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로젤 마켓’(Rozelle Markets)이 열리는 로젤 초등학교 앞에서 딸 일라나(Ilana)씨(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니 알브레트(Jeanne Albrecht)씨. 지난 1991년 로젤 마켓을 시작한 그녀는 최근 교육부로부터 계약이 해지되면서 손을 떼야 한다.
‘Blue Sky Markets’에 인수... 기업형 마켓에 밀려나
시드니 주말시장의 하나인 ‘로젤 마켓’(Rozelle Markets)이 사라지게 돼 호사가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2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년에 걸친 지니 알브레트(Jeannie Albrecht)씨의 도전의 결정체인 ‘로젤 마켓’의 시대가 곧 끝나게 된다. 자동차에 물건을 전시, 판매하면서 ‘로젤 마켓’을 시작했던 그녀의 ‘로젤 마켓’은 기업화된 대형 마켓에 밀려나게 됐다.
NSW 주 교육부는 지난 주 초, 알브레트씨와의 계약을 끝내고 퀸즐랜드와 NSW에 10개의 마켓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블루스카이 마켓’(Blue Sky Markets)과 새롭게 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브레트씨는 “지금까지 자신과 또한 이웃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 온 한 사람의 노력을 이처럼 뭉개버린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기저기서 공동체의 씨앗을 하나 둘씩 제거해 나간다면 조만간 영혼이 없는 것만 남겨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브레트씨는 자동차 트렁크에 물건을 놓고 주말 시장에서 판매, 작은 성공을 거두자 지난 1991년 ‘로젤 마켓’을 시작했다. 그녀는 로젤 초등학교(Rozelle Public School) 교장과 협의, 일정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주말 동안 캠퍼스를 임대할 수 있었다.
그동안 모아 놓은 얼마간의 자금에 은행 대출을 받아 주말 시장을 시작한 그녀는 인형 만드는 일을 하는 딸 일라나(Ilana)씨와 함께 힘든 과정을 극복한 끝에 ‘로젤 마켓’을 시드니의 대표적인 중고품 시장 중 하나로 키워냈다.
알브레트씨는 주말 시장 자리의 3분의 1을 지역 공동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상점에 배정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지만 지난 해 주 교육부는 갑자기 학교시설과 관련된 모든 상업적인 계약을 재검토하면서 입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로젤 마켓’을 운영하게 된 ‘블루스카이 마켓’의 로스 알렉산더(Ross Alexander)씨는 “이것은 내 취미이자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게 된 ‘로젤 마켓’은 ‘블루스카이 마켓’의 10번째 마켓이 된다. 이 회사는 시드니 지역의 경우 본다이(Bondi), 맨리(Manly)에서 마켓을 운영해왔고 최근 로젤에서와 같은 입찰 방식을 통해 차이나타운(Chinatown), 그리고 브리즈번(Brisbane)으로 그 영역을 넓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알렉산더씨와 같은 접근 방식이 모든 전통적 주말시장 각각의 독특한 특성을 없애고 획일화하며 입주 상점들에게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알렉산더씨는 이에 대해 “과거 그 어느 지역의 주말 마켓에서도 입주하는 상점들에게 임대료를 인상한 적이 없다”면서 “로젤 마켓에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젤 마켓'의 중고상품 진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를 원한다면서, 긴 시간을 통해 마켓 운영을 개선함으로써 자신도 수익을 거두고 또 부지 소유주인 학교 당국에도 이익이 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는 각각의 마켓에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우리의 경영 방식이 학교에도 더 나은 이익을 가져달 줄 것이며 그것이 상업 활동이라면 수익창출 능력이야말로 다른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몇 일부 상점 주인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로젤 마켓’ 초창기부터 이곳에서 중고서적, 골동품, 잡화 등을 팔아왔던 레슬리 페어번(Lesley Fairbairn)씨는 새로운 경영진 아래에서는 더 이상 주말 상점을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경영 스타일과 가장 다른 점은 ‘블루스카이 마켓’의 경우 점포 임대료를 사전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그 동안 알브레트씨는 시장이 열리는 아침에 임대료를 걷어왔다. 따라서 비가 오는 날에는 장이 취소되어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이는 주말 상점을 여는 이들에게 아주 민감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씨는 자신들의 ‘사전 납부 원칙’이 시대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누군가 돌아다니면서 적지 않은 현금을 걷는다는 것은 안전 문제에서도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우리 회사 직원에게 그런 위험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냉정히 선을 그었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