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도심의 2침실 아파트에 10여명을 거주시키는 불법 호스텔이 ABC 방송에 의해 고발됐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숙소 임대 안내지.

 

ABC 뉴스 프로그램 ‘7.30’, 불법 백패커 호스텔 위험성 경고

 


시드니 도심 일부 주거시설에서 법과 규정을 무시한 채 백패커(backpacker) 여행자나 유학생을 더러운 아파트에 무더기로 기거시킨 악덕 집주인들이 고발됐다.

 

지난 주 금요일(18일) ABC 방송 시사고발 뉴스 프로그램인 ‘7.30’은 시드니 중심가의 2침실 유닛에 학생 또는 백패커 여행자들이 주에 150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최대 14명이 거주하고 있음을 집중 보도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자 루벤 코르테스(Ruben Cortese)는 12개월 동안 머물 저렴한 숙소가 필요해 검트리(Gumtree) 사이트를 통해 숙소 광고를 보고 문의를 했다.

 

코르테스씨는 ABC 방송에서 “집주인은 아파트 임대료가 주당 150달러로 아주 저렴하다고 말했다”면서 “온라인 광고에는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가 너무 저렴한 반면 좋은 시설이어서 믿기지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막상 시드니에 도착해 그 집을 찾아갔을 때, 그는 작은 유닛의 세 공간에 4개씩 침대가 놓인 불법 백패커 호스텔(backpacker hostel)임을 알게 됐다.

 

코르테스씨는 12개의 침대 중 하나를 주당 150달러에 사용하기로 하고 그 집에 들어갔다. 일주일도 안 되어 그는 아파트 매니저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역할의 하나였다.

 

코르테스씨는 “8명에서 12명이 기거하는 16채의 아파트를 관리해야 했다”면서 “전체적으로 160명 이상이 이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붐비지는 않았지만 아파트 내부는 아주 불결했다”고 덧붙였다.

 

“침대에는 벌레가 기어 다니고 더러운 카펫 위에는 바퀴벌레 천지였다”는 그는 “관리하는 아파트 가운데 4분 3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퀴벌레가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아파트 관리자로 코르테스씨가 한 일은 임대료를 거두어 아파트 블록에 자리한 한 슈퍼마켓의 잭(Jack)으로 알려진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그가 거둔 임대료는 항상 현금이었다.

그는 “잭이라는 사람은 이집트 출신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며 “그는 이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은 그가 결정하며 그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실질적인 보스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취재한 ABC 방송은 코르테스씨가 일하는 아파트 블록의 슈퍼마켓이 백패커 여행자나 해외 유학생들에게 숙소를 안내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곳이 관리하는 아파트가 도심 지역 60여 개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2침실 아파트는 본래 4명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 최대 14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코르테스씨는 “내가 관리를 맡고 있던 유닛 중 하나는 14명이 거주하는 곳도 있었다”면서 “내부에 임시 칸막이를 설치해 3~4개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거실은커녕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도 없었다”고 고발했다.

 

코르테스씨가 하는 일은 입주자들의 임대료를 거둬들이는 일 외에 온라인 광고를 통해 입주자를 채워 놓은 것도 포함돼 있었다. 아파트 블록의 슈퍼마켓이 확보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자는 코르테스씨 외 6명이 더 있었다. 또한 캐주얼로 일하며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는 이들만도 3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고 1개 당 50달러를 지불하고 숙소를 소개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코르테스씨는 “잭은 여기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늘 화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확보하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자가 다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입주자를 찾지 못한 관리자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코르테스씨는 “10명 이상의 입주자를 한 아파트에 채우는 일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아파트가 너무도 불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아파트에 2~3개의 침대가 비게 되면 관리자들은 비상사태가(?)가 된다. 임대수입이 줄어든 잭의 화가 관리자들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백패커 운영자협회’(Backpackers Operators Association)는 “이들 악덕 집주인들은 규정을 어기고 있다”고 말한다. 백패커 운영자협회의 크리스티 카스테이어스(Krims Carstairs) 회장은 이 같은 임대사업에 대해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녀는 “이는 세금납부를 회피하려는 행위이며 일반적인 상업용 임대시장의 가격을 해치는 것임은 물론 다가구 관리 규정을 위반하고 이웃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또한 이런 불법 백패커 호스텔은 매우 위험한 곳”이라며 호주는 백패커 호스텔에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를 낸 끔직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989년 킹스크로스(Kings Cross) 소재 다운언더 호스텔(Downunder Hotel) 화재로 6명의 백패커가 목숨을 잃은 일이 있으며 2000년 퀸즐랜드의 킬더스 팰리스 백패커 호스텔(Childers Palace Backpackers Hostel) 화재에서는 이 숙소에 단기 거주하면서 과일농장에서 일하던 15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주 수요일(16일)에는 시드니 이너 웨스트의 한 백패커 호스텔에서 화재가 발생,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 두 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크로테스씨가 관리하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울티모(Ultimo)에 있는 3층짜리 이 아파트는 각 3침실로 총 22개의 침실로 개조, 불법 호스텔로 운영했으며 화재 당시 58명의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를 진압한 NSW 화재 및 인명구조대(NSW Fire and Rescue Service)는 이 아파트에서 27건에 달하는 규정 위반 사례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규제 시스템은 허술하고 불법 호스텔을 운영하는 이들은 지방정부의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게 ABC 방송의 지적이다.

 

실제로 코르테스씨는 카운슬 검사관이 오기 전 일부 침대를 치우라는 잭의 명령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관리자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던 아파트로 가 침대 몇 개를 분해, 잭이 관리하는 다른 아파트로 옮겨 놓은 뒤 카운슬 검사관의 검사를 받았다.

 

코르테스씨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해외 백패커나 유학생들이 이런 불법 숙소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Jack)를 위해 일했지만 지금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이런 불법 비즈니스를 접었으면 하는 것”는 그는 “호주로 오는 백패커나 유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주거지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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