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의‘철도대장정’을 보며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한 동선(動線)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나라의 정상이 무려 4천여 km에 이르는 먼 구간을 열차로 이동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평양을 떠나 중국 대륙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까지 60여 시간이 소요됐다.

 

23일 이른 시간 평양을 출발해 26일 밤 하노이에 도착했으니 만 사흘반 정도 걸린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기차로 갈수가 있구나...’

 

사실 육로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 먼 거리를 일분일초가 금쪽같은 국가 지도자가, 더구나 북한과 같은 일인 수령체제하에서 열흘도 넘게 최고 지도자가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번 ‘기차 대장정’을 가장 큰 감회로 바라보는 이들은 한민족, 그중에서도 남쪽 시민들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위치한 땅을 지리적 개념으로 ‘반도’라고 일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방이 막혀 있는 섬과 같다는데 동의해야 했다. 동, 서, 남은 바다요, 북은 북한으로 막혀 있으니 말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섬만도 못한 곳에서 살아왔다. 섬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였을 지언정 배를 띄우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물길’이 있지만 우리의 북쪽은 차도, 배도, 비행기도 넘어갈 수 없는 3차원의 벽이 세워져 있다.

 

그래서 외국을 가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민족의 절반이 살고 있는 북녘 땅은 있는 듯 없는 듯 초현실의 대상으로 삼았다. 남과 북 사이에 훈풍이 불고 남북철도 연결 논의가 시작되었다. 언젠가는 시베리아나 중국 대륙을 지나 유럽끝까지 갈수도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가슴을 부풀리고 상상력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하노이로 달려가듯, 언젠가 우리도 서울이나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북녘 땅을 지나 빙 돌아 중국 대륙을 남하해 베트남도 가고 태국도 가는 특별한 여행 상품을 이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북녘 겨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한면은 벽이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살아왔다면 그들은 동쪽과 서쪽은 바다요, 북쪽은 중국과 러시아에 막히고, 남쪽은 한국이라는 금단의 철옹성에 갇혀있었다. 그들에게 동해와 서해는 마주하고 있으되 연결할 수 있는 남해는 없으니 더욱 애잔한 환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례적인 열차 대장정을 놓고 많은 이들은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수십년전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재현하는, ‘이미지 정치’라는 소리도 하고, 뒷배에 중국이 있다는 존재감의 제스처라는 소리도 한다. 이벤트전문가인 탁현민 청와대 전 행정관은 열차 방문이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왔다며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로 해석하는 직업병(?)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세기의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낱 곁가지에 불과한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머나먼 ‘열차 대장정’에 나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이다. 적어도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이래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한가지 길을 추구해 왔다.

 

북한의 제안이 무엇이었나. 더도 덜도 아닌, 서로 적대하지말고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과잉 해석하고 왜곡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누구인지 양식있는 시민들은 옳게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머리땅'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대합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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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싱가폴에서 첫 만남을 가진 북미 정상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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