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한반도 비핵화 실행 구체적 언급 없어… 북의 반응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미 정상은 5월 21일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택하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최대 치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싱가포르 합의를 미국이 존중하겠다고 밝힌 점은 우선 북한에도 좋은 소식이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민족에 가장 중요한 2018년의 판문점 선언과 남북 대화와 관여.협력에도 지지를 표명했으며 성 김(전 주한미대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지난 2월 공급망 강화가 필요한 핵심 품목으로 반도체, 배터리를 지정했는데, 여기에 한국은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전자의 반도체, 베터리 사업용 400억 달러(44조원) 규모의 거금 투자를 밝혀 미국의 환영을 받았다.
특히 중남미인들의 불법 입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정부를 위해 한국이 중남미 북부 3개국 경제난 해소를 위한 2억2천만 달러를 올해부터 3년간 지원, 근본 문제 해결에 협조하겠다는 한국정부의 기발한 약속은 미국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는 미래에 천연자원이 풍부한 북한에의 미국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한 경제도 북한과 더불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공동선언 중 눈에 띄는 부분은 1. 바이든 “한국과 포괄적 백신 파트너쉽 구축 합의”, 2. 바이든 “민주주의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 3. 문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4. 바이든 “한국군 55만명에 백신 제공 방침” 등으로 한국은 백신을 얻게 된데다 한국 내 백신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
미국 정부는 미 최고 훈장인 ‘명예훈장’을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수여하는 자리에 문 대통령을 초청하여 축사까지 하게 했다. 이는 문 대통령 방미 일정에 맞춰 미리 마련한 것으로 미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미 언론은 “문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은 높은 영예를 포함한다”고 극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를 예방, 한미 양국이 혈맹임을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하루 전 ‘아시안에 대한 범죄방지법’에 서명한 것도 한국을 아시아 여러 나라의 대표 국가로 예우한 바이든 정부의 각별한 배려로 보인다.
미 하원은 정상회담 하루 전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를 골자로 하는 ‘한반도평화법안’을 발의한 것은 미 의회 통과 여부와는 별개로 문 대통령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었다.
전번 미일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에 온 스가 일본총리의 경우, 햄버거 점심을 하며 단독 정상회담, 관련부처 장관을 포함한 확대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친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에서의 연설로 방미일정을 마쳤을 뿐이다. 문 대통령의 점심은 햄버거가 아닌 미국의 유명 요리인 ‘크랩케이크’였다는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극진한 예우 받은 문 대통령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대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펠로시 하원의장(81)도 시종일관 두 손을 앞에 다소곳이 모으며 문 대통령에게 90도 각도의 한국식 인사를 하는 등 유례없는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모두 미국 역사상 국가수뇌부가 외국 정상을 대하는 처음 있는 예우로한국의 위상과 국격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극진한 예우와는 달리 한미공동선언에 아쉬운 대목도 있다. 한미연합방위태세 관련 공약 재확인, 한미동맹의 억제태세 강화, 합동군사준비태세 유지 즉,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강화한다는 내용뿐이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역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강조”했다고만 했지 그에 따라 미국이 해야 할 비핵화 의무는 전혀 언급이 없다.
북한이 지금까지 요구해온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미국 측이 실행해야 할 내용은 “현 주한미군 핵무기를 전부 공개할 것”, “남한의 모든 핵무기와 기지를 철폐한 후 세계의 검증을 받을 것”, “미국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전개하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할 것” 등이다.
또 “그 어떤 경우에도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북을 위협하거나 핵사용이 없을 것임을 확약할 것”, “남한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할 것“ 등도 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자국의 대중적대정책에다 대중적대정책과는 거리가 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시켰다. 한국이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No’를 못해 미중전선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 문 대통령의 대미외교 성과는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