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와 박정희, 역사의 화해”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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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복권(復權)은 곧 박정희의 복권입니다!”

 

재미 한인목사가 고뇌 끝에 완성한 ‘김재규 복권 소설’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뉴욕의 등촌 이계선(75) 목사. 등단 소설가이기도 한 그가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를 들고 정유년 새해를 열고 있다.

 

사실 이계선 목사가 김재규 소설을 탈고한 것은 4년 전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2013년에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 복권’을 공론화하는 소설을 출간하는게 가당키나 했을까.

 

현실은 혹독했다. 자비 출판을 위해 후원회가 만들어지고 출판사도 섭외해 편집도 끝냈지만 마지막 순간 물거품이 됐다. 감히 한국의 어떤 출판사가 서슬 퍼런(?) 대통령의 위세를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김재규 소설 원고는 4년간 서랍속에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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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하필 박근혜가 취임할 때 김재규 소설을 출간하려 했을까.

 

“역사의 화해를 위해섭니다. 10.26이후 30여년의 세월속에 대한민국은 과거를 청산(淸算)하고 미래로 향했어요. 제주도 좌익폭동도 인정을 받았고 여순반란 사건도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독재자의 딸이자 유신공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서로 용서하고 피차 용납하는 아름다운 일들입니다.”

 

이계선 목사는 “한국 민주화의 물꼬를 튼 김재규장군은 아직도 대역무도(大逆無道)의 죄인으로 남아있습니다. 박근혜정권 하에서 김재규 복권소설이 나오면 국민대통합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침표가 완성됩니다. 저는 역사의 화해를 위해 김재규 소설을 썼습니다”고 강조했다.

 

소설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김재규가 사형집행 이틀전 안동일변호사에게 전하는 꿈 이야기다.

 

“간밤에 꿈을 꿨습니다. 내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무지개를 넘으니 꽃밭이 나타나는 거예요. 꽃밭에 내리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손을 흔들면서 환영합디다. ‘어서 오게. 자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네‘.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형님, 미안합니다. 궁정동에서 형님한테 총질한거 용서해주이소‘ 했더니 ‘아따, 이사람. 자네 유치원 시절에 불알싸움 한걸 갖고 어른이 돼서 시비하는 사람 봤나? 죽음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권세 부귀영화가 다 유치원 장난처럼 유치한거야. 죽고 나면 하룻밤 꿈처럼 허무하게 되고 마는데 그걸 해먹겠다고 독재하고 죽이고 싸웠으니...’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우리 둘은 서로 부둥켜 앉고 엉엉 울었습니다...”

 

이계선 목사는 “하늘의 재판은 부관참시(剖棺斬屍)가 아니라 용서와 사랑입니다. 과거는 용서해야 하고, 용서 받을 수 없는 과거는 없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만일 김재규소설이 4년전 빛을 봤더라면 오늘날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국정대농단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역사의 화해를 모색하는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무도(無道)한 짓을 저지를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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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소설’의 인연은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플러싱에서 열린 김재규장군 추모회에 가 본적이 있어요. 글을 써 달라기에 ‘김재규장군 추모회’란 칼럼을 써서 뉴욕한국일보에 냈는데 한국신학대학교수를 지낸 권오현박사가 읽고 칭찬을 해 주는 거예요. ‘등촌 글 중에 제일 잘된 작품이요. 죽음 넘어 저승에서 만난 박정희와 김재규가 화해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오’. 그후 김재규장군 추모회측 인사가 책으로 써달라는 얘기를 했지만 그저 지나가는 바람같은 이야기였지요. 장편소설을 써본적이 없는 나는 어림도 없는 말로 들렸어요. 그런데 10년 세월이 흐르고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속에서 뜨거운게 올라오는 거에요.”

 

김재규 장군을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복권하는 아름다운 꿈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용서와 화해를 통한 해원의 드라마 대신 역사를 거스르는 선택으로 몰락하고 있다. 그리고 ‘김재규 재평가’의 목소리는 38년만에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 실려 힘을 받고 있다.

