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는 물론이고 일선교사, 시민단체 등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결국 강행되고 말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월) 중·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로 맞서고,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 수위가 높아가는 가운데,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한국사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의 바람이 뜨겁게 일고 있다.
세계 한인동포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
2일(금) 발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재외동포 성명서>는 “재외동포들과 미래 세대들의 바른 가치관 성립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성명서는 “교학사 교과서 파동에서도 경험하였듯이 국정화 된 교과서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근대화로, 박정희 군사 독재를 산업화로 미화하며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고 항일 독립운동을 왜곡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결코 추진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사 국정화 추진이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하고 유신 독재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성명서는 “친일과 독재의 상징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역사적 죄과를 덮고 미래 세대들을 자신들의 정권에 충성하게 하는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수 십 년 동안의 민주화 운동을 통해 마침내 이룬 민주주의적 가치를 파괴하고 유신 독재시대로 되돌아 가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 세계의 민주시민들과 함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저히 막아낼 것”이라고 천명한 재외동포 성명서는 14일(수) 현재 미국과 캐나다, 호주·독일·영국·일본·프랑스 등 전 세계 27개국 한인 3,024명이 서명해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 전문읽기와 서명운동 참여는 http://goo.gl/forms/kNgdlnjr9j에서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에서도 국정화 반대 목소리
미씨 USA와 뉴스프로 등 미주 한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온라인 매체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내년에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인터뷰하러 잠시 한국에 나왔다는 재미동포는 인터넷 게시판에 “너무 기가 막혀서 귀국을 진심으로 다시 고려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캐롤튼에 거주하는 40대 한인 A씨 또한 국정 역사 교과서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바른 역사관은 단일 역사 교과서로 키워지지 않는다. 획일화된 교육이야말로 왜곡과 세뇌 교육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A씨는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에서 16년 가까이 교사생활을 했다는 한인 B 씨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 운을 떼며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굴욕도, 군부독재에 민주주의가 억압받았던 쓰린 기억도 모두 ‘역사’의 한페이지다. 잘못된 역사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역사”라면서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올바른 기록을 통해 후손들에게 지표가 되어야 할 역사를 정권의 구미에 맞춰 포장하고 은폐해 단일 교과서로 만든다는 것은 후손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세뇌하고 주입시키는 것”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각계의 극심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정부가 국정화하려는 역사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규정한 새정치 민주연합은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해임건의한을 제출하는 한편 국정화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담은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역사교육연구회·역사교육학회·웅진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4개 역사교육 관련 학회도 “국정화 회귀는 정치적, 문화적, 교육적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국정교과서 도입은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 2일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과 전국 역사 교사 2,255명의 반대성명이 발표된 이후 한달 남짓의 기간동안 선언과 성명에 참여한 교수·교사·학부모 수가 5만 명이 넘었다.
또한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전국 17명의 시·도교육감 중 15명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할 정도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방침대로 2017학년도부터 중·고교에 적용하려면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교과서가 완성돼야 하는데 학계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지금 상황에서라면 2013년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 외에 새로운 집필에 참여할 학자를 모으기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박근혜 대통령에 직격탄
해외언론들도 국정교과서 강행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3일(화) ‘정치인들과 교과서(Politicaians and Textbooks)’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총리인 신조 아베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들과 관련된 부끄러운 과거사를 감추고자 교과서에 압력은 넣고 있다”고 적었다.
특히 사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일제 식민정치 시대와 한국 군사독재부분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한 후 “박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일제 식민시절 일본 제국 군대의 장교였고 1962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의 군사독재자였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교과서를 고치려는 위험한 시도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려는 위협”이라고 끝맺는다.
한편 한국정부가 발표한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 신입생부터 ‘통합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이로써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1년 검정교과서로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회귀하게 된다.
[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newsne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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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사설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직격탄>
Both Prime Minister Shinzo Abe of Japan and President Park Geun-hye of South Korea are pushing to have high school history textbooks in their countries rewritten to reflect their political views.
일본 총리인 신조 아베와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국가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Mr. Abe has instructed the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only textbooks that promote patriotism. He is primarily concerned about the World War II era, and wants to shift the focus away from disgraceful chapters in that history.
아베총리는 교육부가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의 교과서만 승인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주요 관심 분야는 2차대전 시대로 당시 역사의 수치스러운 장으로부터 초점이 벗어나기를 바란다.
For example, he wants the Korean “comfort women” issue taken out of textbooks, and he wants to downplay the mass killings committed by Japanese troops in Nanking.
예를 들어 한국 “위안부” 이슈가 교과서에서 삭제되기를 원하고 남경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대량학살도 축소 기록하고 싶어한다.
His critics say he is trying to foster dangerous nationalism by sanitizing Japan’s wartime aggression.
비판자들은 그가 전쟁 당시의 일본의 침략 행위를 미화함으로써 위험한 국수주의를 육성하려 한다고 말한다.
Ms. Park is concerned about the portrayal of Japanese colonialism and the postcolonial South Korean dictatorships in history books.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일제 식민정치시대와 그 시대 이후의 한국 군사독재 부분에 대해 우려한다.
She wants to downplay Korean collaboration with the Japanese colonial authorities and last summer pushed the South Korean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a new textbook that says those who worked with the Japanese did so under coercion.
(A majority of professionals and elite civil servants today come from families that worked with the Japanese colonizers.)
박대통령은 일본 식민정부와 한국이 협력한 사실이 축소 기록되기를 원하며, 지난 여름에는 당시 일본에 협조했던 사람들이 강요에 의해 그렇게 했다고 말한 교과서를 승인하도록 한국 교육부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전문직과 고위 공무원 중 대다수가 일제치하에서 일본에 협조했던 집안 출신이다.)
Academics, trade unions and teachers have accused Ms. Park of distorting history.
학계, 노조, 교사들은 박대통령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Mr. Abe and Ms. Park both have personal family histories that make them sensitive to the war and collaboration.
아베총리와 박대통령은 둘 다 이차대전과 친일 협조 이슈에 민감할 만한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다.
After Japan’s defeat in the war, the Allied powers arrested Mr. Abe’s grandfather, Nobusuke Kishi, as a suspected class A war criminal.
패전 후 연합군은 아베총리의 할아버지인 노부스케 키시를 A급 전범 의혹자로 체포했다.
Ms. Park’s father, Park Chung-hee, was an Imperial Japanese Army officer during the colonial era and South Korea’s military dictator from 1962 to 1979.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식민 시절 일본 제국군대의 장교였으며 1962년에서 1979년까지 한국의 군사 독재자였다.
In both countries, these dangerous efforts to revise textbooks threaten to thwart the lessons of history.
교과서를 고치려는 두 나라의 위험한 시도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려는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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