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EM 사건은 프랑스 파리에서 학원을 통한 불법이민이 3년이나 넘도록 적발되지 않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입국한 숫자만 해도 수 천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식으로 등록해 학교를 다니고 있던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한국 피해자 수도 200명이 넘는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르 피가로(Le Figaro) 2015년 12월 17일자 보도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본다.
OCRIEST, 불법 이민조직 급습
12월 7일 오전 6시, OCRIEST* 소속 사복 경찰관 60여 명이 파리 및 파리 교외 및 아르대슈(Ardèche) 도의 14개 장소에서 동시에 들이 닥쳤다.
파리 15구 세느 강변 건물의 3개 아파트와 옆 건물에 위치한 ISPEM 학교에서는 서류 상자 및 컴퓨터, 현금 8만유로와 수취인 이름이 적히지 않은 18만유로의 수표 뭉치를 압수해 갔다. 26만유로에 이르는 이 금액은, 이들이 거둬들인 엄청난 수익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Office central pour la répression de l'immigration irrégulière et de l'emploi des étrangers sans titre :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 및 불법 이민 단속 중앙 사무소, 경찰
프랑스 국경 경찰국(DCPAF)이 적발한,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거대한 중국인 불법 이민 조직망으로 꼽히는 이들의 거점은 파리 15구에 위치한 비지니스 스쿨의 일종인 사립 상업학교(그랑드 에콜 ISPEM)이다. 이 학교에서는 국제 무역, 외국인을 위한 불어 교육, BTS, 석사(Master), 박사(Doctorat) 과정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의 운영은 노련한 사기꾼들이 하고 있었다. 이들은 2013년부터 가짜 학교 등록 서류를 수 없이 만들어서, 이민을 희망하는 20~25세의 중국인 청년 500~1000명을 프랑스로 입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 조직망의 인원은 14명. 그들 중 책임자는 ISPEM 교장 브뤼노 카발라로(Bruno Cavallaro, 56세), 그는 전에도 사기, 파산, 탈세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된 바 있는 인물이다.
OCRIEST, 1년 간 끊임없이 지켜보며 수사
2014년 말에, OCRIEST는 경찰의 국제협력국(DCI, Direction de la coopération internationale)의 중국 베이징 주재 연락관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그는 파리 소재 한 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비자 신청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에 의심을 품고 제보한 것이다. 프랑스 경찰은, 이 학교가 아시아인들에게 학교 등록서류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2012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학교의 범죄행위가 드러나자 당시의 교장이 물러나고, 그의 친구인 브뤼노 카발라로가 교장이 되었는데, 이같은 범행이 계속 이어져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브뤼노 카발라로는 돈 세탁을 담당하는 학교의 회계, 중국인 학생들 모집을 담당하는 중국인 상근 직원 펭 씨(남)와 판 씨(여)와 공모하여, 돈이 많이 생기는 이 학원사업 조직을 오히려 확대시켜 나갔다.
이들은 중국과 파리 지역에 산재한 불법 이민조직들로부터 비자 발급에 필요한, 이 학교의 정식 입학 증명서와 학교 출두 통지서 등의 서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렇게 프랑스에 도착한 중국인들은 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학위증 등을 받아 경시청에 제출하여, 재학 기간에 해당하는 ‘학생 체류증 (titre de séjour avec mention étudiant)’을 발급 받아 프랑스에 1년~3년 간 장기 체류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이 학교 증명서를 받은 학생들이 한 번도 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들 중 1명은 고교 졸업 후 « 8년차(Bac + 8) 박사과정» 학생인데, 어느 식당에서 접시닦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확인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간단하면서도 치밀한 범죄수법
OCRIEST 줄리앙 장틸(Julien Gentile) 소장은 “이들의 수법은 간단하면서도 치밀했다. 이런 식으로 학교 등록을 하면, 수송 장비가 필요 없고, 불법 체류자들을 숨길 은닉처도 필요 없고, 국경을 넘는데 따르는 위험도 없다.”고 설명했다.
ISPEM 교육부장은 «비지니스 스쿨»의 진짜학생과 가짜학생을 구분해 사무처리를 했다. 가짜 학생들은 선택한 학위에 따라 등록금이 2800유로에서 4200유로까지 천차만별이다. 바프(Baffes)라는 별명의 한 남자는 수금과 회계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학교는 가짜 학생들이 지불한, 수취인 이름이 없는 수표를, 파리 동쪽 교외의 범죄조직과 연계해 현금과 맞바꾸는 방법으로 돈을 세탁했다. 경찰은 ISPEM의 계좌에서, 2014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8개월 동안 6백만 유로의 자금이 이동된 것을 발견했다. 그중 1백만 유로가 가짜 등록과 관련이 있는데, 이 돈이 학교 계좌 1개와 유령 계좌 2개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아르대슈(Ardèche)에 소재하는 브뤼노 카발라로의 전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세탁이 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500명에서 1000명의 중국인들이 이 조직을 통해서 프랑스에 입국하여 체류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학교장과 공범 1명이 수감 중이고 다른 6명은 ‘돈세탁’, ‘범죄조직 구성’, ‘조직적인 불법체류 지원’ 등의 죄목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 이같은 학위 사기가 극성을 부리자, 파리 교육청(Rectorat de Paris)은 국가의 인증을 받지 않은 학교들을 걸러내고 가짜 학생을 가려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편집부 / 이진명 jinmieung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