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백악관 안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날리다

 

 

안제이

 

 

<이 글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선데이토픽> 2018년 6월 8일자 (1255호)의 커버스토리이며 6월 7일부터 필라델피아와 뉴저지 인근의 동포들에게 배포되었다. 부정확한 표현과 오자 일부를 바로잡았다.>

 

며칠 전 선데이토픽 신재열 사장님과 차를 타고 가며 있었던 대화. “이번 호에 ‘선데이토픽이 보수 중의 보수’라고 알리고 글을 쓴 건 정말 잘했어. 다음 호에 선데이토픽이 진짜 보수라고 쓰고, 대신 내용은 화끈하게 써봐. 가능하면 이북 입장에서. 말 돌리지 말고.”

난 나름 노력했는데 사장님의 성에 차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신 사장님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으니 더욱 노골적이고 명료하게, 그리고 더 읽기 쉽게 써보려고 노력하겠다. 앞으로 내가 통일정세와 관련한 글을 쓸 가능성은 다음호가 마지막일 터이지만.

이게 나의 네 번째 통일정세 글이다. 수요일 아침에 시작해 다섯 씨까지 글을 마감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빈틈이 보이고, 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오탈자를 잡아내지 못하고 문맥이 씹히는 오류도 생겼다. 이 글도 그런 오류가 보일 텐데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미리 구한다. 수정한 글은 모두 선데이토픽 홈페이지에서 받아보실 수 있다. 선데이토픽 홈페이지는 philasundaytopic.com이고.

 

그들은 왜 통일정세를 보며 오리무중에 빠졌는가?

 

통일정세와 관련해 내가 쓴 글은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 것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내 글을. 글의 성격상 정세 전망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나 맞아 들어가고 있고?

나는 북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해 한반도 평화정세를 쥐락펴락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정세라는 영화의 감독과 주인공은 북조선의 김정은 위원장이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역이며,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조연이라고 규정했다.

근데 언론들의 분석은 달랐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고립압살정책에 굴복한 북조선이 하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대화에 나섰고 미국이 북조선을 따끔하게 손보며 끌고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 상대역은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새 모이 주듯 적당하게 먹고 떨어지라고 찌꺼기 모이 던져주며 북조선으로부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빼앗아올 것처럼 떠들어댔다. 안 그런가? 근데 지금 상황은?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글에서 정세를 보는 기본적인 분석틀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건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는 있었고. 지난주의 글에.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나 싶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그건 글의 말미에 살펴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보기에 언론의 분석이 올바른가? 전문가들의 분석도? 오락가락 오리무중 아니고? 정말로? 정통 오리지날 정답은 6월 12일에 발표되지만 이미 충분히 정답의 윤곽은 나왔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류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무엇이 그들을 오리무중으로 인도했을까?

그들은 지금 중간선거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계산해 고단수 살라미 전략을 쓰고 있다고 소설을 쓰고 있다.

여러분, 살라미 전략이 뭔지 아시나? 나도 뭐가 살라미 전략인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우리가 호기에 넣어먹는 소시지의 일종 쌀라미, 피짜에 넣어먹는 그 쌀라미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걸 호랑이 곶감 빼먹듯이 야금야금 빼먹는 것을 살라미 전략이라고 하는데, 북조선에선 이런 방식을 ‘개미가 뼈다귀를 갉아먹는 방식’이라고 한다.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북조선을 미치광이 집단이요, 거짓말장이요,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치부하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것을 중시하며, 어떻게 살아가는 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데에는 관심도 없고, 내가 가진 잣대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가치평가의 척도로 착각도 하고. 그러면서 북의 인민들을 가난한 나라의 3등 국민으로 치부하고 통일이 되면 먹여살려야하는 대상, 장기집권에 혈안이 된 독재자 밑에서 신음한다고 착각했기에 실체를 바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노쓰 코리아 넘버 원! 뉴클리어 파워 넘버 원! ICBM 파워 넘버 원!”

 

필라의 독자들은 내가 오대양 육대주를 돌고 또 도는 것을 잘 아실 것이리라. 그 과정에서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 그리고 삶의 방식도 다르고 가치기준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몇 해 전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에 갔었다. 북조선의 언어는 조선어, 그리고 조선어의 표준어는 문화어라고 하는데 문화어로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은 아랍 추장국 련방. 또 촌스러운가? 바닷가를 거닐다가 숙소로 이동하는데 한 젊은이가 내 곁을 지나갔다. 불러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왔니?” 그가 물었다. “코리아!” 내가 답했고. 그는 매우 반가워했다. 내가 코리아에서 온 것을. 그게 나에게 물어본 것은 당연히 현재의 국적이 아니었다. 출신을 물어본 것이지. “노쓰 오어 싸우스?” “싸우스!” “노 노쓰?” “노, 싸우스!”

