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2세들 거주국 공직진출 제한 등 선의의 피해자 양산
뉴욕=뉴스로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원정출산도 아닌데 왜 인생의 족쇄(足鎖)를 씌우나요?"
미국의 한인 변호사가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동포 2세들에게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헌법소원(憲法訴願)을 5번째 제기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주한인언론들에 따르면 버지니아의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최근 미주한인단체들과 힘을 합쳐 국적법 개선을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전종준 변호사는 "현행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원정 출산자도 아니고 병역기피자도 아닌 한인 2세가 해당국에서 공직 진출을 막는 등 중대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2013년부터 4차례 걸쳐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번번(番番)이 합헌 결정에 부딛쳤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남성 복수국적자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내에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만 38세까지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5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홍준표 법'은 편법적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기위해 속지주의(屬地主義)에 따라 자동으로 미국시민권이 부여된 2세들이 출생당시 부모가 영주권자나 미국 체류 신분일 경우에 적용한다. 이에 해당되는 동포 자녀들의 수는 무려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와 무관한 동포2세들이 모국에서 장기간 봉사나 유학을 하고 싶어도 장애요인이 생기고 특히 미국의 공직과 정계 진출 등이 사실상 봉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많은 한인 2세들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이들이 훗날 모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막게 되는 폐해(弊害)를 낳고 있다.
재미한인들은 "미국에서 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중에는 자신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재외동포들에게 만 18세 되는 해 제1국민역 편입후 3개월안으로 한국 국적 이탈신고를 허용한다는 것은 희생양들을 양산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종준 변호사는 "병역기피 목적없이 해외에서 태어나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일률적으로 20년간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오직 행정편리만을 추구한 것이며 과잉금지(過剩禁止)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헌법소원을 내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서울대 대학원 장학생으로 선발 되고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목해 한국행이 좌절된 김성은 군의 부모가 사무실을 찾아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전 변호사 역시 미국서 태어난 아들이 모국을 알고 싶어 교환학생으로 가려다 '한국 국적자이므로 출생신고후 한국 여권을 만들어오라'는 얘기를 듣고 포기한 아픔을 겪은 터였다.
그는 "명색이 이민법 변호사인 나도 미국서 태어난 2세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만 18세에 포기하는 기간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하물며 보통의 동포들이 오죽하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지난 2014년 10월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인2세를 청구인으로 연방 공무원직 지원 때 이중국적 문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4번째 헌법소원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반대 5, 찬성 4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그는 “헌재가 밝힌 기각이유는 한인이면 법조항을 알아야 하고 공직진출은 극히 예외적인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말도 서툴고 국적법 이해도 불가능한 해외동포 2세들에게 국적이탈 절차를 알아서 밟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항변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을 위해 선천적 복수국적자 가운데 출생 당시 아버지가 미국 국적자이고 어머니가 한국인 영주권자였던 1999년생 남성 청구인 후보자를 찾고 있다"면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어 국적이탈을 허용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