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장수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부당한 힘과 권력 앞에서 날개를 접어 넣고 부엉이바위 아래로 떨어져 내린 아기장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겹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아기장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부채감과 함께 하늘로 간 용마를 타고 다시 나타날 장수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것 같다.
그것은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 먼 권력자들을 더 이상 봐줄 수 없었고, 아무리 힘들게 일 해도 햇빛 한줄기 비치지 않는 헬조선의 그늘 아래에서 사는 게 힘들어서이기도 했을 것이 다. 그런 이유와 결과로 현 문재인 정권의 탄생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는 어떠한 부당한 권력이나 힘 앞에서도 아기장수를 지키고 우리 자신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여전히 힘을 모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현 정권이 무너 지지 않도록 잘 볶아진 콩과 좁쌀로서 한 알도 흩어지지 말고 새로운 장수의 갑옷이 되어 그를 지켜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또다시 부당한 권력의 손아귀에 아기장수를 넘겨 죽게 만들었듯 똑같 은 일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되어 또다시 권력 앞에 비겁한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의 권리를 약탈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조카도 생각난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나의 첫째 조카는 동생의 뱃속에서부터 조금은 남달랐던 아이 같다. 조카가 우리나라가 아닌 좀 더 개성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가능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갈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그러지 못한 이상, 이 환경에서도 타인들의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는 용기로 이 아이를 잘 지켜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줄 수 있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와 오류 속에서 가지각색 저마다 다른 모양을 가진 아기장수들이 튼튼한 바위 속에서 장수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조림 안의 내용물처럼 자신의 몸통을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깡통에 맞추어 깎아 내거나 부풀리고 또는 날개 를 꺾어 넣으며 생명력 없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내 조카가 아기장수임을 믿는다. 언젠가 겨드랑이 안의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 아기장수임을! 그리고 나는 기꺼이 이 아름다운 아기 장수들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싶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