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재앙은 ‘고독’과 ‘테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국제사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발효된 것이나 다름없다. 테러리즘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던 프랑스는 2012년 3월 툴루즈에서 알제리계 프랑스인 메라가 군인 3명, 유대인 어린이 3명을 포함한 7명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하자 기존 테러방지법을 대폭 강화시켰다. 


이후 이슬람 테러조직의 기세가 갈수록 험악해지자 프랑스는 테러방지법을 다시 강화시켜 2014년 11월 까즈뇌브 법령을 제정했다. 그럼에도 지난 1월 7일부터 3일간 파리에서 연쇄테러가 발생하자 테러방지법을 보강하는 제도 마련이 다시 시급한 현안문제로 떠올랐다. 


까즈뇌브 내무부장관은 지난 3월 19일 새롭게 강화된 테러방지법을 각료회의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오는 4월 13일부터 국회에서 승인절차를 거치는데, 이에 앞서 야권은 정부의 강력한 테러방지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파리와 근교지방, 남불 알프-마리티므 지방에 테러경계령이, 나머지 지역에는 테러주의보가 4월 10일까지 발령된 상황으로 이 테러경보는 더 연장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1·7 테러이후 1만5백 명의 군사병력을 투입하여 전국 830개 지역에 순찰을 강화시켰다. 테러경보로 인해 전국 어디선가 매일 군사병력이 출동되고 있다고 최근 국방부가 밝혔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테러훈련을 받고 귀국한 내국인 3천 명을 상대로 현재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4월 첫 주에도 시리아에서 테러훈련을 받고 귀국한 내국인은 2명에 대한 수사가 즉시 가동된 상태이다. 


지난 1·7 테러범들은 절도와 마약거래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이슬람 수감자들에 포섭되어 예멘에서 알카에다 군사테러훈련을 받고 귀국, 테러를 자행한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이 때문에 교도소에서 젊은 잡범들이 위험한 테러범들에게 포섭되지 못하도록 이슬람테러범들만을 따로 분리 수용하는 감옥 5개가 신설될 전망이다. 현재는 파리근교 프렌느 교도소에서만 이슬람 테러범들을 분리 수용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지만 욕설, 중상, 개인사생활침해, 인종차별에는 지독히 엄격한 편이다. 테러리즘을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발언도 1881년부터 프랑스가 법으로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서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있다. 




▶ 테러 찬양이나 옹호발언은 테러방지법에 저촉




2012년 3월 툴루즈 테러 이후 테러방지법이 강화되어, 테러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테러를 찬양하는 언행에는 최고 5년 징역에 45,000유로의 벌금이 과해지도록 법안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 제정된 까즈뇌브 테러방지법은 더욱 엄격해졌다. 가령 길거리에서 테러조직을 찬양하는 발언을 외치면 최고 5년 징역에 7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테러를 암시하는 전단을 뿌리거나 벽에 낙서 혹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인터넷을 이용하여 테러를 고무했을 경우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아, 최고 7년 징역에 10만 유로의 벌금이 과해진다. 1월 7일 이후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까즈뇌브 법령이다. 


샤를리 주간지의 테러 소용돌이에 휘말려들던 지난 1월 11일, 코미디언 디외도네는 페이스북에 ‘내가 샤를리 쿨리발리이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로 인하여 1월 14일 경찰에 입건됐다. 쿨리발리는 1·7 테러범들 중 한 명이다. 디외도네는 테러범 찬양 혐의로 2개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근 발표된 한 자료에 의하면, 2001년 9월 뉴욕 테러 이후 8명이, 2012년 3월 툴루즈 테러 이후 5명이 테러를 동조하거나 찬양했다는 혐의로 입건됐다. 반면 1월 7일 테러 이후 불과 15일 만에 30명이 입건됐고 현재 70명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 현금 유통에도 감시체제 강화




사회 부정부패의 근원은 거액의 현금거래에서도 기인한다. 


