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전통의 대회..韓대외정책 비판 봇물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던 박근혜는 지금 어디 있나?”
장내엔 큰 웃음소리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한국학대회가 한국의 대외정책 성토장이 되버렸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에서 개최된 러시아 CIS지역 한국학자대회는 올해가 21차로 한국학자대회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발표자가 많은 대회로 잘 알려졌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선 한반도’로 37명의 한국학자들이 발표에 참여했다. 정치분야에만 12명의 학자가 나섰고 역사 문화 등 각 분야의 한국학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했다.
참석자의 면면은 최고 권위의 한국학 학자들을 망라하고 있다. 발레리 수히닌 전북한주재 러시아대사를 비롯, 세르게이 누쟈닌 극동연구소 소장, 이고르 사기토프 러시아외무성 아시아1국 부국장, 알렉산드르 제빈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소장,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 김영웅 극동연구소 연구원, 에카테리나 포홀코바 중동부유럽한국학교수협의회 회장, 김 나탈리아 고등경제대 한국학과장,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페테르부르그대 한국학센터 소장, 나탈리아 체스노코바 러시아국립인문대 한국학과장, 올가 디야코바 러시아극동연방대학 전한국학과장, 게오르기 톨로라야 경제연구소 소장 등 그야말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관한 쟁쟁한 학자들이다.
해마다 한국학자대회에 참석하는 김원일 모스크바국립대 박사는 “정치분야 발표자들의 너무 대놓고 한국의 대외정책을 성토해서 앉아있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면서 “한편으로 한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북이 화해협력을 촉구하고 기대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루자닌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소장은 모두 발언에서 사드배치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사드배치는 북한핵문제의 해결방안이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만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한계에 다달았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려들지않기때문에 북한은 자위적 조치를 취했고 핵개발이 미국과 한국에 위협이 되자 미국과 한국이 더욱 북한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지속적으로 어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한계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미국은 직시해야 한다. 만일 한반도에서 핵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인접국인 러시아에도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남한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의 거의 절반이 찬성하는 사드배치를 쉽게 철회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역사문제가 얽힌 한국과 일본은 민족주의감정이 개입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계회복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고르 사기토프 러시아외무부 아시아 1국 부국장도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항상 한반도문제 해결에서 평화적방법을 추구해 왔다. 북핵, 로켓개발로 한반도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한국은 사드배치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해결방법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유감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북핵문제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소장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이 있었지만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 가지고 있는 전략적, 군사적 이해가 크기 때문”이라며 “사드시스템은 미,일,한을 한 개의 방어시스템으로 묶으려는 시도이다. 트럼프정부도 오바마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에서 벗어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하지만 중국은 만약 북한이 무너지면 중요한 동맹국을 잃게 된다. 나토에 의해 서쪽이 봉쇄당한 러시아도 북한이란 존재는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의 핵개발이 가지는 자위적 차원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인도와 파키스탄도 꾸준히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관심도 없다. 미국도 아무런 언급도 없이 묵인하고 있다. 그런데 왜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만 매번 문제 삼는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는 아무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물론 러시아는 북핵과 로켓개발이 한반도 상황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로켓문제는 핵문제와 다르게 취급되어야한다. 로켓개발은 북한의 권리일 수 있다. 로켓개발을 규제해야 한다면 남북한 함께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관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는 더 이상 나빠질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지만 군사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90년대 초중반에 미국에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타격을 시뮬레이션했는데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이 났다. 당시엔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는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지금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에서 지금 북한과 북핵문제를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조차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빅터 차라는 인물이 있다는데 이것도 정확하지가 않다. 