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가재 고통과 관련한 해묵은 논란 나와










▲게는 과연 고통을 느낄까. 최근 영국의 한 한인마트가 냉장고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게를 판매해 ‘학대 논란’에 휘말렸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최근 영국의 한인 마트가 살아 있는 게(crab)를 판매했다가 '학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달 27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런던 남부의 한 한인 마트가 살아 있는 게를 비닐로 포장해 판매해 일부 고객의 강한 항의를 받았고, 전국적인 논란으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이 한인 마트는 살아 있는 게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비닐로 포장한 다음 냉장고에 보관해 판매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이 게가 비닐
포장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논란거리가 됐다. 게는 냉장고에 저장해도 2∼3일 정도는 저온으로
활동이 저하될 뿐 완전히 죽지는 않는다.



해당 한인 마트는 환경 당국까지 조사에 나서자 당분간 살아 있는 게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고통의 본질은 주관적 경험, 고통 여부 증명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살아있는 게를 판매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게를 냉장고에 저장하는 것이 게에게 고통 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서 가재가 팔딱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불편한 서구인들이 이를 두고 끊임없이 설왕설래 하는 것과
마찬가지.



BBC도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게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 못 느끼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게는 냉장고나 끓는 물에서 과연 고통을 느낄까.



영국의 생물학 귄위자인 벨파스트 퀸스대학의 로버트 엘우드 명예교수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게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라며 "고통의 본질은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애매하다"라고 밝혔다. 게만이 안다는 뜻이다.



레스터대학의 폴 하트 생물학 교수도 "생선이나 게, 심지어 원숭이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라며 "단지 최선의 방법은 동물이 다쳤을 때 치료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식품안전국(EFSA) 규정에 따르면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는 동물로 분류되지만 게•새우•가재 등 갑각류는 그렇지 않다.



2005년 노르웨이 오슬로대 생물학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바닷가재는 끓는 물에서 팔딱거려도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다”면서 “바닷가재, 게, 벌레, 달팽이 등 대부분의 무척추동물은 고통을 느낄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가재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가재 생산지로 유명한 미국 메인주의 바닷가재 생태 연구자들은 “바닷가재의 신경 체계가 원시적이며, 뇌 또한 발달이 덜되어 곤충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바닷가재가 자극에 반응을 하지만 이는 고통을 느껴서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단순히 도망가려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게와 가재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3년 영국 퀸즈대 과학자들은 유럽 꽃게 90마리를 대상으로 전기자극 실험을 수차례 한 결과, 게들은 두 차례 경험만으로 전기 충격을 받았던 곳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게가 고통을 경험으로부터 학습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2009년 라이브사이언스닷컴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대학 연구진의 전기자극 실험 결과를 전하며 게들이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이를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빈 소라껍데기를 집으로 삼는 소라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는
게들은 집에 머물러 있는 반면 전기자극을 받은 게들은 집에서 황급히 달아났을 뿐만 아니라 집을 떠나지 않을 정도의 약한 자극에도
새집을 둘러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게들이 제 집을 버리는 희생을 취할 정도의 행동을 하는 것은 갑각류가 고통을 체험할
것이라는 가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환경 당국은 한인마트에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CPA)는 "지난 2006년 발표한 동물복지 협약 조항 대상에서 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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