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통과안에 주지사 서명… 재배 라이센스는 17개로 제한
▲ 2014년 의료용 마리화나 주민발의안을 위해 롱우드 지역에서 청원 서명을 받고 있는 한 남성이 기자 촬영 요청에 응한 모습. ⓒ 김명곤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에서 의료용 마리화나 활성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올 초 주 의회는 지난 11월 선거에서 주민발의안에 올라 71%의 찬성표를 얻은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안을 정식 수정 법안으로 통과시켰고, 지난달 23일에는 주지사 서명작업이 잇다랐다.
공화당 강경파로 의료용 마리화나법에 까칠한 반응을 보여 왔던 릭 스캇 주지사는 별다른 성명 없이 서명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주도의 행정부가 의료용 마리화나법을 확실히 받아들임으로써 이제 주내 의료용 마리화나 업계의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암, 간질, 녹내장, HIV/AIDS,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쇠약성 질환 등을 안고 있는 환자는 의사로부터 마리화나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의사가 마리화나 처방 자격을 얻으려면 2시간 훈련 과정을 거친 후 주정부 면허를 획득해야 한다. 주정부는 앞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 환자 등록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이번 수정법은 마리화나 재배 라이센스를 17개로 제한하고 각 라이센스 소지업체가 운영할 수 있는 약국을 최대 25개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재배 라이센스 수는 처방환자가 10만명이 증가할 때마다 하나씩 늘어날 수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 법안 통과를 밀었던 단체들은 신규법이 본래 주민발의안이 담았던 내용에서 한참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신규법은 증기 흡입(vaping)을 허락하는 반면 직접 흡연 방식은 금하고, 약국의 마리화나는 오일과 복용 형태로 판매하게 했다.
우여곡절 겪은 의료용 마리화나 입법화 과정
의료용 마리화나는 플로리다주에서 상당 기간 논란거리였다. 미국에서 진보적인 주들로 알려진 워싱턴 주와 워싱턴 DC를 포함해 18개 주가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를 허용하던 당시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의회는 의료용 마리화나와 관련한 헌법 개정 심의 청취조차 거절해 왔다.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에서 주 헌법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주민 투표에서 60%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이 60% 찬성을 얻기란 더욱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세를 거스르고 나타난 인물이 '포 더 피플(For the people)'이란 모토로 유명한 ‘모건 앤 모건’ 로펌 대표인 모건 변호사로, 그는 마리화나법 개정을 발벗고 나섰다.
모건은 지난 2013년 지역의 한 모임에 나타나 근래 미국에서 문제가 되어온 진통제 남용을 지적하고 마리화나가 진통제를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개정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모건은 현재 대다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처방 진통제 옥시콘틴으로 인해 연 1만 6천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중독성도 강하다고 주장하고, 인체에 독이 되는 약을 만들어 내는 제약회사만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시콘틴은 마약성 진통 성분제인 옥시코돈을 함유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월 마약성 진통제 과용으로 2010년 사망자가 1만 6651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건은 2014년 '의료용 마리화나 지지 연합(People United for Medical Marijuana)'과 함께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청원 운동을 벌여 주민 발의안에 안건을 올리는 데 성공했으나, 중간선거 주민투표에서 3%가 모자라 입법에 실패했다.
주 의회는 주민 투표를 몇 개월 달 앞두고 투표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마리화나 성분을 대폭 낮춘 대체품으로 극히 소수 질환 환자에 허락하는 일명 ‘샬롯스 웹' 안을 미리 통과시키고 주지사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모건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년 후인 2016년 모건을 비롯한 지지 연합은 재차 주민 투표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발의안 내용을 이전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다듬었다. 하지만 '샬롯스 웹'보다 마약성분인 THC 수준이 높고 치료 환자도 녹내장, 에이즈, 크론씨병,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쇠약자 등으로 여전히 범위가 넓었다. 마리화나의 상품화 방식도 규정하지 않아 흡연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보수단체들은 주민 투표 통과를 막으려 반대 진영을 구축하고 막대한 자금을 모아 캠페인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에서 의료용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일면서 의료용 마리화나 발의안은 이번에는 71%라는 압도적 찬성표를 받았다.
이번에 주지사 서명과 함께 수정법으로 자리잡은 의료용 마리화나법은 흡연 방식을 배제한 탓에 여전히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실제로 모건 변호사는 주지사 서명의 새 법이 오일과 복용 형태로 제한한 데 대해 소송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