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연일 반대 표명하는 가운데 보수 종교 단체들 찬성 목소리에 애보트 주지사와 하원 갈등 첨예 … 반이민법안에 이어 성소수자 차별 법안 잇따라 의회에 올려져 텍사스 강경 보수 노선 재확인 단계
텍사스 주 의회는 현재 특별회기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정규 회기에 마무리짓지 못한 20여가지 법안에 대한 결정을 처리하려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대부분 사소한 법안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화장실법과 같은 굵직하면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법안도 있다. 현재 의회 통과를 어느 정도 점치는 분위기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애보트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 그리고 조 스트라우스 하원의장간 대립도 두드러진 상태. 과연 화장실법이 특별회기에 어떤 방향으로 그 결말을 맺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기업들 반대 표명= 텍사스 소재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내 투자 및 인재 유치와 관광 진흥을 위해 대표적 성소수자(LGBT) 차별법안으로 인식되는 이른바 ‘화장실법’을 거둬들일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에게 보냈다. 서한에 서명한 CEO는 AT&T의 랜덜 스티븐슨과 아메리칸항공의 더그 파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게리 켈리,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리처드 템플턴, 킴벌리 클라크의 토머스 포크 등이며, 미 프로풋볼(NFL) 달라스 카우보이스 명예의 전당 헌액자 에밋 스미스도 동참했다. 이들은 애보트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 조 스트라우스 주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텍사스 기업들은 최고의 빛나는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매일 경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을 강력히 지지한다. 화장실 차별과 같은 입법은 텍사스로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간 1,290억달러에 달하는 텍사스 주 관광 수입이 화장실 법안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의 참여와 투자 및 소비를 막게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 에너지 회사들 반대 동참= 기업들의 서한 행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이어 대형 석유 회사들 역시 텍사스 화장실법에 반대를 표명했다. 미국 최대 석유 가스 화학 회사들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화장실법 반대를 표명해 주 의회에서의 통과를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근 그렉 애보트 주지사에 보낸 서한에서 50개 휴스턴 지역 사업체들은 이 법안이 재능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자신들의 능력에 해를 끼친다고 적었다. BP America, Cheveron North America E&P, Dow Chemical Co., Exxon Mobil Global Services, Halliburt의 CEO들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우리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지한다. 따라서 이런 법안은 텍사스의 명성에 해를 끼치고 또 텍사스 경제 성장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는다”는 주장을 담았다. 휴스턴에 탑 인재를 유인하는 회사들의 경쟁력에 도움이 안되는 법안은 그 어느 것이라도 그들의 성장과 지속적인 성공대로에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며, 결국 텍사스 주 전체 성공에도 악재가 된다는 일종의 ‘협박성’ 서한이었다. 물론 이들은 애보트 주지사에게 “텍사스를 위한 당신의 리더십에 감사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걸 위협하는 그런 화장실 법의 통과를 포함한 그 어느 행동도 피해주길 촉구한다”는 당근과 채찍성 문장도 덧붙였다. 이 서한에는 Accenture, BBVA Compass, Calpine Corp., CenterPoint Energy, ConocoPhillips, Tesco Corp. 등의 관료들도 서명했고, 라이스 대학 총장 데이비드 리브론(David Leebron) 역시 서명했다. 애보트 주지사는 지난 5월에 끝이 난 주 의회 정규 회기에서 통과되지 못한 화장실법을 통과시키도록 특별 회기에 촉구하는 중이다. 화장실법 통과를 최우선순위에 놓을만큼 애보트 주지사의 의지는 명백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트랜스젠더들이 정체성 성에 따른 화장실을 따로 사용하도록 구별된 화장실을 마련하거나 또 사용케 하는 게 금지된다. 출생 성에 따른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 화장실 법은 브렌함 공화당 상원의원인 로이스 콜크호스트(Lois Korchost)에 의해 발의돼 지난 주 상원에서 쉽게 통과됐다. 문제는 하원이다. 현재 하원의 고위 지도층은 이 법에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샌안토니오 공화당 출신이 의장 조 스트라우스를 비롯해 코르시카나 공화당 바이런 쿡(Byron Cook) 하원의원 등이 반대하고 있다. 쿡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한 심리를 맡는 위원회 수장이기도 하다. ◎ 지역 종교단체 찬성 표명= 화장실법에 대한 논쟁은 지역 기업들이 반대를 표명하면서 이제는 보수적인 종교단체와의 한판이 벌어지고 있다.