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시드니 각 지역의 대중교통 시설에서 수건의 인종차별적 모욕 등 언어폭행 사례가 신고 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주 시드니 북부 273번 버스에서 발생된 인종차별 욕설을 당한 린세이 리(Lindsay Li. 사진 왼쪽)씨와 욕설을 가한 혐의로 체포된 한 여성(오른쪽).
버스, 기차역 등지서 특정인 대상 침 뱉기 등, 동일인 상습적 범행 추정
경찰에 접수된 가해 여성, 여러 건의 사건 동영상 속 가해자와 상당히 닮아
시드니 공공버스 안에서 중국계 호주인 여성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여성이 폭행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지난 주 금요일(25일) 알려졌다.
지난 주 금요일(2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을 전후해 노스 시드니(North Sydney), 본다이 정션(Bondi Junction), 엣지클리프(Edgecliff), 파라마타(Parramatta), 이스트우드(Eastwood), 혼스비(Hornsby) 등 시드니 전역에서 보고된 여러 건의 폭행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25일) 오전 9시40분경, 파라마타 기차역에서는 길포드(Guildford)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던 10대 소녀에게 한 여성이 다가와 침을 뱉는 일이 발생했다.
길포드 행 기차에 탄 10대 소녀는 기차 안에서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10대 소녀에게 침을 뱉었던 55세의 여성은 길포드 기차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55세의 여성은 메릴랜드 경찰서에서 6건의 일반적 폭행과 두 건의 모욕성 언어 혐의로 경찰에 기소됐다.
또 29세의 린세이 리(Lindsay Li)씨가 시드니 북부 지역인 윌로비(Willoughby)에서 크로우스 네스트(Crows Nest)의 집으로 가는 273번 버스 안에서 수차례의 언어폭력을 당한 일이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버스 안에서 한 여성이 리씨에게 거침없는 언어폭력을 가하자 리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상대 여성의 언어폭력 장면을 촬영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입수한 이 동영상에는 나이든 금발머리의 여성이 리씨를 향해 ‘f---ing ugly f---ing chink’라며 극심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담겨 있다. ‘chink’는 영어의 속어 표현으로 중국인을 가리키는 극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리씨에게 언어폭행을 이 여성이 관여한 여러 건의 폭행 장면을 승객들로부터 제보 받았다.
페어팩스 미디어가 확보한 또 다른 영상을 보면, 지난 주 목요일(24일) 센트럴 역(Central station)의 기차 안에서 일단의 승객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퍼붓는 여인이 리씨의 비디오 영상 속 여인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이 동영상은 ‘시드니 기차’(Sydney Trains)의 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밖에도 경찰이 접수한 다른 몇 건의 사건을 보면, 언어폭행을 가하는 여성의 모습이 리씨의 동영상 속 폭행 가해 여인과 상당히 닮아 있으며, 폭언을 들은 이들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담겨 있어 이 여성이 상습적으로 인종차별 폭행을 가하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
한 제보자는 이 여성이 단체 야외수업 중인 한 여학생에게 극심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내며 ‘자살 폭탄테러범’(suicide bomber)이라 말하기도 해 학생들을 분노케 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도 이 여성에 대한 여러 건의 제보를 접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월7일 오후 12시35분경 한 여성과 그의 아들이 엣지클리프(Edgecliff) 기차역 플랫폼에 서 있던 중, 다가온 한 여성으로부터 욕설과 그 여성이 내뱉은 침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 일이 발생된 며칠 후인 지난 9월14일(월)에는 본다이 정션(Bondi Junction)의 한 인터체인지에 서 있던 여성 또한, 어느 순간 접근한 한 여성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침 세례를 받았다. 욕설을 퍼부었던 이 여성은 다른 승객을 때리기도 했다.
지난 주 금요일(25일)에는 한 여성이 혼스비(Hornsby) 소재 플로런스 스트리트(Florence Street) 상의 육교를 지나던 한 남성에게 접근, 얼굴에 침을 뱉은 일이 신고됐다.
한편 시드니 북부 273번 버스 안에서 린세이 리(Lindsay Li)씨가 금발의 중년 여성으로부터 심한 언어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이 버스의 운전기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씨의 말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리씨의 청을 무시했다.
하지만 NSW 교통당국인 ‘State Transit’은 버스 안의 CCTV를 통해 사건을 살펴본 결과 운전기사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State Transit’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승객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버스기사가 약 1분 후 State Transit의 ‘Network Control Centre’에 연락을 취했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한 조치였다”고 언급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NSW 경찰과 공조할 것이며 경찰이 요청하는 것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버스 운전기사가 반사회적 행위를 한 승객을 직접 제어하지 않고 버스 내 통신망을 통해 ‘Network Control Centre’에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버스에서 문제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Network Control Centre’는 응급 서비스에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9월 2~4주 사이, 버스와 기차 등에서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언어폭행 사례가 접수되자 NSW 경찰청 교통국은 지난 주 목요일(24일) 버스 및 기차 안팎에서 이 같은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하기도 했다.
‘Operation Disrupt’라는 이름의 이 작전에는 교통국 소속 65명의 경찰이 배치됐으며,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일대와 시드니 북부 및 남서부 100대의 기차와 98개의 기차역, 25대의 버스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작전을 통해 교통국 경찰은 100건 이상의 교통관련 위반 사항을 통지했으며, 74건의 반사회적 행동을 적발해냈다. 또 19명을 조사했으며 8명을 체포했다.
교통경찰국의 조이스(Joyce) 국장은 “대중교통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발언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것이며 다가오는 여름 기간 내내 무임승차 등에 대한 감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