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러시아가스 수입..미국 한국시장이익 포기안할것”
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러시아가 한국 등 아시아 가스시장에 진출하는데 미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리틈에브라지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최대수입국인 한국에 가스를 수출할 경우, 가격 등 양국에 ‘윈윈’이 될뿐 아니라 북한도 파이프라인 통과 사용료 등 직접적인 이익이 생긴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이라는 프리미엄 가스시장을 내주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틈에브라지 통신 웹사이트>
다음은 기사의 주요 내용.
남북러 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 한반도 정세가 개선된 후 바로 시작 추진될 수 있다고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 달 말 서울에너지 포럼에서 밝혔다. 강 장관에 따르면 남북의 화해는 지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을 에너지 협력에 동참시키는 것이 한반도 지정 학적 긴장을 완화(緩和)하는데 도움이 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강 장관은 남북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이 세계 가스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가들 간 협력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시장
현재 한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 중 하나로 해상 부유 LNG 선박을 통해 가스를 수입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LNG의 총 75%를 소비하며 아시아 지역 전체 중에서도 한국의 에너지 자원 소비는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베타그룹의 자르스키 경영이사에 따르면 매년 한국의 항구들에서 하적 되는 LNG 양은 약 3,400만-3,700만 톤에 이른다. 작년 한국의 LNG 수입량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다. 한국의 에너지 자원 분포를 살펴보면 LNG 소비량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석탄과 원자력 사용을 감소시켜 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에너지 자원을 상당히 고가(高價)로 수입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은 1,000m3당 385$에 가스를 수입했다. 이에 비해 독일로 수출하는 러시아 가스의 평균 가격은 1,000m3당 196.7$였다. 자르스키 이사는 한국이 매우 매력적인 가스 수입국임을 강조했다. 작년 한 해에만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167억 달러에 해당하는 435억m3의 가스를 구입했다. 러시아가 이런 프리미엄 시장에 장기적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게 되고 유럽의 가스 수입국들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귀중한 의미가 있다.
한국도 러시아 가스를 직수입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면 큰 이득을 얻게 된다. LNG를 LNG 운반선으로 수송하면 이동성에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해상 자연 조건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가스 파이프를 통해 수송할 경우 수출국 항구에서 액화(液化) 할 필요가 없고 수입국 항구에서 다시 재기화할 필요가 없어 더 저렴해진다. 러시아 극동 연구소 한반도 연구 센터 김 예브게니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가스파이프를 통해 한국으로 공급되는 가스는 1천m3당 최대 230-270$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한국이 미국과 카타르 에서 수입하는 가격보다 훨씬 더 싼 가격이다. 한국이 최소 분량인 100억m3만 러시아에서 수입을 하더라도 매년 11억 5천만 달러에서 15억 5천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가스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북한도 직접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 북한은 물론 가스의 소비자일 수는 없고 북한에 가스를 판매한다는 것은 실제적인 전망이 없다. 북한에 천연가스 시장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지렛대를 소유하게 되고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에 대해 가스 운송비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러시아에서 한반도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데는 모든 당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새로운 소비 시장을 얻고, 한국은 저렴한 에너지 자원을 얻고, 북한은 통과비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2003년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협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상적인 경로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장관에 따르면 처음에 러시아와 한국은 육로와 함께 두 가지 해로도 검토했었다. 첫째는 중국을 통해 서해에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을 한국까지 가설하는 방안, 두 번째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태평양 해저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가설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검토 결과 두 방안지 모두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2013년 방한 시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북한을 통과해서 육상으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 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시간적으로도 상당히 빨리 실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11년 러시아 가스프롬사와 한국 가스공사는 연간 100억m3를 수송할 수 있는 길이 1,100km의 육상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는데 이 중 700km가 북한을 통과해야 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 실행비용은 25억 달러로 추정되었는데,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高調)되는 바람에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는 한국 측이나 러시아 측 인사들이 여러 번 다시 거론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경제적 유대를 발전시켜 나가면 동북아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며 특히 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 프로젝트 실행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여러 번 표명했다. 최근에는 이고리 모굴레프 외교차관이 이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는 있지만, 한반도 상황으로 인해 아직까지 실제적인 실행단계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표명했다.
프로젝트 실행 장애 요인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스 파이프라인을 부설(附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현재 이미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까지 가스 파이프라인이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남북 관계에 달려 있다. 남북 간의 대치 상황은 외적으로 보는 것보다 더 깊다.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면 남북러가 그냥 손뼉을 마주 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통해 계약 조건을 상세하게 합의해야 하는데 바로 이점에서 당사자들의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이 문제이다.
예전에 가스프롬이 한국과 가스 파이프라인 부설 협상을 진행할 때 주요 문제는 러시아 가스의 양도 지점이 어디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가스프롬사는 가스 파이프라인 부설에 투자할 용의가 있지만 가스를 양도하는 지점은 러시아와 북한 국경이 될 것이고 한국이 가스의 북한 통과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국 측은 가스 양도 지점이 남북의 국경 지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스프롬사가 가스의 북한통과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남북 갈등을 장기적으로, 또한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러시아로부터 가스 파이프라인은 건설될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에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내의 기존 에너지 자원 판매 모델을 따라 LNG 생산과 수출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작년 러시아의 사할린 에너지 사는(가스프롬이 주식의 50%+1 지분을 소유) 사할린 대륙붕의 필툰-아스토흐스크 매장지와 룬스크 매장지를 개발하여, 한국에 약 200만 톤의(26억m3) LNG를 공급했다. 이는 한국 전체 가스 소비량의 7%에 해당하여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는 대로 한국의 수입량도 늘어났다. 러시아 가스 공장의 두 번째 생산 라인이 가동을 시작한 올해 1-2월간에는 LNG 수출이 2.5배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되었고(330만 m3), 86만 6천 m3는 한국, 잔여분은 중국과 타이완으로 수출되었다.
우태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전 차관은 한국이 2020년까지 러시아 가스 구매량을 최대 7백만 톤(91억m3)로 늘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에너지연구소는 연간 1,650만 톤의(214억5천만m3) 가스 생산능력을 가진 노바텍사의 야말 LNG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고, 사할린-2 프로젝트의 3번째 라인이 건설되면 한국 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년경 최대 44%에 이르게 되며 그 분량은 1,700만 톤(221억m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내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압박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프리미엄 가스 시장을 절대로 내어주고자 하지 않는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의 미국 LNG 수입국이다. 2017년 미국의 LNG 수출량은 3.6배 증가했고(최대 197억m3), 이를 5배 증가시킬 목표를 (최대 900억m3) 가지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아시아 시장에 러시아산 가스가 진출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 가스를 몰아내야 한다. 결국 에너지자원 수출국의 지위를 고수하려는 러시아에게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며 러시아와 미국의 자원 시장 점유를 위한 한 판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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