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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보험 회사가 환자의 일반의 방문 비용을 커버할 수 있게 하는 등, 정부의 의료 개혁안에 대해 연방 보건부 차관을 역임한 스티븐 더켓(Stephen Duckett) 보건경제학자(사진)는 “모든 이에게 기본적인 보건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메디케어 설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 아니면 개악? 보건 전문가들, ‘한목소리’ 지적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이 이끄는 연방 정부가 의료보험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개혁을 예고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핵심적인 개혁 방안에 따르면, 개인 의료보험으로 일반의 방문이나 엑스레이 등 기본적인 테스트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개인 의료보험에 대해 조사한 내용에 의거해 확정될 이번 정책에 대해 일반의들에게는 메디케어가 정한 방식대로 벌크빌링(Bulk Billing)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의 가격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벌크빌링’이란 의사가 진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지 않고 바로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로 직접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따라 환자는 별도의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다.

 

의사가 벌크빌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가 먼저 병원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나중에 메디케어로 진료비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개인보험 회사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비만인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부여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보건부 수잔 레이(Sussan Ley) 장관은 현재 치과, 안과 치료와 관련해 지급되고 있는 정부의 지원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장관은 “이들 분야의 경우 가성비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를 시작하면서 레이 장관은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우리의 책상 위에는 모든 종류의 정책 옵션들이 나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보건부 차관을 역임한 그라탄 연구소의 의료정책 전문가 스티븐 더킷(Stephen Duckett) 연구원은 개인보험 회사가 일반의 방문 비용을 커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모든 이에게 기본적인 보건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메디케어 설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더킷씨는 “현재 일반의 방문의 80% 정도가 벌크빌링으로 처리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향이 대세가 되어 대부분의 의사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개인보험 회사가 일반의 방문을 커버하게 되면 분명 메디케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의사들에게 지급할 것”이라며 “의사들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개인보험을 통해 100% 리베이트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게 되고, 이런 인플레이션 경향은 개인보험이 없는 환자들에게도 전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켓 시스템 자체가 변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시드니 대학의 의료정책 전문가인 레슬리 러셀(Lesley Russell) 교수도 “개인보험 회사가 일반의 방문을 커버하게 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며 의료비용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러셀 교수는 “개인보험 회사들이 전문의의 경우 메디케어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제 이런 상황이 일반의의 경우에도 나타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의, 방사선과 의사들이 지금까지는 메디케어 시스템 하나를 따르면 되었지만 새로운 정책에서는 각각의 보험회사 규칙에 따라야 한다”며 “비용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개인보험 회사들은 일반의 방문은 물론 혈액 테스트, 엑스레이 같은 기본적인 테스트 치료를 커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지난 일요일(8일) 시행된 정부 조사는 “만약 개인보험 회사가 현재 서비스 되고 있지 않은 부분을 제공하면서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어떤 종류의 서비스가 확장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이다.

 

또한 이 설문조사에서는 나이, 성별, 현재의 건강상태, 흡연 유무 등의 이른바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에게 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반응을 묻고 있다.

 

현재는, 가입자들이 원할 경우 보험회사는 아무런 차별 없이 이들의 가입을 아무런 차별 없이 허용해야만 한다. 현재의 건강상태나 과거의 진료기록에 의해 차별할 수 없으며 같은 종류의 보험이라면 모든 사람이 같은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약 절반의 국민이 개인보험에 가입, 19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레이 장관은 어떤 시민도 보험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흡연처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까지 보상받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관은 “우리가 고려하는 것은 배제가 아닌 인센티브”라며 “현재의 개인보험 가입자들은 정부가 앞으로도 커뮤니티 차원이라는 기본 관점에서 그들을 돌볼 것이라는 점을 믿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이어 “어떨 때 당신은 말 그대로 본의 아니게 아플 수 있지만 젊은이들이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고 술, 담배를 멀리 하려 노력할 때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개인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 내각의 보건담당 캐더린 킹(Catherine King) 의원은 “이번에 정부가 도입을 고려하는 정책은 모든 개인보험 가입자에게 우려를 사고 있다”면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까지 공립병원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킹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에 의해 1단계로 언급되고 있는 ‘흡엽자에게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지지를 받는다면 정부는 순차적으로 나이, 몸무게, 음주여부, 그리고 가족병력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유를 들면서 보험료 인상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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