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파키스탄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실무 합의에 이르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파키스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파키스탄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CCC는 '위험도 매우 높음' 수준으로 밑에서 네 번째 등급이다.
피치는 파키스탄이 IMF와의 실무 합의 이후 개선된 유동성과 자금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정건전성이 매우 나쁜 상황이라며 "우리는 2024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에 파키스탄 정부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6%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024 회계연도 예산에서 재정 적자가 GDP 대비 6.5%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피치는 이보다 나쁘게 본 것이다.
그러면서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거나 당국이 채무 재조정을 고려한다는 징후가 나타나면 신용등급이 다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대외 부채 문제에 시달리다 2019년 IMF와 65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등 정책 이견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구제금융 지급이 보류됐다.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홍수 등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말 IMF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 규모의 대기성 차관(SBA) 지원을 받기로 실무 합의에 이르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이번 회계연도에만 230억 달러(약 29조8천억원)의 대외 채무를 상환해야 해 외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파키스탄 정부가 IMF와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