나는 그에게 코리아가 외세에 의해 분단은 되었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고, 그리고 분단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조국은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하나일 수밖에 없으니, 앞으론 남이냐 북이냐를 갈라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에는 관심이 없었고, 내가 북조선이 아닌 남한 출신이란 것에만 몹시 실망했다. 하지만, 비록 내가 그가 만나고 싶었던 조선의 공민은 아니었지만 내가 코리아 출신인 것을 기뻐했다. 그러면서 엄지 척을 하고는 “노쓰 코리아 넘버 원! 뉴클리어 파워 넘버 원! ICBM 파워 넘버 원! 파이팅 어게인스트 유에스에이 넘버 원!”을 반복해 외쳤다.

그에게 조선은 반제혁명의 최전선에서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두려움 없이 미제에 맞서 싸우는 존경하는 나라였다.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너 어디서 왔니?” “파키스탄.” 이런 일이 상상이 되나, 여러분은? 헌데 뻥이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가 유일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매우 드물었고.

난 필라에 있건 여행을 하건 대화를 하면서 정치적인 내용이나 종교적인 내용은 가능하면 피한다.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싫어서. 남미에 갈 때는 스포츠 대화도 피하고. 주먹질로 이어질 수 있어서. 무색이다 무색. 근데 그가 자원해서 정치적인 얘기로 나를 끌고 들어간 것이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물어보자. 여러분은 조선이란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 판단근거는? 그리고 판단근거의 객관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 의해 북조선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근데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북조선의 이미지를 만든 그 언론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여러분이 생각하는 북조선은 정말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동아일보의 “[단독]김정은 ‘원산 카지노에 美 투자해달라’”는 보도는 확실한 오보다

 

한번 이 제목의 기사를 찾아 읽어보시라. 보이시나? 이게 왜 오본지? 비록 세 편이지만 내 글을 선입견 없이 읽었다면 이게 오보라는 것을 충분히 보실 수 있다. 이 보도의 내용은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있었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비핵화 할 테니 재정적으로 도와달라는 것인데, 나름 객관적으로 보이도록 그럴싸하게 쓴다고 숫자도 동원해가며 쓰기는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시행 중인 금융제재에 따른 고통”도 호소했다고 하고.

이건 기사가 아니라 개그 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에 나올 이야기. 답은 드렸으니 한 번 여러분이 찬찬히 역산해 보시라.

 

강경파 온건파 타령하면 그건 돌파리다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북조선 소식을 보면 오보는 넘치고 넘친다. 그럼 어떤 게 오본지 간단한 기준 한두 개 알아보자.

먼저 북조선을 언급하며 강경파 온건파 운운하면 그게 돌파리라는 증거다. 이북엔 강경파 온건파가 없다. 주사파만 있지. 북조선의 경우 토론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남한의 언론이 표현하듯 강경파 온건파 타령을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더더욱 김정은 위원장이 강경파의 눈치를 본다거나 하면 그건 순도 100%의 또라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기자나 학자나 중요하게 다루는 매체는 싹수가 노란 편이고.

북조선은 구호의 왕국이다. 당의 정책이나 방침 이런 것들이 구호로 만들어지고, 그 구호가 노래로도 스며든다. 그래서 노래 제목 하나를 알려드리면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이다.

당의 간부건 군의 간부건 모두 ‘장군님의 전사’이며 ‘장군님을 보좌하는 일꾼들’이다. 기능은 ‘명중탄’의 역할이고. 여기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을 수 없다. 물론 고위급 인사 중에 ‘종파분자’나 ‘반혁명분자’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북조선 호텔비 누가 낼까 타령하는 것은 의도적은 프로파겐다다

 

사이비 전문가인지를 가를 리트머스 시험지의 하나는 싱가포르 회담을 위해 누가 김정은 위원장의 호텔비를 낼까를 따지는 것. 이게 어떻게 뉴스거리가 되나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 총동원해서 죽어라하고 열심히 조졌는데도 작년에 북조선의 경제성장률은 +4%에 가깝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다 국가, 대학 동아리가 아니고.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 호텔비를 못 낼 처지인가? 국가 원수가 무슨 강원도 산골마을의 새마을 지도잔줄 아나?

