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정원에서 1] 카디널 새끼가 납치되었습니다
 

(* ‘아톰의 정원에서’는 김명곤 기자가 텃밭농사를 지으며 남기는 기록입니다. ‘아톰’은 야생동물을 쫓기 위하여 세워둔 허수아비입니다. 텃밭은 세 뛔기인데요, ‘25시’, ‘빠삐용’, ‘타라’로 불립니다. ‘25시’는 게오르규의 소설 제목, ‘빠삐용’은 영화 타이틀, ‘타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농장 이름입니다. 모두가 기자에게 큰 감명을 준 이름들입니다.

종종 등장하는 사투리나 속어 등은 글의 뉴앙스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적습니다. 막 적은 글을 약간만 정리한 것이니 이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자 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아톰이 힘을 잃고 이틀째 눈을 내리 깔고 있습니다. 부화하여 막 태어난 카디널 둥우리가 텅 비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덩치 큰 새카만 넘(놈)이 며칠 전부터 둥우리 주변을 맴돌더니 그 어리고 앙증맞은 것들을 납치해 간 게 틀림없습니다. 사악하고 나쁜 넘입니다.

아톰이 눈을 내리 깔고 축 쳐져버린 이유가 또하나 있습니다. 키높이 야자수를 6년 전에 사다 심었는데, 이게 얼마나 잘 자라던지 지붕 높이보다 더 크게 자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마주 대하노라면 만가지 스트레스가 풀리고 나도 모르게 헤죽헤죽 웃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말라버린 껍데기를 떼어내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껍데기 안쪽에서 왕개미 군단이 줄기를 파먹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암약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쁜 넘들입니다. 가만 놔두면 저 큰 야자수가 언제 쓰러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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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들은 카디널 둥우리입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입을 쩍쩍 벌리며 먹이를 기다리던 카디널들이 납치되어 텅 비어있습다. 맨 우측 사진은 왕개미들이 야자수 둥치를 파먹고 있는 모습니다. ⓒ 김명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애탕게탕 개미집을 쌓듯 모으고 있는데 느닷없이 나타나 탈취해 가거나, 무임승차식으로 슬쩍 빌붙어 알맹이를 채가는 치들이 꼭 있습니다.

까만 넘을 추적하고 왕개미 넘을 퇴치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입니다. 룸메는 ‘그냥 잊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지만, ‘가만 있으라’는 말만 듣고 있다 물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아이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까만 넘을 추적하고 왕개미 넘을 퇴치할 좋은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날씨도 축축하고 기분 더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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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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