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원주민 메인).jpg


1970년대 건설된 레드펀(Redfern) 소재 원주민 주거단지. 이 지역 재개발을 앞두고 기존 터를 잡고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저소득층 거주지 개발을 우선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레드펀(Redfern) 원주민들, ‘역사적’ 주거지 잃을까 ‘노심초사’

 


레드펀(Redfern)에 있는 원주민 주택단지 ‘더 블록’(The Block)은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로 들어오는 호주 원주민(Aborigine)들의 회합 장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마약과 범죄, 실업에 찌든 빈민가로서의 오명을 쓰고 있다. 40여년의 화려한 역사를 뒤로 한 채 ‘더 블록’은 이제 불안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현재 일부의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만 남아 있는 이곳은 원주민 주택회사(Aboriginal Housing Company. AHC)가 마무리 철거를 위해 주 정부로부터 200만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상태이다.

 

재개발 여부를 놓고 지난 10년 이상 지루한 논란이 이어져 왔으며, 쫓겨난 주민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금 이곳에 거주하게 될런지는 모를 일이다.

 

AHC가 레드펀의 원주민 주거단지인 ‘더 블록’의 관리를 맡게 된 것은 1973년으로 AHC는 현재 2단계 재개발 공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1단계 재개발 계획안에는 7천만 달러를 투입, 사무용 건물과 소매상가, 학생들을 위한 숙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2단계 계획에는 기존 원주민 세입자를 위한 주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NSW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이 지역 재개발을 위한 주택기금 계획이 없다는 것. 이런 가운데 레드펀의 AHC의 믹 문다인(Mick Mundine) 최고경영자는 현재 기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더 블록’ 재개발을 반대해 온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주거지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체 재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AHC의 문다인 최고경영자는 최근 ABC 방송 Lateline 프로그램에서 “이미 DA(development application)가 승인된 상태이며 AHC는 재개발을 위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을 상업구역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물론 (원주민을 위한) 주거지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원주민을 위한 주거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주민을 위한 저렴한 주거계획에는 36채의 타운하우스와 26채의 아파트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원주민 시위대는 AHC가 자신들을 위한 주거지를 건설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대, “원주민을 위한

주거지 건설 우선해야...“ 주장

 


시위대의 제니 먼로(Jenny Munroe)씨는 “상업지구로 개발되고 학생숙소가 건설되면서 우리(원주민)를 위한 주거지는 만들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원주민을 위한 주거지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 커뮤니티의 저임금자들이 주거지를 우선 제공받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그녀는 “재개발이 어떻게 되든 원주민을 위한 주거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믹키(Micky. Mick Mundine)는 우리는 내몰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만약 원주민을 위한 주택개발이 없다면 재개발은 물론 상업지구, 학생들을 위한 거주지 또한 들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문다인씨는 ABC 방송에서 “민간 부분에 원주민 세입자를 위한 저렴한 주택 투자는 없을 것이기에 ‘더 블록’의 재개발은 상업지구 건설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HC는 상업지구의 소매상가 및 사무용 공간을 개발, 수입을 창출한 뒤 그 자금으로 2단계 재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민 시위대들,

40년 전 AHC 설립 위해 투쟁

 


시위대의 조안 벨(Joan Bell)씨는 40년 전 이 지역 원주민을 위해 AHC가 설립되도록 투쟁했던 사람이다.

벨씨는 “이곳은 우리 땅이고 우리는 삶의 터전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나 자신은 물론 우리 부모, 다른 이들도 원주민 주택회사를 만든 회원들”이라며 “여기를 벗어나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1973년, 당시 노동당의 휘틀럼 정부는 AHC가 ‘더 블록’ 지구의 주택을 구입하도록 자금을 제공했다.

1990년대까지 300여명의 원주민 세입자들이 이 지역에 거주했으며, 이 무렵 ‘더 블록’ 지역은 마약과 범죄의 온상이 되어 많은 주거지역이 황폐해졌다.

 

현재 오래된 주택들은 철거됐으며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오늘날 ‘더 블록’은 시드니 지역의 중요한 부동산 시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전 NSW 노동당 정부의 한 관계자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AHC에 재개발 자금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더 블록’에 저렴한 주택을 다시 만들 경우 마약과 범죄 문제를 가진 새로운 도시 슬럼지역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벨씨는 ABC 방송에서 ‘더 블록’에 대해 “지난 반세기 이상 지방에서 시드니로 여행하는 호주 원주민들에게 주요한 만남의 장소로서 기능해 왔으며, 이는 이곳(더 블록)의 토지권이 원주민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천막농성을 통해 이 지역 원주민들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The Block’ Timeline

-1790년대 : 본래의 소유자는...