어떤 사이코 ‘전문가’는 이북은 악착같이 남의 것을 뜯어먹는 근성이 있으며 이걸 저팔계식 방식이라고 하던데, 이런 머저리 소리를 버젓이 보도하는 것은 황색 저널리즘과 프로파겐다가 섞여 돌아가는 것이고.

체류비용을 호텔에서 낼 수도 있고, 싱가포르란 나라에서 낼 수도 있다. 당연히 북조선에서 낼 수도 있고. 누가 내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말 그대로 세기의 담판이 코딱지만한 나라 싱가포르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에 집중되었다. 취재기자만 약 3천명이 올 예정이라는데, 이렇게 남는 장사가 어딨나? 호텔도 그렇고 싱가포르 나라도 그렇고.

내가 싱가포르는 10번 넘게 가봤는데 아주 작은 나라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의 제일 남쪽에 있는 산토사 섬에서 말레이시아의 조호 바루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데, 그걸 타면 한 시간 남짓이면 국경을 넘는다. 주말이라 차가 밀리지만 않으면. 버스에서 내려 싱가포르 출국심사 받고 다시 버스타고 국경 넘은 후 다시 내려서 말레이시아 입국심사 받아도. 그렇게 작은 도시국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대박 아닌가? 이런 행사라면 나도 땡빚을 내서 악착같이 유치한다.

아무리 반북모략선전에 환장했다고 하더라도 북조선을 유치하게 앵벌이하는 국가처럼 깎아내려 나쁜 영상을 만들려고 해야 하겠는가? 지금 남북이 갈등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정상이 서로 존중하며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반도 운전자론과 트럼프 방식은 모두 유피미즘(완곡어법)이다

 

남한의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해도, 남한의 민주주의가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남한이 한반도 운전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반도의 정세의 기본 축(상수)는 북조선과 미국이며 남한은 미국의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종속변수다. 남한이 한반도 정세변동에서 일정한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정세를 변동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은 할 수 없고, 그래서 운전자란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좋게 말하면 완곡어법이다.

만약 한반도 운전자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릴 조미 평회회담의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함께 논의과정에 참여해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허나 문재인 대통령이 발기했다고 하지만 불행히 결정권은 없다. 조미가 합의하면 그때 참여해 함께 도장도 찍고 사진도 찍을 순 있어도. 근데 어떻게 운전자인가?

남한의 역할이나 기능을 폄하하기 위해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세에 대한 인식은 정확해야 하기에, 그래야 가뜩이나 오류가 많은 통일정세 인식에서 실체에 접근할 수 있기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트럼프 방식도 마찬가지. 여러분 뭐가 트럼프 방식인가? 북에서는 체면을 살려주느라 트럼프 방식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 실체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답변은 나올 것이 없을 것이고. 이것도 완곡어법.

외교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어떤 회의에서 북조선의 외교관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하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추후에 검토해보겠는데 안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표현. 될 이야기 같으면 그 자리에서 답이 나온다.

나와 30년간 필라에서 이민살이를 같이 하는 이창희 사장.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데 그가 날 남에게 소개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필라델피아 최고의 지성”이다. 지난 30년간. 2등이나 3등으로 서열이 내려가 본 적도 없다. 근데 이 표현을 액면 그대로 들으시나? 그런 경우다. 한반도 운전자론도 트럼프 방식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왜 초대형 봉투에 담길 수밖에 없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북조선을 이해하면. 따질 이유도 없다. 왜 그럴까?

예를 든다. 사진을 참고하시고. 2003년 이야기.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미녀응원단이 북에서 내려와 인기 절정일 때 이야기. 버스를 타고 가던 응원단이 갑자기 버스를 세우라고 한꺼번에 악을 쓰더니 모두 뛰어내려와 한 곳으로 달려간다. 경찰들도 덩달아 뛰고. 그러더니 모두 엉엉 우는데 경찰은 도저히 영문을 모른다.

경찰이 보니 전보선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있었다. 북녘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하나 되어 세계로 뛰자는 구호도 담겼고. 근데 경찰 눈에는 뭐가 문젠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김정일 장군님의 초상이 썩은 통나무에 모셔져 있다는 것” 그리고 “어제도 오늘도 비가 왔는데 장군님의 초상이 비에 젖을 수 있는데도 전혀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절대로 그냥 갈 수 없다며 현수막을 떼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구겨지지 않도록 펼쳐서 ‘정중히 모셔갔다.’

