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자고이래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칭찬하는 예는 드물다. 혹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하는 충고의 말이나 ‘가벼이 굴지 마라’ 따위의 경고의 말을 즐겨 하지만, 어른들이 진실로 청춘에게 애정을 갖고 그들을 존중하는 말을 한 경우는 많지 않다. 두어 세대 전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는 말을 자주했다. 어른들이 청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며 한 이 말은 사실 영미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은 문장이다. 19세기 일본 삿포로농업학교 초대 부학장 윌리엄 클라크라는 이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이 말이 일본 영문법 참고서를 거쳐 한국에 넘어온 것이다.



하여간 어른들은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데에 인색했다. “제발 철 좀 들어라.”라는 말,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로 향한 결정적인 비판 혹은 폄훼의 말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이다. 이게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됐으되, 인류의 젊은이에 대한 혹평의 역사는 그러므로 실로 길도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스승에게도 대든다.”고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개탄하고, 후배 철학자 데카르트도 비슷한 비판을 했다.



동양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덜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이는 전국시대 법철학자 한비자의 말씀이다. 요즘 어른들도 예외 없이 아이들의 버릇없음에 통탄하고, 젊은이의 지각없음에 절망한다.



그리하여 새삼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떠올려 보게 되지 않나.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 내 가슴 뛰노라. / 내 철없던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 / 늙어서도 그러하리. /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으리!” 아시다시피 그 다음 구절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 나의 생애가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 하루하루 이어지기를.” 아이가 어른의 아버지란다! 이 아포리즘은 ‘버릇없는 아이’라는 기존 관념을 깨부수며 우리의 심장을 새삼 뛰게 만든다.



세상의 아버지들이여, 미안한 마음으로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을 읊조려 보자. “세상이 시끄러우면 /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이 대목도 좋지만 그 다음 시구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에 이르러 워즈워드의 시선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린이와 젊은이는 어른의 아버지요 어른의 동포다!

그러므로 기원전 2000년경 피라미드에 새겨진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더구나 요즘 대한민국에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폄훼해선 안 된다. 보라, 그네들의 건강한 조국애와, 인간적 희생과, 숭고한 정신을! 포격 도발에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 앞에서 “요즘 군대가 무슨 군대냐? 보이 스카웃이지.” 따위의 헛소리를 삼가고, 이 경우 방산비리를 저지른 장군은 자결해도 시원찮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아들을 잃고 자살하려던 60대를 끌어안고 위로한 신입 여경, 따돌림에 괴로워하던 여고생의 자살을 막은 마포대교의 순경 언니, 이들 여경에게 성추행을 일삼던 경찰 간부는 고개를 숙여야 하리.



요즘 대한민국 청춘들이 수상하다. 아니, 전혀 수상하지 않다. 그들은 버릇없지 않고, 철 없지 아니하다. 기억을 더듬어 새삼 읊조려 볼까. 전설의 육탄10용사를 비롯해 부하 대신 죽어간 강재구 차성도 정경화 김현수 같은 참 군인, 일본 도쿄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 의인, 그리고 예의 전역 연기 병사와 생명을 구한 여경들을…. 다시 한번 의인들을 이술 파닥여 되뇌여 보라. 특히 원칙 없는 정치인, 일하지 않고 누리는 부자, 양심 없는 쾌락주의자, 인격 없는 지식인, 도덕 없는 기업인, 희생 없는 신앙인, 인간성 없는 학자, 바로 당신들. 



<유럽 19개국에 배포되고 있는 주간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

  • |
  1. 회사_로고__명함_등_LOGO1.jpg (File Size:666.2KB/Download:8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플로리다로 은퇴를 즐기러 오신 장로님께 file

     인식 정지증의 해소를 위하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우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신 장로님께 뒤늦게나마 환영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 곳 플로리다에는 늘푸른 골프장, 그리고 던지자 마자 입질을 하는 환상의 낚시터가 많아 은퇴생활 하기에 정말 좋은 ...

    플로리다로 은퇴를 즐기러 오신 장로님께
  •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file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자고이래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칭찬하는 예는 드물다. 혹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하는 충고의 말이나 ‘가벼이 굴지 마라’ 따위의 경고의 말을 즐겨 하지만, 어른들이 진실로 청춘에게 애정을 갖고 그들을 존중하는 말을 한 경우는 많...

    신 청춘예찬을 노래하고 싶다
  • 한묵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file

    “선생은 오늘날 보기드문 고고한 예술가다. 오로지 화가로 살고 또 화가로 죽을 것이다. 나라니 교직이니 치부니 권위 따위에 얽매임 없이, 낯선 사람들로 웅성이는 파리에서 평생을 그림이라는 퍼포먼스로 보내고 있다. 그래서 선생의 그림은, 그 퍼포먼스가 남긴, 티...

    한묵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file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시리아가 2011년 내전에 휩싸이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넓은 지역을 점령하는 지경에 이르자 엄청난 수의 주민이 시리아 밖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주변 국가들은 물론이고 서유럽, 동유럽...

