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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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선라이즈호는 동해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12시 조금 지나 저동항에 도착했다. 네델란드 요하킴과는 동행할 계획이 없었기에 항구에서 작별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을 찾아 울릉도의 맛 오징어회를 찾았으나 이제는 울릉도에 오징어가 거의 사라져 대부분 서해 쪽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가격도 무척 비싸다는 것이다. 별 수 없이 보통 백반으로 요기를 떼웠다.

 

나의 계획은 울릉도를 도보(徒步)로 일주하는 것이었다. 착각이었다. 아직 완전 개통되지도 않은 일주도로는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교차해 다니는 터널도 많고 인도는 아예 없었다. 간신히 저동에서 고개넘어 도동으로 걸었다. 읍소재지 도동에는 군청 읍사무소 경찰서 등 관공서가 몰려 있다. 인구 1만 명 울릉군은 울릉읍과 서면 북면 2개면에 독도 죽도 관음도 등 44개 부속 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군이라지만 인구 등 모든 면에서 지방 1개 면보다 작다, 도동과 저동 일대를 포함한 울릉읍에만 7300여 주민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젊은이들이 육지로 떠나 전체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상당히 많았다.

 

경찰서 앞을 지나는데 항구에서 헤어진 요아킴을 다시 만났다. 그는 메모지를 들고 집을 찾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를 찾는다는 것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찾아가니 엉뚱하게 재향군인회 울릉도지부 회관이었다. 육지회원들 상대로 숙박을 제공하는지는 몰라도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다행히 요금은 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천부리에 있는 천주교 영성센타에서 숙박할 계획이었기에 함께 가겠냐고 권하니 좋다고 하여 마을버스로 향했다. 이날 그와 합숙하게 되었다.

 

저녁 숙소에서 가까운 관음도를 관광했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관음도는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울릉도와는 140미터 다리로 연결되었다. 37미터 높이 다리로 가기 위에서는 승강기를 이용한다. 주변 경관은 과연 절경이었다. 요하킴은 경치에 홀려 넋이 빠져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것이다. 천부리 마을에 돌아와 생선찌개로 저녁을 들었다. 식당주인은 울릉도에 오징어도 옛말이고 웬일인지 호박도 잘 여물지 않아 호박엿도 예년만 못하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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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는 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 해상의 파도가 거칠어 항해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금쪽같은 시간이라 우산을 들고 요하킴과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목표는 나리분지다. 성인봉 분화구로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나리분지는 해발 986미터 성인봉과 송곳산 미룩산 알봉 등 5~6백 미터 높이의 연봉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리분지와 알봉분지로 연결되는 신령수 가는 길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트레이킹 코스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안도로에서 송곳봉을 바라보고 중간에 성불사와 가수 이장희가 별장으로 지은 울릉천국이란 곳을 외부경치만 보고 신령수 가는 코스로 접어들었다. 이장희는 송곳산 아래 바닷가 언덕위에 그림같은 카사블랑카(하얀집)를 지어 울릉천국이란 이름을 붙이고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노래비를 세웠다. 나에게는 스쳐가는 경치일 뿐이다.

 

빗속을 걷는 길은 곱절로 힘이 들었다. 힘겹게 도착한 나리분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에 울릉도 막걸리를 곁들여 점심을 들었다. 요하킴도 한국 토속음식이라며 맛있게 식사했다. 비에 흠뻑 젖은 몸으로 계속 걷기는 힘들었다. 식당에서 버스를 기다려 다시 천부 숙소로 돌아와 세탁기를 빌려 옷을 모두 세탁했다. 숙소에서 들리는 소식은 앞으로 며칠간 배가 출항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항이 장기화되면 월요일 일본공연이 예정된 요하킴이 큰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요하킴은 이틀 내로 울릉도를 빠져나가야 한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다음날 성인봉을 오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했다.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성인봉을 등산하고 반대편인 도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마을버스를 타고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성인봉 등산로 입구에 서있던 젊은 여인이 우리가 다가가자 성인봉에 오를 것이냐고 물었다. 젊은 여자가 혼자 등반하기 겁이나 함께 올랐으면 했다. 학생같이 앳된 얼굴이라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 수학선생이라고 해서 놀랐다. 요즘 한국 여인들은 정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 일행이 세 사람이 된 것이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고 수천 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빗속에 알봉에 오른 다음날이라 피곤했지만 날씨가 좋아 기분은 상쾌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986미터 성인봉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하산길에는 내가 일생 경험하지 못했던 악몽(惡夢)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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