이제 이해 가시나? 왜 초대형 봉투에 담긴 것인지. 북조선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별의 별 소리들을 다 하고 있고. 버젓이 방송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수표(한국어로 싸인)이 든 친서는 접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가져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로고가 새겨진 푸른색 폴더 기억하시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가 그 안에 있었다. 그와 같은 형식으로 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정중히 모셔져’ 봉투에 담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다.

내가 첫 글에서 판문점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환송행사에서 벽에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쏜 것을 남측의 특대형 실수라고 지적했다. 기억하시나? 이 글에 첨부한 사진과 설명을 보니 심각성이 이해가 가시나?

그날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 3분의 1 정도가 날아간 경우도 있었고 정말 엉망이었다. 환송행사 자체가 없었던 것이 백만 배는 낳았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감격에 겨워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손을 꼬옥 쥐고 있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이 이걸 보면 어쩔까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고, 리설주 여사는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고, 손석희 사장은 행사를 너무 잘 준비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김정은 위원장이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라고 설명했고, 난 정말 난감해 도는 줄 알았다. 그런 모욕이 어딨나? 잘 모시려는 손님에게 한 대접이.

누군가 문재인 정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북조선 전문가 영입해서 문화공연 기획하라고 부탁드린다. 언제고 큰 사건 터질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 나간다면. 왜 공연을 하는 지 먼저 생각하고, 정치적인 판단도 하고, 그쪽 사회의 문맥을 이해하고 공연이고 뭐고 하길 바란다. 청학동 노인들 모시고 랩을 틀면 어떤 반응이 나오나? 걸그룹 노랠 틀면 어떤 반응이 나오나? 그러니 북을 방문해 공연할 땐 “토장의 노래”도 부르고 “김치깍두기의 노래” “돈돌라리” 이런 거 중심으로 불러라. 그러면 훨씬 반응이 뜨거울 것이다.

 

분단된 평화 안착이냐 통일지향적 평화체제로 가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바꾸려는 것은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상태. 근데 여기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봐야하는 대목이 있다. 그게 뭘까?

공고한 평화체제란 것이 반드시 통일지향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즉 분단된 상태에서 남과 북이 두개의 국가로 영영 남으며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 이게 미국이 바라는 것이다. 한반도 정책을 수정해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하는 수 없이 일부 양보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남한에 꽂은 빨대는 계속 유지하고 싶으니까.

반면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을 민족이 단합하여 통일된 민족국가를 만든다는 입장에서 보면 분단된 나라로 평화가 정착된다는 것은 끔직한 일이다. 영구분단을 의미하기에.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 평화라는 측면에 매몰되어서 그 안에 담긴 독소적인 요소들을 가려보지 못한다면 민족에게는 큰 재앙이 되고, 민족사의 발전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북조선과 미국은 이 지점에서 크게 충돌할 것이다. 남한 정부는 그 사이에서 동요할 수밖에 없고. 그럼 우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민족의 이익을 앞에 두고 촉구할 것은 촉구하고 규탄할 것은 규탄하며 우리의 목소리도 내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것은 통일이 밥 먹여주나? 이런 천박한 사고에서 벗어나고, 통일이 되면 이북 거지들을 먹여 살려야 되지 않나? 하는 극우 반동들의 악선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지금 분단된 상태로도 우리가 짜장면을 사 먹을 수 있는데 통일이 되면 삼선짜장면을 먹을 수 있나? 아니면 가난한 이북 인민들 때문에 라면도 먹기 힘들게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아찔하다.

 

꿀 먹은 벙어리였던 미국은 핵 때문에 북조선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 백악관 담판을 이해하고 싱가포르 조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전망하려면 과거 조미간의 합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1994년의 제네바합의.

이북은 그동안 주구장창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하자고 조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고 그랬다. 근데 미국은 무시했다. 대화를 해야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리고 성실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발표만 했지. 똘마니들 시켜서 박수치라고 했고. 그냥 분단을 유지하면서 남한에 빨대 꼽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자는 심보였다. 근데 북이 핵을 갖게 되면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때부터 북조선과 미국의 대화가 시작이 되기는 했는데…….

지금 한반도 평화회담과 비슷한 사례를 과거에서 하나 찾자면 1994년의 제네바 합의다.

