대출(mortgage)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고정 모기지를 갖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이 아직은 지난해부터 연속된 이자율 인상의 영향을 온전히 받지 않음은 호주 부동산 시장의 ‘흥미로운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방 지역에서든 대도시에서든 주택시장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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