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정원에서 2] 잠자리와 산도라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오늘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 날입니다. 하나는 스러지고, 다른 하나는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잠자리 한 마리가 차고에 들어왔습니다. "요놈, 요 이쁜 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냐!" 그러며 빗자락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보니 차고 창문 앞에 하얗게 날개를 펴고 오그라들어 죽어 있었습니다. 아,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해 숨막혀 죽은 겁니다. 급하게 나가느라 이놈이 빠져나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제 잘못이 큽니다. 잠자리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꿀꿀한 기분으로 '25시'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아 보라색 산도라지꽃 하나가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곁에 서 있는 아톰 녀석이 저를 빙긋 웃는 얼굴로 내려다보고 한 마디 합니다.
"잠자리는 내년에 다시 돌아올 거여요. 너무 상심마세요 주인님. 그대신 도라지꽃이 반기고 있잖아요? 저 친구와 함께 노세요."
작년 늦가을에 산도라지씨를 뿌렸는데요, 그때는 감감 무소식이어서 죽은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4월에 한국에 갔다 오니 솟아나서는 꽃을 피운 것입니다.
산도라지는 작년 봄 한국에 갔던 차에 한라산에 오르다 우연히 사귄 충청도 아저씨가 미국 우체국의 검열을 무릎쓰고 보내온 것입니다. 산도라지는 기관지염과 호흡기질환에도 좋고 해독작용, 소화기 질환, 폐질환, 혈관청소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죽은 잠자리가 어떻게 살아 돌아겠습니까만은 내년 봄에 처음 만나는 잠자리를 부활한 잠자리로 여기고 ‘환대’할 생각입니다. 돌고 도는 세상의 이치도 이와 같아서 스러지는 생명체가 있는가하면, 죽은 듯 되살아나는 생명체도 있어서 새 힘을 얻고 살아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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