복잡한 얘긴데 간단하게 요점정리. 1989년 미국의 정찰 위성이 북조선 영변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확인. 불안하니까 대화하자고 해서 1992년 비핵화공동선언문 채택. 미국이 말을 바꾸는 바람에 (선데이토픽 1253호 내 글 참고) 1993년 북조선 NPT 탈퇴. 조미 군사적 충돌 위기. 카터 평양에 날아가 북조선과 합의. 제네바 기본합의서 타결. 요게 1994년 이야기.

미국이 보니 조선이 핵무기를 만들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조선의 발목을 잡자는 심정에서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동의한 것이다. 근데 합의를 하긴 했는데 조선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보니 미국이 원하지 않는 내용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합의문 요점정리. 북조선이 지킬 사항: 1) 흑연감속로 동결 2) 경수로 건설 완료 시 흑연감속로 해체 3) 남북대화 추진 4) NPT 잔류. 미국이 지킬 사항: 1) 100만 킬로와트 경수로 2기를 2003년까지 완공해 조선에 제공 2) 해마다 50만톤의 중유 제공 3) 조미간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무역 및 경제 장벽 해소 4) 조미 평화협정 체결해 북조선에 대해 핵무기 사용하지 않고 위협하지 않기로 약속.

이북은 합의사항 잘 지키며 흑연감속로 동결했고, NPT 잔류 했고, 2000년에는 남북정상회담도 개최했다, 근데 미국은? 한입으로 두말하나 열 말하지. 한 것이라곤 중유 제공한 것밖에 없고, 그것도 선심 써서 주는 듯이 떠들고 다녔다, 조미 평화협정 체결? 당연히 반대했다. 긴장완화하자면서 한미군사훈련 열심히 했고. 2003년까지 지어준다던 경수로 착공식은 1997년 8월 19일. 땅 다지고 나니 2002년. 2003년 경수로 완공은 이미 물 건너간 얘기였고.

당시 객관정세 검토. 먼저 미국: 1994년 클린턴 대통령 시절, 제네바 합의 후 미국 공화당 압승. 2000년 조지 부쉬 당선. 2002년 부쉬가 조선을 악의 축이라고 부름. 남한: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체결. 원래 1994년 7월 25일-27일 남북 정상회담 갖기고 했으나 김일성 주석이 7월 8일 서거하면서 무산. 김영삼 대통령과 보수 언론 합심해 조문파동 일으킴. 북조선: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고난의 행군 기간. 북조선의 정기풍 교수는 고난의 행군 이유를 1) 사회주의 시장 붕괴 2) 잇단 자연재해 3) 미국이 주도한 고립압살정책으로 들었다.

 

제네바 합의 파기의 주역은 미국이다

 

막말로 미국은 중유 공급한 것 이외에는 한 것이 없었다. 당시 이북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들어서니까 “저거, 저거 돌아가는 꼴 봐라.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 경수로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런 생각하며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고. 해마다 폭우가 내려 수확량이 급감하니까 “굶어죽게 된 거, 그거 다 무식한 주체농법 탓 때문이야. 지들 책임이지!” 하고 또 비 안 오나 하늘만 쳐다봤고.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당시 기억나시나? 북조선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잘 버티면 3년이고 빠르면 몇 주 후에도 망할 수 있다는 ‘북한붕괴론.’ 헌데 북조선은 2000년 10월 당창건 55돌을 기해 고난의 행군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아무리 태공을 하며 약속을 안 지켜도 조선은 미국에게 이행을 촉구하는 것 외에는 따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미국은 하위동맹국들과 보수언론을 동원해 저 빨갱이들이 또 새빨간 거짓말하고 있다고 우기면 됐고. 그렇게 허송세월로 세월은 갔다.

이북은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켜서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 대화를 해보려고 1998년 영변에 차도 왔다갔다하게 만들어 미국의 심기도 건드리고, 광명성 1호도 발사한다. 그랬더니 미국의 반응이 나왔고. 1999년 미국은 “정확한 소식통에 의하면 금창리가 핵 시설”이라며 북을 물어뜯었는데, 이건 제네바 합의와는 상관도 없이 미국이 새롭게 제기한 의혹이었다. 금창리 동굴, 그걸 봐야겠다고 부득부득 우겼는데 북조선이 그걸 공짜로 구경시켜줄 이유가 어딨나? 그래도 계속 우기니까 북조선은 정 보고 싶으면 보여주겠는데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했고. 베팅을 하라고 했다.

미국은 자기들의 정보력을 확신했고, 이기면 골백배는 남는 장사니까 베팅. 식량 100만 톤(약 3억 달러) 입장료 내고 딱 한 번 구경했다. 텅 빈 동굴을.

