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
나는, 꽃바람 들었답니다
당신이 바람 넣었어요
-<봄봄봄, 그리고 봄> 김용택-
봄이 살랑살랑 꽃바람을 불어온다. 파리 남쪽의 소공원에 부는 꽃바람은 더 강렬하고 근사하고 화사하다. 분홍색 벚꽃과 하얀색 벚꽃이 꽃구름을 만들며 무릉도원이 이렇지 않을까 싶도록 황홀하다.
운하를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포플러 나무들의 이파리들은 바람 따라, 햇살 따라 왈츠를 추듯 경쾌하다. 숲의 오솔길은 깊고 은밀하다. 봄날이 가기 전에 소공원을 찾지 않으면 후회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소 공원의 역사
소 공원은 17세기 말 앙드레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 1613~1700)의 손길로 조성된 공원으로 작은 베르사유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대략 180ha에 면적에 공원과 숲이 아름답게 조성된 동화나라다. 이렇게 훌륭한 정원을 조성한 앙드레 르 노트르는 튈르리 궁전 주임 조경사의 아들로 아버지의 직위를 이어받아 왕궁 정원장으로 일했다.그는 궁전과 저택을 주축으로 정원을 기하학적 모양으로 장대하게 펼쳐지게 하는 프랑스식 정원을 창조하여 프랑스 정원사의 새 역사를 쓴 인물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베르사유 궁전, 생 제르맹 앙레, 샹티이 정원 등이 있다.
소공원은 그 당시 정치가였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요청을 받아 설계된 정원이다. 성 앞은 기하학적 양식으로 프랑스식 정원이고, 주변은 숲을 자연그대로 살리면서 연못, 산책길, 운하가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공원 안에는 일 드 프랑스 박물관(Musée de l’Île-de-France)으로 사용되고 있는 콜베르의 대저택 소성(Château de Sceaux)도 자리하고 있다.
소 성(Château de Sceaux)
소 성은 루이 14세 시절에 정치가이자 프랑스 해군장관과 재무장관을 지낸 콜베르가 1670년경에 세운 저택이다. 그의 지위와 명성에 어울리는 저택을 짓기 위해 장인과 당대 최고의 조각가, 실내장식가, 조각가 등의 손에 맡겨 화려하게 지었고, 정원은 그 시대의 가장 유명한 조경사 르 노트르에게 맡겼던 것이다. 콜베르가 죽은 후, 시대에 따라 주인이 바뀌었지만, 파리의 저명인사들과 유명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로 사랑받았다.
프랑스 혁명 때 성은 국민의 재산으로 지정되어 국가에 몰수 되어 대부분이 헐리는 비운을 겪었다. 공원에 놓여있던 조각들과 성의 가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중에서 조각 일부는 루브르 박물관, 룩상부르 정원, 튈르리 정원에서 볼 수 있다.
성은 19세기 중반 건축가 오귀스탱의 설계에 따라 보수 및 증축을 하여 고전양식으로 새로이 세워졌다. 1922년에 주인이었던 포시니 시트라 공주가 영지를 팔려고 해, 센느 도의회에서 구입했고, 1937년부터 성의 일부는 ‘일 드 프랑스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일드 프랑스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예술품, 20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파리파 (École de Paris)화가들의 그림과 20세기 초 센 강 주변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수사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소 공원은 파리의 도심의 소음과 분주함과 분리되어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 마냥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말을 타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명상을 하는 사람,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아버지, 낮잠을 즐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풀밭 위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 꽃을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하게 자신의 모습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당신의 자리도 있다. 백만 년 전의 아득한 나의 한 생을 만나듯 고목의 등에 기대어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저 멍 때리기를 해도 좋다. 반복적인 일상에 쫓겨, 파란 하늘에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을 본적이 언제였던가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