처음에는 화장실법이 젊은 텍산과 늙은 텍산, 현대와 전통, 오픈된 마음과 의심의 마음 등의 충돌로 비쳐졌다. 그런데 최근 해묵은 종교적 가치와의 충돌이 재발생하면서 이제는 보수파와 사업체들간의 대결 양상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그랩바인에 소재한 남침례교 텍사스 건벤션의 개리 레드베터(Gary Ledbetter) 목사는 “당신의 확신이 돈을 들여가면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확신이 아니다”고 최근 기업들의 화장실법 반대에 대해 포격을 가했다. 돈보다 신념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 이들 종교 지도자들은 애보트 주지사의 화장실법(SB 3)에 대해 지지하며, 기업들의 반대가 커진다 해도 주지사가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실법의 또 다른 강력한 옹호자인 패트릭 부지사 역시 휴스턴의 남침례교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신자다. 그는 종종 초대받아 설교를 하기도 한다. 하원에서 이 법을 지지하는 캐롤튼 공화당 소속 론 시몬스(Ron Simmons) 의원과 하원 자유연맹(House Freedom Caucus) 소속 지도자들도 남침례교 신자들이다. 보수 남침례교 단체의 주 대변인이기도 한 레드베터 목사는 성소수자 편을 들고 있는 텍사스 사업연합회(Texas Association of Business)와 다른 회사들 및 여행 단체들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회사들이 고용하고 싶은 리버럴한 젊은 세대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또 마치 자신들이 이해심과 포용력이 넘치는 회사들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레드베터 목사는 성 정체성의 개념 자체가 최근 생긴 것이라고 말하며 “생물학적 고유 성이라는 것이 성경에 분명하게 나와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종교적 가치를 배반하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 극단적 성소수자 반대자= 화장실법을 보다 극단적인 언어로 표명하는 단체들도 있다. 텍사스 트랜스젠더들을 싫어하는 이들이 이에 속한다. 휴스턴 지역에서 유력한 의사이자 공화당 활동가인 스티븐 호츠(Steven Hotze)는 2015년 연설 투어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는 호모섹스의 발현 자체에 대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그가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수치스럽고, 예의를 모르기 때문에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발언을 내뱉었다. 그는 성소수자 권익 활동가들에 대해 “악을 조장하는 무리들”이라고 비난했다. 호츠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포트워스 학군이 성소수자 평등 정책으로 개정한 뒤로 이에 반대하는 활동단체인 ‘Stand for Fort Worth’ 활동 그룹을 격려하는 페이지에 링크되도록 했다. ‘Stand for Fort Worth’의 창설자인 젭 펜트(Zeb Pent)는 “델이나 IBM 같은 회사들이 이 법에 반대한다고 나서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걸 느낀다”고 적기도 했다. 펜트는 사실상 이런 회사들이 미 전역에서 성소수자 권익단체들과 사업하는 게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 회사는 성소수자들이 보호받는 텍사스에서만 돈을 쓰고 있다. 이는 거짓 분노다. 마치 성소수자에게 관심이 있고 케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레드베터 목사는 신념과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냉혹함’이라는 비난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성정체성을 성경대로 유지하려는 행동이 잔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되는 절대적 가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텍사스 강경노선 반영= 텍사스의 화장실법 찬성의 흐름은 최근 텍사스가 극단적 보수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 우려를 자아내는 점의 하나다. 반이민법인 ‘피난처 도시 금지법’을 통과시켜 오는 9월 1일부터 적용하게 만드는가 하면 잇따른 보수 강경책을 통과시키고 있어서 이번 특별회기에서도 그런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는 이미 입양기관이 입양 부모가 종교적 선서를 회피하면 입양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고, ‘종교 자유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의료진들이 성소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강간 생존자들에 대한 응급 피임을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다. 아울러 약사들이 여성에게 피임을, 성전환자에게 호르몬 치료를 거부할 수 있으며, 변호사들이 종교적 이유로 거부할 수 있게 하는 수정 조항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의 이 같은 강경 노선은 공화당 출신의 애보트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가 주도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텍사스가 반 이민법안에 이어 각종 성소수자 차별법을 잇따라 제정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텍사스가 반 이민법안을 의결한 지 채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는 성소수자와 여성, 어린이를 겨냥한 차별법을 내놓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기사=준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