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를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적 요리로 이끈 요리사 중 한사람으로 조르쥬 어거스트 에스코피에(George Auguste Escoffier)가 있다. 에스코피에는 현대적 프랑스 전통요리의 거장으로, 요리의 제왕으로 추앙받는 요리사로, 지금의 레스토랑시스템을 만든 사람이자 그의 저술 ‘요리의 길잡이 (Le Guide Culinaire. 1903)’는 요리사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에스코피에는 니스에서 앙티브 방향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빌뇌브 루베(Villeneuve-Loubet)에서 태어났다. 빌뇌브 루베는 작은 어촌마을로 관광명소로 이름난 곳은 아니지만 1966년 에스코피에의 생가를 개조한 요리예술박물관(Musee de l' art Culinaire)이 들어서면서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자, 스파가 각광을 받으면서 해안 휴양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16세기의 중세마을 빌뇌브 루베
빌뇌브 루베는 카뉴 쉬르 메르(Cagnes-sur-Mer)와 앙티브 사이 위치한 곳으로 루(Loup)강 입구에 위치해, 내륙의 빌뇌브 마을과 지중해 해안에 자리한 루베 마을이 합쳐져 지금은 빌뇌브 루베라 불린다. 마을은 13세기에 본격적으로 형성되었지만 전쟁과 페스트로 황폐화되어 방치되었다가, 16세기에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이들이 찾아들며 작은 어촌 마을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16세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 고색창연하게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고 있고, 마을 밖의 해안가에는 최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천사의 만’과 함께 21세기의 최첨단를 보여주며, 묘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빌뇌브 루베만의 독특한 향을 피워낸다.
빌뇌브 루베의 볼거리로는 성과 박물관이다. 보메트 성 (Le château des Baumettes)은 19세기말의 네오팔라디오 양식의 아름다운 성으로 2005년부터 앙드레 말로 문화공간(l’Espace Culturel André-Malraux)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빌뇌브 루베의 주민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빌뇌브 루베성은 (Le château de Villeneuve-Loubet)는 13세기에 로메드 빌노브에 의해 지어진 성이다. 성은 기다란 성벽과, 승개교와 네 개의 망루, 오각형의 장식창이 달린 소탑들이 웅장하고 위엄있게 마을을 굽어내려다 본다.
에스코피에는 성의 소유주였던 파니스 파시 후작의 주방장으로 일을 하면서, 후작으로부터 최초의 요리책을 저술한 타유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요리에 대한 꿈을 키우며,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시청사 뒤에 자리한 군사박물관 (Le musée militaire)은 20세기에 발발했던 전쟁 중 프랑스가 연관된 역사적 사실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 체험 현장이다. 세계 1차 대전, 세계 2차 대전, 알제리전, 리반, 걸프, 인도차이나 등의 전쟁에 관련된 된 문헌, 신문, 포스터, 선전문, 사진, 무기, 유니폼 등 다양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고, 그밖에도 세미나, 컨퍼런스, 기획전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연중 진행된다.
“요리사들의 왕, 왕들의 요리사 프랑스 요리의 왕,” 에스코피에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Georges Auguste Escoffier1846-1935)는 빌뇌브 루베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장장이로 일하며 담배를 재배해 직접 장에서 판매하던 사람이다. 에스코피에는 아버지 곁에서 불을 다루는 법과 질 좋은 담배를 구별하는 후각을 배우다 1859년 열세 살에 삼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프랑세’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재료 구매, 홀 서빙을 비롯한 레스토랑의 온갖 잡일을 하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요리사의 길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1864년, 니스에 있는 ‘벨뷔 호텔’에서 일하며 아픈 딸의 요양을 위해 파리에서 내려온 ‘프티 물랭 루주’ 레스토랑의 주인 바르두를 만나게 되고, 1865년 바르두를 따라 파리에 올라와 ‘프티 물랭 루주’레스토랑에서 고기구이 전문 조리사로, 소스 담당자로도 일했다. 일 년 후에 5개월간 군 복무를 하고,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라인강 메스 지역 군 사령부의 요청으로 주방장으로 일을 하다 프랑스 군이 패전을 거듭하던 상황에 에스코피에도 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 전쟁이 끝나 후 에스코피에는 파리의 ‘메르’ 주방을 지휘하게 되면서 요리사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격월간지 “요리의 기술‘에 글을 기고하며 저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에스코피에는 1890년 문을 연 사보이 호텔에서 요리장으로 일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1893년 사보이 호텔에 묵었던 여가수 넬리 멜바를 위해 '페슈 멜바(피치 멜바)'를 만들어 헌정했고, 이때부터 그는 유명인사의 이름을 딴 요리들을 개발했다. 그 중에서도 여배우 블랑슈 당티니를 위해서 브랑슈 당티니 아이스크림, 나폴레옹 3세의 정부인 코라 펄을 위해서는 코라 펄 새끼양 누아제트를, 배우 사라 베르나르에게는 사라 베르나르 딸기를 헌정했고, 이후 자신의 이름이 붙은 요리를 먹는 것은 상류층 사회에서 하나의 특권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 후 1899년 칼튼 호텔로 옮겨 74세에 은퇴할 때까지 23년 동안 요리장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전설적인 요리사로 남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요리를 세계에 알리고, 프랑스 요리를 체계화시킨 것을 인정해 에스코피에에게 1920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요리의 세계를 체계화 시킨 에스코피에
에스코피에는 수천가지의 다양한 요리를 개발한 공로도 크지만, 현재 레스토랑의 음식 서브순서를 만들어 현대식 메뉴를 체계화시키고, 식탁의 차림 간소화,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한 장은 주방, 한 장은 서버, 한 장은 기록용으로 남기는 방법을 창안해 내어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했다. 주방 시스템에서도 한 가지 음식마다 팀을 구성했던 과거 방식과 달리, 차가운 음식, 수프와 야채와 디저트, 각종 구이와 튀김, 소스, 제과 등 5개 파트로 구분해서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스코피에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으로 육수로 생각했고, 좋은 육수만 있다면 음식 만들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리고 경험을 중시한 사람으로 요리를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을 강조했고,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고 했으며, 말년에는 다른 분야의 예술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위대한 요리는 가장 단순한 요리라고 했다.
또한 에스코피에는 세계적인 요리사로 인정받으면서 자선사업을 하며, 요리사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요리에 관한 저술도 쉬지 않고 했던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요리의 필독서인 “요리의 길잡이 (Le Guide Culinaire : 1903)”는 요리 전문가인 길버트(P.Gilbert), 페튜(E. Fetu)와 함께 출간한 책으로, 에스코피에는 이 책에 그가 익히고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치를 이용한 요리 방법을 체계화 시켜, 요리의 규범과 기초를 마련했다.
요리예술 박물관 (Musée Escoffier de l'Art Culinaire)
요리예술 박물관은 1966년 에스코피에 고향집을 개조해 박물관으로 개관한 곳으로 19세기에 지어진 저택이다. 박물관에는 요리에 관련된 요리 기구, 식단, 테이블 장식부터 에스코피에가 62년 동안 요리했던 1500가지의 다양한 요리들을 볼 수 있게 재현해 놓았다.
개관시간: 14시-18시
주소: 3, rue Escoffier 06270 Villeneuve-Loubet
Tél : 04 93 20 80 51
www.fondation-escoffier.org/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