근데 이번에 5개국 기자단은 공짜로 구경했다. 풍계리 동굴을. 하나도 아니고 셋을. 폭파하는 것도 생생하게 봤고. 근데 역시 말은 많다. 인공위성으로 매일 감시하면서도. 풍계리 갖고 미국 골탕 먹이려면 아주 간단하다. 그 지역에 큼지막하게 천막 설치하고, 트럭에 덮게 씌워 왔다 갔다 하면 금방 초조해진다. 틀림없이 또 베팅할 것이고.

각설하고 부쉬가 대통령되고, 더욱 기고만장해진 미국. 조지면 될 것 아닌가 정책을 꾸준히 추진. 그리고 2002년 제임스 켈리 선수가 한 건 함.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켈리 선수가 북조선을 방문했더니 북조선 관리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비밀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자기가 틀림없이 들었다고 발표. 입증할 근거? 없다. 근데 켈리가 들었다니까! 이유 달면 빨갱이 전술 채택. 뚜껑이 열린 북조선 12월 12일 핵활동 동결해제 선언. 12월 27일 IAEA 사찰단원 추방. 2003년 1월 10일 NPT 탈퇴 재선언. 미국이 만세부름. 경수로 안 지어줘도 되니까, 레고도 아니고 2003년까지 지을 방안도 없고 의사도 없었으니까. 그러면서 북조선이 제네바 합의 파기의 주역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님. 그리고 그게 정설로 굳어짐. 여러분, 누가 제네바 합의 파기의 주역인가? 못 믿겠으면 문정인 특보에게 물어보시라, 내 말이 뻥인지.

샐릭 해리슨과 리온 시걸 같은 학자는 미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입장에서 글을 썼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조선담당관은 2015년 뉴욕 타임스에 공동으로 글을 기고하면서 제네바 합의가 깨진 것은 조선과 미국 쌍방에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정도만 되도 참 대견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친북 좌파라 부르는 사람들은 이들도 좌파 또는 빨갱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난 좌파 우파는 따지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뭐가 사실이고, 뭐가 사실에 기초한 진실인가 이걸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북조선은 여기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총화 공화국이니까. 총화는 쉽게 말해 행사가 끝난 후 총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잘된 것은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회의.

 

삼장법사 김정은 위원장과 손오공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이 다가왔다

 

북조선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충분한 경험과 교훈을 찾았고 대비책도 마련했을 것이다. 북조선의 입장에서 미국이 협정이건 뭐건 약속을 안 지켜도 그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근데 이제는 다르다. 핵무력의 완성으로.

핵무력의 완성이란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완벽한 결합을 말하는데, 그 수준을 우선 살펴보자. 북조선은 총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고 최초의 핵실험은 2006년. 독일연방연구원의 측정을 기준으로 삼으면 2 킬로톤으로 추정. 2009년 2차는 13 킬로톤. 2013년 30 킬로톤. 2016년 1월 3차 실험. 북조선은 첫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 근데 진짜 수소폭탄이냐 아니냐 가지고 논란. 그해 9월 4차 실험. 더욱 강력해진 핵실험. 2017년 9월 3일. 6차. 북조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 폭발력 추정에는 차이가 심하나 전략핵무기라는 점은 대부분 동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사. 1993년 시작해서 마지막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 발사 성공으로 미국 본토 다 때릴 수 있음을 입증.

이제 조선은 한손에 핵폭탄 다른 한손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들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고 있다. 이게 없었거나 하나라도 성능이 후졌다면 미국은 또 태공으로 시간 죽이기에 들어갔겠지만 이젠 그럴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고 2018년 1월 1일부터 자신만만하게 한반도 통일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언론과 전문가들이 거꾸로 해석하면서 미국의 고립압살정책에 굴복해서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고 공상소설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21세기의 판가리 싸움: 주체혁명위업과 제국주의의 대결이 조미 정상회담의 본질이다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서 열릴 6월 12일의 조미 정상회담은 21세기의 판가리 싸움이다. 조선과 미국이 맞붙은. 본질은 주체혁명위업과 제국주의의 대결이고. 다른 어떤 표현을 동원해도 본질은 결국 이것일 수밖에 없다.