 

김재규 소설은 집필과정부터 시련이 있었다. 6개월 걸려 소설을 거의 완성해가던 2013년 어느날 컴퓨터 키보드를 잘못 누르는 실수로 70% 분량이 날아가 버렸다. 백업한 자료도 없었다. 충격으로 손에 마비증세까지 온 그는 여름내 아무런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이삭줍기하듯 힘을 내었고 마침내 찬 바람이 불 무렵 탈고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목사는 왜 제목에 ‘신부’를 넣었을까. 그는 “김재규는 대법원판결인 3항소심에서 사형언도를 받았습니다. 그는 죽으면서 4항소심을 외쳤어요. 4항소심은 역사에 항소하는 역사재판이요, 하늘에 호소하는 양심재판입니다. 그래서 재판장도 신부님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재규 소설을 쓰면서 그는 역사의 빙의를 느꼈다고 했다. “무당들은 망자(亡者)의 빙의(憑依)를 받아 죽은자의 혼백을 위로합니다. 작가는 빙의로 글을 씁니다. 꽃을 묘사할 때 꽃이 되고 새를 노래할 때 새가 됩니다. 나는 박정희를 쓸 때 박정희의 심장을 느끼고 김재규를 기록할때 김재규의 심정이 되곤 했습니다.”

 

소설을 다 쓰고 나니 하나로 연결된 전체가 보였다. 그는 “아하, 역사는 그렇게 해서 굴러가는구나. 박정희도 김재규도 역사의 무대에서 주어진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역이든 선역이든 배우들은 막이 내리면 서로 격려하는 법이지요”라고 말했다.

 

이 목사가 출판의 어려움을 겪을 때 서황석 전 뉴욕약사회장은 미주후원회를 조직하며 출간을 독려했다. 그는 최근 지인들과 자리를 만들어 올 상반기안으로 소설이 출간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서황석 회장은 “김재규 소설은 독재정권 타도 소설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을만큼 흥미롭고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고희를 넘긴 등촌이 한 팔이 마비되도록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그냥 사장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요. 소설이 반드시 세상에 나와 독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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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 목사는 경기도 평택 현덕면 글갱이마을에서 태어나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생전 처음 써본 단편소설 ‘글갱이 사람들’이 제1회 광야신인문학상에서 당선돼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특히 2009년 4월에 출판된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대형교회로 인한 폐해들을 정면으로 비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계선 목사는 다양한 목회 경험을 토대로 “교회의 대형화야말로 개혁을 이뤄내야 할 부분”이라고 가차없이 독설(毒舌)을 내뿜었다.

 

이계선 목사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당시 본질에서 멀어진 교회를 향한 외침이었고 그 외침은 교회가 교회됨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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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웹진 뉴스로 www.newsroh.com

 

<꼬리뉴스>

 

김재규 평가의 두 얼굴

 

김재규의 암살을 놓고는 여러가지 의혹이 존재하고 있고 평가도 다르다. 과거 김재규에 대한 대중사회의 평가는, 그가 민주화를 위해서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차지철과의 권력싸움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주류였다.

 

그러나 2004년에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김재규 부장에게 명예회복을 시도하는 등 10·26 사태에 대한 재평가 시도가 있었다. 보상심의위원회의 관점은 김재규의 행적에 대한 평가와 수사결과 발표가 당시 전두환의 뜻대로 행해진 부분, 김재규의 개인적인 성향이 유혈독재를 혐오하며 친 민주화 세력이었던 점, 박정희의 재선 당시 이번 출마를 마지막으로 할 것을 종용한 점, 유신 이후 박정희에게 여러차례 실망감을 드러내어 그를 암살, 군부대에 유폐 시키려 수 차례 시도했던 점을 들 때 대통령 암살이 결코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며, 이러한 해석적 관점에 기반하여 그를 민주투쟁의 '의사'라 추숭(追崇)될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태민)같은 자는 백해무익하므로 교통사고라도 나서 죽어 없어져야 한다.” -김재규

 

김재규는 중앙정보부를 통해 최태민의 조사를 지시했고, 10.26 사태가 발생하기 3일 전 최태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서엔 최태민과 박근혜간의 부적절한 관계와 최태민의 문란하고 부적절한 사생활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재규는 10.26 사태를 결심한 동기 중 하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태민-박근혜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항소이유보충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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