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장들이 대거 사임한다.
2014년 코뮌 의회 선거(élections municipales) 이후 현재까지 (2014~2018) 프랑스의 선출직 시장 1021명이 사임했다. 그중 887명이 인구 2000명 미만 코뮌의 장이다.
프랑스에는 2017년 현재 35,287개의 코뮌(communes)이 있다. 코뮌 중 가장 큰 것은 파리이고, 가장 작은 것은 인구 200명 정도의 시골 마을이다.
코뮌의 장은 코뮌의 의회(Conseil municipal) 의장이며 코뮌의 의회는 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다.
코뮌의 장을 ‘매르’(maire)라 부르는데 통상 ‘시장’으로 번역한다. 예산 집행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코뮌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인데, 실권을 가진 시장, 면장에 해당한다.
프랑스는 한국과 국토 자치 조직이 다르므로 한국어에는 불어의 ‘매르’에 해당하는 적합한 용어가 없으므로 편의상 시장이라 통칭한다.
겸직 등의 이유가 아니고 자의에 의해 사임한 시장이 1021명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인구 2000명 이하의 코뮌의 장이다. 사임자가 가장 많은 도(départements)는 코트-도르(Côte d’Or), 그 다음이 파-드-칼래(Pas de Calais)다.
르 피가로가 발표한 프랑스 전국의 선출직 의원 명단과 비교해 보면 오드(Aude) 도에서는 20명의 시장이 자리를 떠났다. 옥시타니(Occitanie) 지역 내의 여러 도(道)도 예외가 아니다. 오트-가론느(Haute-Garonne), 제르스(Gers), 오트-피레네(Hautes-Pyrénées), 타른느(Tarn), 가르(Gard)에서도 각각 10명에서 19명이 사임했다.
사임자들의 대부분의 의견은 ‘지겹다’ (ras-le-bol)라는 반응이다.
지방세로 평균 코뮌의 세 수입 34%에 해당하는 거주세(taxe d’habitation)가 폐지되고, 국가의 교부금(dotation)이 감소하고, 지방 공무원 채용을 지원하는 지원금이 감소하여 재정이 열악한 것이 주 이유다.
사임자들 중 1/3은 마크롱 대통령 선출 직후에 시청을 떠났다. 작은 코뮌에서는 시장과 비서가 주민들과의 유일한 접촉 통로이기에 행정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국가 공공 서비스 (학교, 우체국 등)가 닫히면 그것이 정부 차원의 문제이지만, 시장이 주목을 받으며, 모든 비판이 시장에게 쏟아 진다. 시청 직원들의 월급을 줄 형편도 안되는 코뮌도 많다. 도로가 꺼지면 다음날 보수해야 하지만 보수 비용이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국경일 행사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코뮌 공동체 (communautés de communes)가 일반화 되면서 시장의 권한이 많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 시골 마을의 시장은 제약도 많이 받고, 책임도 무거워서 분초를 다투며 뛰는데, 보수가 턱 없이 적다.
실례로 인구 500명 이하의 시장의 총 월급은 658.01유로다. 여기서 각종 분담금을 떼면 순 월급은 400유로 정도다. 인구 500~999명까지의 시장의 월급은 그 두 배다.
시장들의 사임은 시의회 선거를 2년 앞둔 현시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20년 3월23~30일 치뤄지는 지방의회 의원선거에 아무 후보도 나서지 않을 경우, 시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경우, 도청(préfecture)의 장은 ‘프레페(préfet)’인데 (경찰 및 행정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의 도지사 겸 경찰청장에 해당) 일단 해당 코뮌에 3개월 간 임시 특별 대표를 파견하여 급한 행정 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그 동안 아무도 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으면 프레페는 해당 코뮌을 해체하고 이웃 코뮌에 통합할 수도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진명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