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착용한 채 또는 스마트폰 SMS 문자를 주고받으며 도로를 보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지며, 이에 대한 관련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의력 산만으로... “도로교통 규정 강화 필요” 목소리도
길거리를 걸으며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행위가 도로교통에 대한 집중을 분산시켜 사고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경찰과 의사들이 경고했다.
시드니 세인트 빈센트 병원(St Vincent's Hospital) 트라우마 치료 병동의 토니 그랩스(Tony Grabs) 박사는 “정신을 집중하지 않은 도로 보행자는 술을 마신 사람만큼이나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랩스 박사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어둠이 빨리 내리면서 도로에서의 주의 부족으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그랩스 박사는 “거리를 걸을 때는 깊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차에 치이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에 집중해 거리를 걷는 행위는 술을 마시고 가는 것과 같다”며
“이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랩스 박사의 이 같은 경고는 최근 시드니에서 영어 연수를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젊은 학생 이브라힘(Ibrahim)이 스마트폰에 몰두하다 자동차에 치인 뒤 병원으로 후송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속 40킬로미터 속도제한이 있는 시드니 도심을 걷다가 대형버스의 앞 유리에 머리를 치였다.
그는 병원에서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나갔고 머리에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나는 버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브라힘은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이브라힘을 치료했던 그랩스 박사는 “헤드폰을 착용한 채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스마트폰으로 SMS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다른 사례에 비하면 그는 매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랩스 박사는 “자동차에 치이는 일은 결코 작은 사고가 아니다”면서 “다리를 다치거나 골반 부상 또는 머리를 다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에 치일 경우 사망이 이르기 쉽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편 경찰은 자동차 사고 가운데 세세한 원인이 기록되지 않아 스마트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고 걷다가 사고가 난 수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NSW 경찰청 도로교통 전담반의 스튜어트 스미스(Stuart Smith) 부국장 또한 도로 보행자들에게 “길거리를 걸을 때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보행을 할 경우 시속 30킬로미터의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자동차에도 쉽게 치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호주 보행자위원회(Pedestrian Council of Australia) 헤럴드 스크러비(Harold Scruby) 대변인은 “도로를 건널 때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보행자 행위에 대해 위법으로 간주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길거리를 다니며 헤드폰,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경우 자동차 경적이나 응급차량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휴대전화 통화를 하거나 SMS 문자를 주고받으며 운전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도보로 거리를 횡단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면서 “경찰이 보행자를 단속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자동차 운행을 방해하거나 녹색 등이 아닐 때 도로를 횡단하는 것일 뿐”이라며 안전을 위해 보행자 관련 처벌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