한국도 북한과 북핵문제에 대해서 자체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차기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문재인이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국회가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도 소수파 대통령이고 대북정책에서도 보수당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집요한 방해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은 “북미관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을 언급하다가 북미대화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큰 문제는 북한이 진정으로 핵과 미사일을 가지길 원한다는 것이다. 3-4년 후에 북한은 미국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1,2차 핵실험을 했을 때 북핵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북한이 이미 5차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도발이라고 규정내리면 안된다. 이것은 북한이 핵능력을 갖춰가는 과정중에 하나라고 봐야한다. 더 이상 악화되기전에 미국이 북한과 북핵해결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북한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의 현실적 인식과 현재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은 3월에 직접 그리고 중국을 통해서 여러 번에 걸쳐서 미국에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번번이 거절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만 몰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상황 악화가 과연 북한의 책임인가 아니면 미국의 책임인가. 북한 당국자들은 미국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자위적 차원으로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강변했다. 미국과 북한이 자기 고집을 꺽지 않는 상태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려인 출신 저명한 학자인 김영웅교수(극동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지금 세계는 미소 양극체제에서 미국중심의 일극체제를 거쳐서 다극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다. 역사상 일극체제에서 다극제체로의 전화과정에서는 큰 갈등을 수반하곤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푸틴대통령의 외교교서에 나타난 한국의 순위변동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대통령은 2013년에 이어서 2016년에 외교교서를 발표했다. 2016년은 한국이 변화된 국제정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중심으로 움직인 해이다. 지금은 한국이 미국에 의존하면서 중국과 싸우는 형국이다. 중국이 이것을 좌시하진 않을 것이다. 2013년 외교교서에는 한국이 중국, 인도 바로 뒤에 세번째 국가로서 자리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한국은 중국 인도 뿐만 아니라 몽골 일본에도 뒤쳐져 5번째로 수록됐다. 이것은 작지만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또한 “북한이 안보리 결의사항을 위반할 때면 북한이 국제규범을 어겼다고 성토하곤 하는데 안보리 결의가 과연 국제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가 든다. 그리고 역사상 안보리 규범을 어긴 국가는 북한만은 아니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가 어디 있냐고 물어 참석자들을 박장대소케 한 블라디미르 페트롭스키는 “중국과 러시아관계는 경제분야에서는 이미 국경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산업에 대해서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 중국 한국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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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던 박근혜는 지금 어디 있나?”라고라?
밤낮 전화로만 정을 나누던 언니와 최선생님은 빵에서 오순도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시라 전해주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취해서 국제적으로 한탕할 뻔했네요... 그나마 안에서 끝낸 거이 을매나 다행인지.
염병, 그기 모인 사람들도 참 답답허네요. 우리 언니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니뭐니 그런거 몰라요. 말이
멋있으니 한번 해 본 소린데, 그걸 곧이 곧대로 믿고 한참 골머리 짜내고 그럇을 거이니 미안시러서 어쪄.
한마디 더 붙이기 : 군산복합체인 미쿡은 애시당초 한국이라는 나라를 미국의 자회사 정도로 여긴지가
오래되었거늘... 이 별나게 특수한 관계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있는 듯하군요.
'국격' '국격' 하고 있는데, 우리는 해방이후 (특히 강대국 관계에서) 국격이랄 만한 게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현실인식이겠죠. 미국과의 관계에서 '노'라는 말을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국격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노'라는 말을 했다가 김대중은 부시맨으로부터 "This man!"이라는 하대를 당했고,
노무현은 "maverick"이라는 호칭을 들었죠. 문재인이 미국에 '노'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얘기를 했다가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맹타를 당하고는 '진의가 왜곡됐다'며 쑤욱 들어갔져? 우리는
해방이후 미국으로부터 독립국가 대접을 받은 적이 없고 '부속령'에 가까운 정도의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 정확한 인식이 아닐까, 요? 옆에 앉은 남자가 슬슬 수작을 벌이고 만지작 거려도 '노'라고 말할 수
없는 여자 같은 존재, 이게 우리란 말이죠. 사드를 배치하고 싶으면 미국이 우리에게 사정사정 해도
될까말까 해야 독립국이지, 미리 알아서 벌러덩 자빠져주는 주제에 어찌 독립적 인격을 가진 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어서 미국의 말 한마디에 운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나마 평시작전통제권을 되찾기는 했지만, 이게 빚좋은 개살구라. 막상 위기의 순간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며 외마디 글발을 날리고 날리던 함석헌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지당하신 말씀이로소이다 ^^
"옆에 앉은 남자가 슬슬 수작을 벌이고 만지작 거려도 '노'라고 말할 수 없는 여자 같은 존재.."
치욕적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유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