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헤이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거행…평일 낮 빗속에도 3백명 운집
언스트 시장 “다른 도시들도 함께해 달라”…김백규 “절대 잊지 않겠다”
강일출 할머니 “강제로 처녀공출” 증언…에콜스 “이 비는 하나님의 눈물”
‘평화의 소녀상’이 성적 인신매매 근절의 상징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지난 30일(금) 오전 10시 애틀랜타 인근 브룩헤이븐 시립공원에는 남부지역 최초의 소녀상이자 미국내 세 번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하늘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러움을 씻어주고 싶언던 듯 행사장에는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렸고, 평일 빗속에서도 300여명의 하객들이 몰려들어 소녀상 제막을 축하했다.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사회에 인신매매의 위험과 폐해를 알리는 상징으로 세워져 주목된다. 브룩헤이븐市 존 언스트 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막식은 소녀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돗보였다.
언스트 시장은 “브룩헤이븐은 조지아주는 물론 남부에서 위안부 기념물을 공개적으로 세우는 첫번째 도시가 된다”며 “다른 도시들도 인신매매에 반대하는데 강력하고 공개적으로 우리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라며 “브룩헤이븐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포럼 ‘우리는 그것을 사지 않는다’(We're Not Buying It)에 최초로 가입한 도시”라고도 말했다.
행사에는 요리사로 변신해 성공한 가수 이지연씨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러 큰 갈채를 받았다.
소녀상을 브룩헤이븐에 세우도록 주도한 존 박 시의원은 “성노예로 고통당한 그 소녀들이 고향집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이제 소녀상도 도전을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는 누군가는 부정하고 있는 과거의 비극에 대해 더 밝은 조명을 비출수 있게 됐다”며 “소녀상과 고통받은 분들을 브룩헤이븐에 환영한다.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home)”고 말했다.
린리 존스 시의원은 “신명기(구약성서)는 우리에게 ‘잊지말고 기억하라. 자손들에게 우리가 보고 배운 것을 가르치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 소녀상은 우리에게 그렇게 할 기회를 주었고, 나는 이 기회를 잡기로 했다”며 소녀상 건립위원회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소녀상 건립을 기획하고 지난 3년간 추진해온 김백규 건립위원장은 “우리는 정치적 잇권을 노리는 정치행동도 아니고 한일간 대립 문제도 아니다”며 위안부 피해자가 적어도 13개 아태지역 국가들에 걸쳐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직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고 인식하는 것 만이 지역사회와 나아가 세계에서 성폭력을 근절하도록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안부를 기억하자. 우리는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는 기립박수 속에 강단에 올라 자신의 경험담을 증언했다.
강 할머니는 “경상북도 상주가 내 고향이다”며 “그랬는데 일본 사람이 (나를) 끌고 중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로 처녀공출이라며 개처럼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강 할머니는 “미국 사람들이 많은 후원을 해줘 감사하다. 이 세상을 떠나도 미국 사람은 잊지 않겠다”며 “우리 동포들께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에 태어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라울 도나토 주애틀랜타 필리핀 총영사는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많은 책을 읽었다”며 “그 과정에서 위안부 사실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도나토 총영사는 “우리는 절대 잊어선 안되며, 잊지 않을 것이다”며 “오늘날도 대량의 인권 침해와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전 세계 모든 사회문화계층에서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나토 총영사는 “세계전쟁과 다양한 내전을 겪은 모든 국가들은 평화와 이해의 새 시대를 열었다”며 “용서, 평화, 진정한 사랑의 이 자애로운 길을 우리와 전 세계 사람들 속에서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팀 에콜스 조지아주 공공서비스 위원회 부위원장은 “빗소리가 들리냐”며 “인간성이 파괴되는 고통을 받은 희생자들 위에 하나님이 울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인신매매 근절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에콜스 부위원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일례를 소개하고 “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하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바로 오늘 이 도시에도 속임수에 넘어가 지옥같은 일에 빠지는 불쌍한 소녀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고 말했다.
에콜스는 “주인도 다르고 가해자도 다르다. 하지만 정확히 같은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이에 맛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아이를 속여 성인신매매하는 사람들을 평생 감옥에 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리 얀두라 브룩헤이븐 경찰서장은 “애틀랜타는 세계 성인신매매의 수도”라며 “(성인신매매 관련해서) 지난 5년간 3억달러의 매출이 있었는데, 이는 불법마약이나 불법총기 판매액보다 1.5배나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얀두라 서장은 “조지아주에선서만 28000명의 청소년들이 매년 성매매로 착취당하고 있고, 매월 7200명의 남성이 청소년기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착취당한 소녀들의 평균나이는 12~14세이고, 소년들도 착취당했는데 평균나이는 11~13세다”라고 밝히고, “나는 2차 세계대전에서 반복된 그 역사를 담은 이 소녀상이 이러한 문제가 이곳에도 있고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상징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행사 말미에 김백규 건립위원장을 비롯한 건립위원들과 강일출 할머니, 브룩헤이븐 시장과 시의원들은 함께 평화의 소녀상의 베일을 벗겼다.
이어 김 위원장의 부인인 김진숙 여사가 꽃다발을 소녀상 빈 의자에 놓았고, 축가를 불렀던 이지연씨가 소녀상 목에 화환을 걸어주었다.
강일출 할머니는 소녀상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참석자들은 빗속에도 불구하고 서로 앞다퉈 소녀상과 기념촬영 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제막식은 한국방송은 물론이고 일본 방송사들과 AP를 비롯한 통신사들까지 수많은 언론사들이 취재에 참여했다.
주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측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 김백규 위원장은 “자칫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자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뉴스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밖으로는 행동을 자제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여러 사안들을 처리하고 바쁘게 움직여왔다”고 말했다.
브룩헤이븐시는 소녀상 주변에 나비 모양의 화단을 만들 계획이다. 화단 조성은 건립위원회가 비용을 부담하고, 이후 관리는 시측에서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위원회는 이번 소녀상 제막을 계기로 애틀랜타 도심부에 제2의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겠다며 강한 의지는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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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출 할머니(90)가 30일 평화의 소녀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회를 다지고 있다. 비가 오는 중에 치러진 제막식에는 300여명의 관중이 물려들어 혼잡을 빚었다. |
▲소녀상 옆에 강일출 할머니가 자리하고 주위에 건립위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백규 건립위원장. 제막에는 건립위원들과 브룩헤이븐 시 관계자가 함께 했다. |
▲좌로부터 소녀상 작가 김서경씨,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사무총장, 김백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장, 소녀상 작가 김운성씨. |
▲브룩헤이븐 시의원들과 소녀상 건립위원들 일부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끝 인물이 존 언스트 브룩헤이븐 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