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개월 사이, 크게 높아진 기준금리가 임금상승률을 크게 웃돌면서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 비용과 가계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온 호주 중앙은행(RBA).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지난해 3월-12월 사이, 모기지 상환액 42.2% 증가한 반면 임금성장은 2.7% 수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임금상승률을 크게 웃돌면서 주택담보대출(mortgage) 상환 비용과 가계소득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입을 위해 50만 달러의 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가정의 경우 지난해 3월에서 12월 사이, 월 모기지 상환액은 42.2%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임금물가지수(wage price index)는 2.7% 성장에 그쳤다.
이는 호주 최대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 ‘캔스타’(Canstar)가 분석한 것으로, 이 회사의 에피 자오스(Effie Zahos) 편집자는 소득 성장과 모기지 상환비용 증가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호주인 가계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일부 산업에서는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전반적인 임금물가지수를 보면 2.7% 성장”이라고 설명한 자오스 편집자는 “이는 이자율 인상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라면서 “특히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소득 비율을 감안하면, 주택소유자들은 더욱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신용평가 서비스 사인 ‘Moody's Investor Services’가 내놓은 별도 수치에 따르면 부부 모두가 소득이 있는 가구의 경우 평균적으로 전체 소득의 30.9%를 신규 주택대출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했을 당시 26.4%에서 더욱 증가한 것이다.
시드니의 경우 신규 대출자는 수입의 40.7%를 상환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며 멜번(Melbourne)은 소득의 34.5%가 이 비용으로 사용된다.
자오스 편집자에 따르면 이달(3월)까지 10회에 걸친 연속 이자율 상승으로 50만 달러 모기지 대출의 경우 금리인상 전에 비해 월 1천 달러 이상 늘어났다. 이는 호주인 평균 가정이 지출하는 월 공과금, 식료품 구입비용과 거의 유사한 금액이다.
2022년 3월 이후 주택담보대출(50만 달러 기준) 상환 대 임금 증가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Canstar
자오스 편집자는 “이는 모든 가구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거나 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증가한 대출금 상환액을 감당하려면 매월 추가로 29시간 이상 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균 실질소득이 연 7만1,000달러인 단일 소득자의 경우 더 이상 5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내집 마련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Moody’s는 올해의 경우 주택구입 능력이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낮은 실업률 수준을 감안할 때 임금 증가율은 금리인상 및 인플레이션 속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ANZ 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펠리시티 에메트(Felicity Emmett) 연구원도 금리 인상이 기존 주택소유자 및 주택 구입을 시도하려는 이들 모두에게 대출금 감당 능력을 악화시켰다고 우려했다.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에메트 연구원은 경제 활동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이자율 상승이 둔화되거나 곧 중단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높은 금리로 소비가 둔화되고,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 분기, 전반적인 가계 지출 증가율은 상당히 급격한 둔화를 보였다”면서 “이는 RBA의 필립 로우(Phillip Lowe) 총재가 향후 몇 개월 내 금리인상 주기를 멈출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