2014년 4월 16일 한국에서는 고등학생 수학여행단이 탑승한 세월호가 침몰하여 3백여 명이 사망했다. 세월호 실소유주 유씨는 20억 현금다발을 챙겨들고 도주하여 국민들을 다시 경악시켰다. 유씨는 지명수배자가 되어 경찰과 검찰에 쫓기면서도 전남 순천 지방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자 5만 원짜리 돈뭉치로 수억 땅 값을 지불하여 실소마저 자아내기도 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는 각종 범죄와 질펀한 한탕주의, 범법행위를 막기 위해 현금거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테러리즘과 현금유통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사팽 재무부장관은 테러방지책의 일환으로 현금유통의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테러리스트들에게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정책이다. 1·7 파리 테러범들도 범죄행위에 사용할 무시무시한 전쟁용 총기를 현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9월 1일부터 현금결제의 상한선은 현재 3,000유로에서 1,000유로로 낮추어질 전망이다. 2016년 1월 1일부터는 구좌에서 1만 유로 이상의 현금이 인출되는 경우 은행은 의무적으로 재무금융조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1,000유로 이상을 환전할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변경된다. EU회원국으로부터 송금 받는 액수가 1만 유로를 초과할 경우에는 자금출처를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무부 장관은 테러혐의자들의 부동산거래를 6개월 동결시킬 권한을 지니며 동결기간은 필요에 따라 더 연장할 수 있다. 


 


▶ 인터넷공급자들과 수사협력체제 구축




테러리즘과 인터넷도 끊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이슬람 지하드 테러조직이 인터넷을 기점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각 사이트에 대한 검열도 한층 강화된다. 테러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사이트 차단은 지난 2월부터 가차 없이 강행되고 있다. 


따라서 테러와 연관된 사이트들의 원활한 차단을 위해 인터넷공급자(FAI)와 공조수사체제를 구축할 전망이다. 프랑스는 이미 인터넷공급사들과의 공조수사로 2004년부터 미성년성매매, 인종차별, 전쟁범죄와 관련된 사이트들을 차단해왔다. 


인터넷공급자들은 테러리즘과 연관된 의심스러운 사이트나 메시지교환, 테러용의자들이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 등이 감지될 경우 수사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등은 프랑스의 국가안보정책을 존중해야하며, 수사당국과 교환한 모든 정보들을 극비리에 처리하도록 법으로 명시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통한 모든 서신교환의 저장기간은 현재 1년에서 5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1월 7일 이후 인터넷공급자나 각종 웹사이트관리자들과의 협력수사로 테러리즘과 연관된 사이트게시물 신고가 3만 건 접수됐다고 발스 총리가 밝혔다. 평소보다 6배가 많은 신고이다. 




▶ 사이버수사대 권한강화




정보 입수에 늦은 수사기관의 뒤통수를 치고, 지난 1월 7일 파리에서 테러가 자행됐다. 테러방지책의 최고 묘법은 수집된 비밀정보들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 테러가 발생할 것인가를 미리 알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강화된 테러방지법의 골자는 사이버 수사기관의 감시대상확대, 수사대원들의 역할강화, 수사요원 증가와 첨단전자장비 도입에 따른 지원예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무부소속 정보수집요원으로 1,100명이 추가로 채용될 예정인데 국회가 어떻게 승인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특히 사이버수사대원들에게 부여되는 대폭적인 권한이 주목할 만하다. 제임스 본드에게 007 살인면허가 주어진 것처럼, 이들은 법원의 사전허락 없이 내무부장관의 지휘아래 즉각적으로 용의자들의 사생활에 깊숙이 침투할 권한이 주어진다. 


가령 익명으로 누군가 인터넷에 테러를 고무하는 글을 올렸을 경우 사이버수사대는 장본인을 추적하여 사전구속영장 없이 체포, 직접 취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택수색, 전화도청, 미행, 감시카메라부착 등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용의자의 컴퓨터에 첩보프로그램을 깔아 자판기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메시지들을 감식할 권리, 가짜 핸드폰망을 설치하여 용의자의 핸드폰이 작동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정보수사대와 연결시키는 작업 등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테러용의자들의 숨소리까지 채취하여 사전에 테러를 예방한다는 작전이다.


이렇게 강화되는 테러방지법을 두고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더 나아가 국가권력남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주주의를 생명처럼 여기는 미국과 유럽국가가 오히려 국가기밀누설자나 테러용의자들에게는 지나치도록 가혹하다는 의견도 일부 프랑스 사회학자나 인권주의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서 개인의 사생활존중이 먼저냐, 사회치안유지가 먼저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프랑스는 사회공동체의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생활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노선을 택하고 있다. 특히 테러용의자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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