핵무력을 완성했기에 피 흘리지 않아도 되고. 물론 모든 것이 쉽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제국주의라는 것이 딱 한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공화당이면 보수고 민주당이면 진보도 아니고. 이해에 따라 모이고 헤쳐지면서 이익을 좆아 가는 집단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측에서 태클도 걸고 강력한 반발도 나올 것이다. 보시지 않는가, 벌써. 그리고 뒤통수도 여러 번 치며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근데 이젠 함부로 북조선의 뒤통수를 칠 수 없다. 핵무력 때문에. 필요하면 핵전쟁이라는 것을 실제로 할 의사가 있는 나라가 조선이니까. 선제공격권은 늘 미국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예전부터 말했으니까.

북조선에게 트럼프 계열이건 아니면 다른 네오콘 세력이건 제국주의 세력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근데 조미가 합의한 문서들은 이제 더 이상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없다. 아무리 잔머리 계책을 동원해도. 트럼프 대통령이건 다른 네오콘이건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심리전을 벌여도 더 이상 사기극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 들여다보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사건을 돌이켜 보시라. CNN 보도에 의하면 볼턴이 회담을 파토내려고 일을 벌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어서 조롱조의 공개편지를 날린 것인데 얼마나 가볍게 제압했는가? 이이제이로. 북조선이 화를 내기는커녕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도 살려주고 제국주의 적진도 분열시키며. 난 지난 글에서 정확하게 이걸 지적했다.

그래서 지금 형국은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손에서 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손오공은 물론 본인이 아주 똑똑하고 여의주도 있으며 ‘근두운’도 타고 하늘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요술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굿 럭이다. 굿 럭.

 

백악관 회담 후에 횡설수설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초조해진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과 후의 태도가 많이 다르다. 안 그런가? 트윗 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도 많이 줄었고. 발언도 확 바뀐 상태. 뻥까 발언도 없어지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양보한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 ‘만두부인 속 터지는 소리’다. 내가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울고 싶어라’란 노래도 부르고 싶을 것이다.

시사좌담회에 나와 북조선을 이렇게 조져야 한다, 저렇게 조져야한다고 떠들던 시사평론가들. 무슨 일보 논설위원들. 이해가 안 가시지? 어디서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모르시지? 첫 단추가 문제였다. 나뭇잎만 보니 나뭇가지도, 나무도 숲도 볼 수 없었던 것.

헌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방도가 없다. 왜? 독 안에 든 쥐니까. 그게 가능한 얘기냐고? 물론. 어떻게? 설명한다.

먼저 지난 글에서 난 김영철 부위원장이 오더라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기는 하겠지만 회담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니까. 그리고 아마도 큰 선물을 가지고 올 것 같다고 했다. 그 선물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고 펜스와 볼턴 계열의 극우파를 치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고. 대충 비슷하기는 한데 내가 가볍게 여긴 한 측면이 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하고.

그래서 내 각본대로 애피타이저인 김영철-폼페이오 회담 형식적으로 하고 백악관 방문. 다들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만나서 빌 거라고 착각했는데, 회담 후의 반응이 영 아니다. 자기들의 추측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확 바꿨는데 그걸 고단수 전략이라고 부르는 모자란 전문가도 나타났고.

잘 보시라. 친서를 전달 받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귀밑까지 찢어졌다. 근데 예상을 뛰어넘는 장시간의 회담이 있은 후 트럼프 대통령은 횡설수설하고, 예상하지 못한 발언도 하더니 공손하게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을 향해 빠이빠이까지 한다. 그날 동영상을 잘 보시라.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안 보이나 여러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바뀐 입장을 살펴보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부드러워졌고, 회담이 끝난 후 점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되어간다는 점. 최대압박이란 표현은 더 쓰고 싶지 않다고 했고, 북조선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느냐고도 했고, 6월 12일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고, 일괄타결 대신 대화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하고, 대화하는 동안 더 이상 추가제재는 없다고도 했다. 왜 그랬을까? 회담 끝나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원래 각본이라면 부리나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스캔해서 트위터에 올려야 했을 텐데 꿩 구어 먹은 소식이다. 왜?

 

백악관 안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날린 김정은 위원장

 

난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박까지 할 줄은 몰랐다. 북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워싱턴 디씨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물론 김영철 부위원장이 외교적 언사를 동원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협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했을 것이다. 구두로. 요진 이거였을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님, 조선을 향한 적대관계를 청산합시다. 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합시다. 대사관도 서로 세우고. 조선반도도 비핵화 합시다. 조선을 향한 핵무기는 모두 거두십시오. 조선반도이건 어디건 조선을 적으로 삼고 하는 침략훈련도 중지하시구요. 미군도 수순을 밟아 철군하십시오. 시간이 필요하면 이해는 하겠습니다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해결합시다. 대신 난 강위력한, 완성된 핵무력을 미국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미 적대관계가 청산되면 그것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 말이 진심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이게 내가 말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입니다. 조선반도에서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쌍방이 조치하는 것.