    헬조선의 난민, 국익과 직결된다.
  • 대체, 언론인은 누구인가? [1] file

    [허리케인 칼럼] 다시 돌아보는 언론인의 기본 자세   리영희 교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암울했던 70년대 중반, 몇 권의 시대 풍자적 저작으로 유신정권의 철권통치에 감히 도전하고 나선 교수가 있었다. 그는 군 장교 시절 사병에게 돌아갈 식량을 한...

    대체, 언론인은 누구인가?
  • 국정 교과서 ‘유감’ file

    1492년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간 콜럼버스는 다음해 17척의 군함을 이끌고 되돌아왔다. 피의 역사는 그의 배가 카리브 해안에 닿으면서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1493년 800만명이었던 에스파뇰라섬의 원주민 타이노족은 콜롬버스가 이 땅을 밟은 지 3년...

    국정 교과서 ‘유감’
  •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file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세계화 시대인 지금, 재외동포는 한국에게 큰 자산이고 미래 국가발전의 디딤돌이다. 재외동포 700만 시대에 한국민들 중에는 누구나가 가깝고 먼 친척이나 지인...

    재외동포정책과 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file

    미국의 사멸위기 언어연구소에서 100년 안에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적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7,000여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2주에 하나꼴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언어의 절반 가량이 사라졌...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file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사대교린(事大交隣)은 조선시대의 대외정책의 기본 방침이었다. “사대교린”은 글자 그대로 큰 나라인 중국은 섬기고 그밖에 일본, 여진, 유구 등 ...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사대교린(四大交隣)을 꿈꾸며.
  • '엄지'의 삽질 file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속에는 ‘엄지’라는 불리우는 존재가 등장한다. 존재 ‘엄지’는 순식간에 ‘찍어 누르기’로 개미의 목숨을 앗아가는 절대파워의 소유자다. 개미 한 마리의 존재가치는 한없이 미력하고 나약하다. 그러나 그것은 ‘1’일 때의 얘기다. 인간 ...

    '엄지'의 삽질
  •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file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이제 얼마 남지 않은 9월 초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이 개최된다. 포럼준비위원회는 푸틴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후에 곧바로 비행기로 이동...

    블라디보스톡 경제포럼에 가지는 기대.
  •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소식에 정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얘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9월 ‘2015개정 교육...

  • [파미르 여행기 7] 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쉬어가는 곳, 야...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무르갑에서 오쉬 방향으로 10분 정도 달리다가 완쪽으로 꺽어 20분을 더 달렸다. 하늘과 땅이 맞...

    [파미르 여행기 7]  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쉬어가는 곳, 야크들의 낙원
  • [파미르 여행기 6] 동 파미르의 중심 무르갑, 여행자들과 만남이 ...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동 파미르의 중심도시 무르갑의 재래시장 모습. 중국제 물건을 싣고 온 컨테이너로 조성된 시장...

    [파미르 여행기 6] 동 파미르의 중심 무르갑, 여행자들과 만남이 있는 도시
  • [파미르 여행기 5]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그래서 파미르인들은 과거 우리네 처마밑에 연탄이 쌓여 있던 것처럼, 난방용 말린 소똥을 창고 ...

    [파미르 여행기 5]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어부가 있다?
  • 지중해의 비극 file

    한 장의 사진이 지구촌을 울리고 있다. 지난 2일, 싸늘히 식은 몸으로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떠밀려 온 인형같이 작은 몸. 무심한 파도가 연신 얼굴을 적셔도 해변에 엎드려 누운 아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올해 겨우 3살이었던 에이란 쿠르디는 이슬람 극단주의 ...

    지중해의 비극
  •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목록 글쓰기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글쓴이 : 韓 泰格 날짜 : 2015-09-01 (화) 10:36:58 #qr_code_layer { display:none; position:absolute; background-color:#fff; border:2px solid #ccc; padding:10px; width:280px; } #qr_code_layer .qr_code_google ...

    뉴욕의 별난 ‘負褓商(부보상)
  • [파미르 여행기 - 4 :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그래서 파미르인들은 과거 우리네 처마밑에 연탄이 쌓여 있던 것처럼, 난방용 말린 소똥을 창고 ...

    [파미르 여행기 - 4 : 평균 해발 3000미터 이상인 파미르 고원에도 어부가 있다?]
  • 칼날 위에 서다

    분단의 세월 70년을 지내오면서 우리 민족은 서로를 향해 칼을 품고 살아왔다. 위태로운 그 칼날 위에서 숨 죽이며 서 있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21일(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다음날인 22일(토) 오후 5시 30분까지 대북...

    칼날 위에 서다
  • 드디어 파미르고원에 도착. 푸른 초지의 첫마을 브룬쿨 file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파미르고원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산사태 현장을 뒤로 하고 길을 채촉했다. 가파른 산길과 급경...

    드디어 파미르고원에 도착. 푸른 초지의 첫마을 브룬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