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이계선목사 초청 좌담
뉴스로=임지환기자 nychrisnj@yahoo.com
“진보민주세력 여러분! 제가 김재규장군을 복권시켜 드리는 것처럼 여러분은 제 아버지를 복권시켜 주세요. 그래야 박정희만세 김재규만세 대한민국만세가 됩니다.”
박근혜정권하 ‘금단(禁斷)의 소설’을 놓고 뜨거운 토론회가 뉴욕 한복판에서 열렸다. ‘김재규 복권소설’로 알려진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는 뉴욕의 이계선 목사가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지난 2013년 10월 탈고한 장편 소설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10월 26일 궁정동의 총성. 그리고 47일뒤 벌어진 12.12 군사반란. 박정희와 김재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숨가뿐 역사의 변곡점(變曲點)을 드라마틱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끌고 나간 작품이다.
그러나 박근혜정권 하에서 ‘김재규 복권’을 내세운 소설을 감히 낼만한 출판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2014년 초 한 출판사가 용기를 냈지만 편집까지 마치고도 결국 출간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후 서랍속에 들어간 이 작품은 지난 1월초부터 ‘글로벌웹진’ 뉴스로에 단독연재되면서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그리고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으로 박근혜 정권이 종말을 고하면서 3년만에 출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맨해튼 32가 미주흥사단 사무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장철우 전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와 흥사단 윤창희 위원장, 정광채 뉴욕지부장, 서황석 전 뉴욕약사회장 등 40여명의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2시간반동안 진지한 시간이 이어졌다.
정광채 뉴욕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은 이계선 목사가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노창현 뉴스로 대표기자가 이 작품의 역사적 의미와 진행과정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질의응답 등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계선 목사는 “한국 민주화의 물꼬를 트고 죽은 김재규장군은 아직도 대역무도의 죄인으로 남아있다. 김재규장군을 복권시켜야 국민대통합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침표가 완성된다. 장군의 복권을 위하여 나는 김재규소설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계선 목사는 김재규 복권이 곧 박정희 복권이요, 국민대통합이라고 말한다. 소설 마지막 대목에 나오는 안동일변호사의 꿈이야기가 그것이다. 18대 대통령 박근혜가 김재규의 복권을 선언하며, 박정희 복권을 당부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등단작가이자 에세이 ‘돌섬통신’으로 많은 고정팬을 거느린 이계선목사가 김재규 소설을 쓰게 된 것은 20년전 뉴욕 플러싱에서 열린 김재규장군 추모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 신문에 ‘저승에서 만난 박정희와 김재규가 화해’하는 내용의 칼럼이 주목을 받으며 주위에서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장편소설을 써본적이 없는 나는 어림도 없는 말로 들렸어요. 10년 세월이 흐르고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되자 속에서 뜨거운게 올라오는 거예요. 무엇에 빙의라도 된 듯 쓰기 시작했어요. 6개월 걸려 2/3쯤 썼는데 낡은 컴퓨터가 실수하여 몽땅 날렸습니다. 2개월 동안 낙심하다 보니 오른손, 오른발이 힘을 잃어버려 젓갈질 펜글씨는 물론 타이핑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때 돌섬통신 독자들이 격려를 보내왔어요. 힘입어 기도하는 가운데 다시 시작해서 마침내 탈고할 수 있었지요.”
이계선 목사가 오른쪽 몸에 마비가 올 만큼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에 대해 참석자들은 활발한 의견을 개진(開陳)했다.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평가 이전에 독재를 한 대통령 박정희 밑에서 중정부장을 지낸 그의 책임도 있지 않느냐”는 한 참석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계선 목사는 “김재규장군은 박정희가 가장 두려워한 장준하선생이 75년 박정권에 의해 의문사하기 이전부터 접촉을 하고 있었고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위한 물밑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면서 10.26을 역사 흐름의 큰 줄기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창현 뉴스로 대표도 “지금 당장 인터넷을 통해 김재규 장군의 최후진술을 육성으로 들어보면 그가 왜 무모하게만 보이는 10.26을 결행했고 얼마나 자유민주주의를 소망했는지 잘 알 수 있다”면서 “이제라도 김재규평전 등 김재규장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엔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평가작업을 위해 뉴욕에 온 김양래 상임이사는 “우리 현대사에서 4.19와 5.18, 6.10 항쟁 등 세차례의 민주항쟁이 있었지만 5.18만이 철저하게 역사의 그늘에 묻혀 있다”면서 5.18의 진실찾기와 재평가가 활발히 이뤄지는만큼 김재규 복권소설을 통한 문제제기와 당위성에 공감했다.
3년전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출간을 위해 후원회까지 꾸려가며 도왔던 서황석 전 뉴욕약사회장은 “뉴스로를 통해 김재규 복권소설이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이 10.26과 12.12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5월 24일 김재규 장군 34주기가 오는만큼 이번엔 반드시 한국에서 소설이 정식 출간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www.newsroh.com
<꼬리뉴스>
등촌의 김재규소설을 도와줍시다 (2017.2.7.)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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