서로를 위해 말장난은 하지 맙시다. 뒤로 딴 짓 하지도 말고요. 그리고 우리 합의된 내용은 철저하게 지킵시다. 당신도 잘 아시다시피 지난 시기 우리는 인내를 갖고 미국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어 약속 파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며 모욕도 많이 했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책임을 당신에게 묻지는 않겠습니다만 난 더 이상 이런 것을 용인할 의사가 없습니다. 우린 평화를 구걸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내 말을 빈 말로 듣지 마십시오.

난 대외적으로 당신의 체면을 얼마든지 세워줄 용의가 있습니다. 미국의 체면도 세워줄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진심으로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결정에 따라 당신은 세계평화에 기여한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도 있고, 정 반대일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고 6월 12일 만나 좋은 결정을 합시다. 당신이 정직하고 바른 자세로 회담에 나와 줄 것이라고 믿으며 조선반도의 평화에 기여한 훌륭한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이게 나의 추정이다. 구두로 정확하게 전달했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그러기에 90분이 걸린 것이다.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단호한 결심이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노련하게 처리했을 것이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정확하게 접수하고 초조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친서는 원래 한두 장으로 되어있고, 큰 틀에서 덕담 수준이며 추상적으로 표기되는데, 그렇기에 아무리 완곡하더라도 위협의 내용이 들어가긴 힘들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북조선의 정책은 당근정책이 주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웬만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잘 구슬려서 끌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당근과 더불어 강력한 채찍도 같이 든 것. 그것도 말 그대로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이게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횡설수설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회담을 주도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찾으려면 딱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정신병에 걸린 것이다. 그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나?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나서며 불렀을 노래는?

 

이제 원고를 넘겨줘야 할 마감시간이다, 6월 6일 오후 6시 45분. 난리 났다. 더 쓰고 싶지만, 더 잘 쓰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된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볼턴이나 펜스는 지금 멘붕이 왔을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모를 리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판을 깨고 싶었을 것이고. 근데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펜스나 볼턴 ‘그루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북조선이 너무 강해서.

1994년에 잘 처리했으면 무척 싸게 먹혔을 것이다. 근데 북조선을 너무 우습게봤다. 그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젠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 가래로도 못 막게 되었고.

창문너머 초조하게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도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볼턴. 이제 그의 시대는 저물었다. 그리고 통일여명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내 생각인데, 난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나오며 혹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목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가사 일부 “랄랄 랄랄라 /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 백발백중 명사수 우리 장군님 제국주의 아성을 겨냥하신다 / 멸적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원쑤의 아성을 박살내리라 / (중략) / 승리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통일의 축포로 터져오르리 / 랄랄 랄랄라 /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사진설명

 

2. 북조선의 매체에 소개된 여명거리. 김정은 시대에 지어진 더 화려한 신도시 모습도 많다. 근데 일부러 덜 화려한 걸 골랐다. 그걸 씹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김정은 기념비적 건축물 이걸로 검색해 보시라. 어려워도 굶어죽을 일은 없을 터이니. 뭐라 부르건 압박정책은 씨알이가 안 먹힌다. 북조선에게. 북조선이 망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건 1990년대 후반 제2의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3. 판문점 공동회담 환송식을 보도한 jtbc 방송을 스크린 캡쳐 한 것. 벽에 두 정상의 초상화가 스크린 매핑으로 비쳐지던 상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꼭 쥐고 감동 먹은 모습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걸 인민들이 보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으로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손석희 사장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해설을 했고.

 

4. 유리창 너머로 김영철 일행이 도착하는 모습을 초조하게 내다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의 리비아식 해법이란 것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처박혀버렸다.

 

5.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아마 이 사진은 회담이 있기 전에 찍은 것이리라. 회담이 있은 후 그의 표정은 매우 당황한 것이었으며 기자회견에서 읽어봤다 못 봤다 횡설수설 했다. 내가 짐작한 그 내용이 담겼다면 이 친서는 평생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것이고.

 

6. 백악관에서 회담이 끝난 후 김영철 부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일 것이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돈 얼마 낼래? 친서 보려면” 이런 농담을 기자들에게 하면서도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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