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1위 브랜드 갤럭시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베트남법인이 올해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로 갤럭시 판매량이 줄어든 여파로 분석했다.
베트남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 장기투자를 약속한 나라다. 하지만 올해 업황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최소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선 베트남에 추가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를 따라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국내 부품 협력사들도 관련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생산법인 SEVT(Samsung Electronics Vietnam THAINGUYEN)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1조1898억원 당기순이익 1조915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당기순이익은 29.4% 줄어든 수치다.
SEVT 역성장은 이례적이다.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다 지난해까진 폭풍성장을 구가했기 때문이다. SEVT는 매출이 2014년 8조2654억원, 2015년 19조3793억원, 2016년 23조5638억원, 2017년 28조3233억원으로 늘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5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7725억원에서 3조432억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
SEVT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중국 등에서 베트남으로 결집시키기 위해 2013년 하노이시 타이응웬성(省) 북쪽 지역에 설립한 스마트폰 2공장이다. 공장부지가 약 182만㎡(55만 평)으로 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공장 가운데 가장 크다. 임직원수는 현재 6만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갤럭시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 중 절반가량(1억5000만대)을 SEVT와 베트남 스마트폰 1공장 SEV(Samsung Electronics Vietnam)에서 생산한다. 1공장 SEV(Samsung Electronics Vietnam)는 2008년 하노이 동쪽 박닝성(省) 일대에 설립됐다. 공장부지는 112만㎡(34만 평)로 SEVT에 못미친다. SEV는 물량이 2014년부터 SEVT로 이전된 이후론 매출이 정채 돼 있다. SEV는 연간 매출이 2013년 26조원에서 2014년 19조원 규모로 줄어든 뒤 지난해까지 매년 18조~19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누적 매출이 17조원으로 전년 동기(14조원) 대비 3조원 가량 늘었지만 다만 수년간 매출추이를 볼 때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문가는 SEVT가 올 들어 부진해진 갤럭시 사업현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와 중국 후발주자들의 약진이 갤럭시 판매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생산단계에서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 출하량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진 3.1억~3.2억대 수준은 유지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3억대 미만인 2.9억대가 거론되고 있다"며 "갤럭시 최대공장 SEVT 성장세가 멈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더 이상 SEVT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이와 관련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베트남 현지에 방문해 추가 투자설이 제기됐지만, 최소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선 관련 투자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부회장(사진 좌)은 올 10월 말 베트남 푹 총리(사진 우)를 만나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은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지 검토 하겠다"며 "삼성은 전자정부 분야에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관련 투자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 베트남 방문 직후 SEVT에 이은 제3공장 설립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삼성전자가 올 들어 베트남 공장에 장비증설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보다는 공장설립 계획을 이미 발표한 신흥시장 인도에 스마트폰 관련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앞서 올 7월 이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 노이다 지역에 현지 최대 스마트폰 공장을 짓는 신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 투자비는 총 490억루피(약 8000억원)이른다. 이 투자로 인도공장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6000만대 수준에서 2020년 1억2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공장들(연간 1억5000만대)에 버금갈 정도로 생산능력이 확대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관련 부품협력사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뿐 아니라 파트론(카메라모듈), 대덕GDS(FPCB), 케이스(KH바텍) 등 다수의 협력사들이 삼성전자를 따라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둔 상태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