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목)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양국을 대표하는 정상으로서 최초의 공식 만남을 가졌다. 총 23분간 진행된 이 만남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인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 총선에서 저스틴 트뤼도 신임총리가 놀라운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언급하고,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정치 지형에 엄청난 에너지와 개혁을 가져올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상회담 뒤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 시리아 사태, 대테러 노력을 위한 양국간 공조, TPP, 기후변화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TPP인준에 대한 오바마의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트뤼도 총리는 “전날 11개국 공동으로 발표된 공동 선언문에서 자신이 캐나다 국민들과 협의하겠다고 내건 약속이 받아들여졌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만약에 캐나다가 TPP 조항을 변경하기를 원하는데 다른 국가들이 거부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가정에 기초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캐나다 국민들의 견해를 청취해야 하겠지만 TPP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 협상임에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양국 정상은 허물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내년 초쯤 부인과 백악관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자신의 아내가 미셸 오바마가 가꾼 야채 정원을 몹시 보고 싶어한다고 농담을 건네자, 오바마는 얼굴에 만면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 전적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시종 강조했다. 그는 “ISIL 조직을 와해시키고, 그 세력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아니 몇 년이 필요할 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러한 장기적 노력에 캐나다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두 정상의 만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한 불허 결정을 통보한지 2주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이번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키스톤에 대한 언급을 피차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버타 오일샌드가 땅 속에 묻혀 있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오일 가격 하락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궁극적으로 캐나다와 미국 양국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이행을 준비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이어 그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험난한 과정”이라며,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가 그것을 이뤄낼 것이고, 세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캐나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