‘더 블록’(The Block)은 레드펀(Redfern) 소재 8천 스퀘어미터 넓이의 원주민 집단 주택단지를 말한다. 백인 정착민들이 들어오기 전, 더 블록이 있는 레드펀이 지역은 호주 원주민 가디걸(Gadigal) 부족이 터를 잡고 있던 땅이었다. 1788년 영국인들이 들어왔을 때 이들 부족은 백인 정착자(White Settler)들에게 전염된 천연두(small pox)에 의해 대거 목숨을 잃었으며, 남아 있던 원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쫓겨났다.

 


-1880년대 : 더 블록(The Block) 건설

철도 건설 및 중공업 붐이 일어나면서 더불어 레드펀(Redfern) 및 워털루(Waterloo) 지역 중심가에 대규모 노동자 집단 숙소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 노동자 주택단지 가운데는 최근까지 원주민 주택단지인 '더 블록'과 같은 일부 테라스 하우스도 있었다.

 


-1920년대 : 경제 호황과 불황

이블리 레일야드(Eveleigh Railyard)의 노동수요는 NSW 및 퀸즐랜드 지방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을 끌어들였다. 이들 대부분은 주조공장, 보일러 제조 공장, 시판용 야채농장, 기타 공장 등에 고용됐다. 대공황(Great Depression) 시기, 지방에서 도시로 온 수많은 원주민들이 레드펀에 거주하는 친척을 찾아 이곳에 자리 잡았다.

 


-1960년대 : 호주의 검은 심장이 되다

1960년대 초, 시민 평등권 운동에 힘입어 레드펀에 거주하는 원주민 수는 1만2천여 명으로 늘어났고, 이로써 ‘호주의 검은 심장’(The Black Heart of Australia)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1967년 이 지역(레드펀) 원주민은 3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1년 뒤 주 정부와 남부 시드니 카운슬(South Sydney Council)은 광역 시드니의 캠벨타운(Campbelltown)과 마운트 드루이트(Mount Druitt)의 공공주택에 이들을 이주시켰다.

 


-1970년대 : 휘틀럼 집권 시기

1970년대 초 이 지역 원주민 불법 거주자들이 ‘원주민 주택위원회’(Aboriginal Housing Committee)를 발족했다. 1973년 휘틀럼 정부는 이들을 위해 이블리(Eveleigh)-캐롤라인(Caroline- 로이스(Louis)-바인 스트리트(Vine street)에 걸쳐 있는 41개의 테라스 하우스 단지를 구매했고, 호주 최초로 개인 소유의 원주민 주택 회사(Aboriginal housing company)가 탄생했다.

머지않아 백인들과의 인종간 긴장이 극에 달했고 거주지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이들의 극단적 인종차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 ‘더 블록’의 확장

1970년대 중반과 80년대 초반, 주택건설 프로젝트의 결과로 레드펀의 원주민 인구는 이전의 세 배로 증가했다. 이 무렵, ‘Aboriginal Housing Company’(AHC)의 믹 문다인(Mick Mundine) 대표의 형제인 토니(Tony Mundine)는 이 지역에 엘로라 체육관(Eloura Gym)을 만들어 아들 앤서니 문다인(Anthony Mundine)을 비롯, 성공한 복서들을 배출했다. 밥 호크(Bob Hawke)와 폴 키팅(Paul Keating) 정부 당시 주택건설 기금이 다시 확정됐고, AHC는 ‘더 블록’과 인근이 주택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 마약과 범죄 소탕

이 무렵, 마약과다 복용과 범죄 증가로 사망하거나 폐인이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헤로인이 가장 큰 문제로 등장했다. 불법 마약상들은 판잣집을 지어 불법 사격장을 만들었고 이블리와 루이스 스트리트(Eveleigh and Louis street) 상의 15채 주택을 사들였다. 1992년 당시 폴 키팅 수상은 이 지역 원주민들의 화해를 당부하는 유명한 연설을 하기에 이른다. ‘레드펀 연설’(Redfern address)이라 이름 붙여진 이 연설은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연설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94년 AHC는 이 지역에 남아 있는 마지막 개인 소유의 테라스 하우스를 구매했다. 원주민과 토레스해협 섬 주민 위원회(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Commission)는 이 지역 주택 철거에 630만 달러를 투입했다.

