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발스 총리와 내각의 갑작스런 총사퇴로 프랑스는 일시적으로 정치적 마비상황이 야기되면서 충격에 빠져들었다. 발스 내각이 ‘경제 살리기 투쟁팀’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지 불과 147일만이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내각총사퇴는 좌파정권의 내부분열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초강수 충격요법으로 분석된다. 


현 정권의 내분이 최고 위험수위까지 고조됐던 것은 지난 8월 23~24일 주말이다. 집권사회당(PS) 전당대회에 참석한 몽트부르 경제부장관과 아몽 교육부장관이 올랑드 대통령과 발스 총리의 경제, 재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올랑드-발스는 즉각 내각총사퇴라는 충격요법으로 이들 항명자들에 맞섰다. 




이번 정치위기사태에서 폭풍의 눈이 된 몽트부르 전 경제부장관은 탈 세계화를 주장하고 유로존의 긴축정책에 반발하는 좌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경제정책에서 올랑드-발스는 자유경쟁시장의 공급 위주의 정책을 내세워 기업체에 먼저 투자하여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현 좌파정권의 경제, 재정정책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선에 당선되었다면 밀어붙였을 우파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반면 몽트부르는 소득 재분배라는 좌파이념에 근거하여 수요 위주의 정책을 내세워 일반소비자의 구매력 향상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렇듯 경제. 재정정책에서 몽트부르는 올랑드-발스의 정반대 축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지방의회선거에서 집권사회당이 완패한 직후 발스 내각이 ‘경제 살리기 투쟁팀’으로 출범할 때 몽트부르를 경제부장관으로 밀어줬던 장본인은 바로 올랑드 대통령이다. 대립되는 두 경제노선을 동시에 채택한 셈이다. 


이번 정치위기 사태도 올랑드 정권초기부터 늘 문제가 되어왔던, ‘두 의자에 어정쩡하게 걸터앉기’식 집권방식에서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올랑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정책을 하나의 뚜렷한 정치노선으로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프랑스 좌파의 분열




8월25일, 내각총사퇴라는 깜짝쇼에 이어 다음날 발스 내각2기가 출범했다. 발스 내각이라는 함선에서 항명을 일으킨, 몽트부르, 아몽 선원과 함께 필리페티 문화부장관도 좌파정권이 좌파정책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표명하며 함선을 떠났다. 이들을 대신하여 펠르렝이 문화부장관으로, 벨카셈이 교육부장관으로 각각 임명되었으며, 37세의 마크롱이 경제부장관으로 해성처럼 등장했다. 


마크롱은 은행가 출신으로 올랑드의 최측근이며 엘리제궁에서 경제자문을 맡아왔다. 


이렇듯 발스 함장은 충성스런 선원들을 다시 싣고 즉각 출범했지만 여전히 난항이 예고된다. 좌파내부의 심각한 분열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정치노선을 걷겠다고 표명한 몽트부르는 올랑드 정권을 흔드는 제3 세력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녹색당을 비롯한 다른 좌파 소수정당들도 이미 좌파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렇듯 좌파정권을 흔드는 세력이 반대진영 우파야당이 아니라, 같은 울타리에 있는 좌파진영이라는 점에서 프랑스의 정치위기는 더욱 심각하게 도사려있다. 




▶ 흔들리는 정권




좌파진영의 분열뿐만 아니라, 집권사회당 내부에서도 좌. 우파로 다시 분리된 상황이라 올랑드-발스 정권이 국회에서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는데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감이 흘러나온다. 국회과반수는 289석, 집권사회당은 불과 1석이 더 많은 290석이다. 장관들의 항명사태 이전에도 집권여당 30명 의원들은 이미 정부의 경제. 재정정책에 불만을 표명해왔다. 여기에 몽트부르를 지지하는 의원 10명 내지 20명이 더 합세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현 정권과 집권사회당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회해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우파야당도 국회해산은 원치 않는다고 정치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동거정부를 원치 않는 까닭이다. 국회해산은 곧 동거정부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2017년 대선에서 우파의 승리는 불투명해지고 만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를 노리는 우파는 동거정부에 참여하기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더 큰 떡을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 49.3 조항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입안이 국회에서 과반수지지 확보가 어려울 경우, 올랑드 대통령은 국회해산이라는 극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헌법 49.3 조항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찬성투표가 아닌 반대투표로 제출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정부의 제출안에 불만을 품은 여당의원들은 반대투표를 행사하기보다 기권이나 불참으로 정면충돌을 피하는 것이 관례이다. 헌법 49.3 조항에 의하면, 반대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으로 통과된다. 다음 달부터 국회는 2015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며 좌파내부의 진통이 예고된다. 




▶ 올랑드, 역전승의 명수가 될까?




장관들의 항명사태를 지켜보며 올랑드가 과연 2017년까지 대통령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언론매체에서 다시 거론됐다. 현역 대통령의 집권동안 이런 질문이 이토록 많이 제기된 경우는 전대미문이라고 TV 정치시사 프로에 참석한 언론인과 정치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어쨌든 악화된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이 반전되지 않으면 올랑드 대통령은 2017년 대선출마자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이며 실업률은 낮아질 전망이 없다고 렙싸멘 노동부장관이 8월 26일 밝혔다. 경제성장률 1.3%~1.5%부터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는데, 2014년은 최고 0.5%, 2015년은 1%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에 도달하여 실업자는 340만 명에 육박했다. 


집권사회당 내부에서도 올랑드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 재출마한다 하더라도 당원들이 대선후보를 지명하는 경선대회를 다시 거쳐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역 대통령으로서 그야말로 굴욕적인 집권당 내부 항명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제부장관직을 포기한 몽트부르의 진짜 야심이 불거진다. 좌파노선을 지키지 않는다며 올랑드 정권과 결렬한 그의 의도는 사실상 2017년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집권사회당의 2017년 대선 후보감을 두고 올랑드, 발스, 몽트부르의 삼각구도를 그려내는 예측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버리듯, 벼랑 끝에 몰린 올랑드 대통령이 현재의 난국을 어떻게 타계하고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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