 


-2000년 : 경찰의 급습과 지역 사회 반발

경찰은 더 블록(The Block)을 대상으로 10일간 네 차례에 걸쳐 마약단속을 실시했다. 이 마약단속으로 레드펀 지역의 마역소굴이 드러나고 수십 명이 불법 마약과 관련돼 체포됐다. 철거작업은 그해 10월까지 계속돼 12채가 사라졌고 21채만이 남게 됐다. 그리고 그 달(10월) ‘더 블록’(The Block)은 헤리티지(heritage)로 지정됐다.

 


-2004년 : 원주민 청소년의 죽음과 폭동

NSW 주 봅 카(Bob Carr) 정부는 주 정부가 지역계획법을 무효로 할 수 있는 ‘레드펀-워컬루 법안’(Redfern-Waterloo legislation)을 도입했다. 당시 NSW 주 환경부 장관이었던 프랑크 사토(Francesco Ernest Sartor)가 제시한 이 법안은 ‘레드펀-워털루 당국’(Redfern Waterloo Authority)이 재개발을 위해 2천7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새로운 주택을 제공 및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이 지역 원주민 사회는 정부가 부지를 횡령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반했다. 그런 와중에 17세의 원주민 청소년 토마스 힉키(Thomas ‘TJ’ Hickey)가 경찰을 피해 도주하는 와중에 담벼락에서 부딪혀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 원주민들의 분노가 표출됐다. 검시관의 사인규명 결과 토마스의 죽음에 경찰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원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40여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2009년 : 재개발 계획 승인

이 지역 재개발 계획안이 제출됐다가 프랑크 사토에 의해 거부된 3년 후, ‘페뮬웨이 재개발 프로젝트’(Pemulwuy Project redevelopment)는 NSW 새 정부의 크리스티나 케넬리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 케넬리 장관은 이 지역 원주민 주택의 수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자 했던 전임자의 목표를 거부한 것이다. 이 계획은 원주민을 위한 62동의 주거단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2011년 3월, 주 수상이었던 케넬리는 수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예상한 가운데 AHC에 200만 달러의 정부 기금을 제공했다.

 


-2010년 : 최종 퇴거 통보

2010년 10월, AHC는 그대가지 남아 있던 16개구를 대상으로 60일 이내 퇴거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다만 일부 거주자들에게는 새 주거지를 찾는 동안 머물 것을 허용했다. 기본적으로 퇴거 자들은 홈리스가 될 것이기에 공공주택에 대한 우선권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암아 있던 원주민 일부는 떠났고 일부는 이주를 꺼려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떠나기를 거부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43 호주 항우울제 등 신경치료제 복용 아동 크게 증가 호주한국신문 14.06.26.
242 호주 이집트 법원, 호주인 기자 등에 징역 7년형 선고 호주한국신문 14.06.26.
241 호주 법원, 론 울프 바이키 갱 살해범에 징역 20년 구형 호주한국신문 14.06.26.
240 호주 주 정부의 부동산 매입 보상금, 현실성 떨어져 호주한국신문 14.06.26.
239 호주 NSW 주 정부, 시드니 새 열차라인 계획 발표 호주한국신문 14.06.26.
238 호주 ‘초이스’(choice), 아이들 인기 간식 영양 평가 발표 호주한국신문 14.06.26.
237 호주 불법 바이키 갱 ‘헬스엔젤스’ 조직원 습격당해 호주한국신문 14.06.26.
236 호주 연방 정부, 테러 방지 위해 새 여권 도입 호주한국신문 14.06.26.
235 호주 한국문화원, ‘한식요리 경연’ 시드니 예선 개최 호주한국신문 14.06.26.
234 호주 “평화헌법 입법 취지와 진정성 유린 말라” 호주한국신문 14.06.26.
233 호주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 ‘현대’로 재탄생되다 호주한국신문 14.06.26.
232 호주 김봉현 주호주대사 빅토리아 주 공식 방문 호주한국신문 14.06.26.
231 호주 “언어 학습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호주한국신문 14.06.26.
230 호주 “세월호 참사를 잊는 순간이 바로 제2의 참사입니다” 호주한국신문 14.06.26.
229 호주 달링스퀘어(Darling Square) 1차 분양, 하루 만에 ‘완판’ 호주한국신문 14.06.26.
228 호주 NSW 주 예산안, 취약 계층을 위해 10억 달러 사용 호주한국신문 14.06.20.
» 호주 호주의 검은 심장 ‘The Block’ 철거 호주한국신문 14.06.20.
226 호주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카운셀러들, ‘업무 과다’ 호주한국신문 14.06.20.
225 호주 도심 및 유흥지구 대상 강화된 음주법 관련 호주한국신문 14.06.20.
224 호주 “길거리 스마트폰 문자 사용, 사고위험 높다” 경고 호주한국신문 1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