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쉰 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번 편지로 ‘코로나지옥’ 타령을 끝낼까 했는데 우려했던 것처럼 델타변이바이러스 코로나가 지옥의 출구에서 미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한동안 크게 줄어들었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한창때 수준인 매일 6~7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 공통입니다. 코로나는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2억에 가까운 감염자가 발생해서 417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세계 최대 발병국인 미국은 지금까지 3,530만 명이 감염되어 63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델타변이의 발생지인 인도는 3,134만 명이 감염되어 42만 명이 넘게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은 전 인구의 75% 이상이 한 번 또는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해 감염자 중 입원자와 사망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모더나든 화이자든 백신접종한 사람들은 델타바이러스 감염돼도 중증(重症)이나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소수라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 미국 성인인구 20% 가까운 사람은 백신접종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주로 개신교 원리주의자들과 유튜브 등 가짜뉴스에 일상적으로 접근하는 저학력과 히스피닉계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각 주에서는 필사적으로 백신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복권’ 등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네 아이 엄마가 백신복권에 당첨되어 100만 달러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당근책보다 차츰 백신 미접종자들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공산이 큽니다. 해외여행에 접종증명서가 필수적인 것처럼 앞으로는 국내여행 또는 운동경기나 관람, 취업 등 접종증명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7월7일 코로나 팬데믹 후 처음 ‘코로나 영웅’들을 격려하기 위한 'Kicks off'(시작하다) 퍼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헌신적으로 싸운 의사, 간호사와 공공봉사자들에 감사를 표시하는 한편 코로나를 이겨내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행렬인파가 종이 꽃가루가 휘날리는 가운데 군악대를 비롯한 각 단체의 악대와 배너,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코로나에 영웅적으로 헌신(獻身)한 사람들을 태운 특별한 그림이나 표어로 장식된 차량들을 뒤따라 성조기와 손팻말을 들고 맨하탄 중심가를 행진했습니다. 이날 행진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목에라도 걸친 사람은 헤아릴 정도로 소수였습니다. 마치 1945년 9월호 라이프 잡지에 실린 제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맨하탄 축하페레이드 옛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대부분 방역조치가 해제되고 코로나지옥이던 뉴욕은 차츰 일상을 되찾아가는 느낌입니다. 교통체증은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바와 같이 델타변이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 아직 코로나지옥에서 탈출하려면 상당기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4개 주에서 다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80% 이상이 델타변이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는 매우 위험한 가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과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계속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다시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당주변 공공장소와 길가 주차공간을 이용한 식당 옥외 영업기한 1년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실제로 PCR 검사대비 양성률은 0.5%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2% 가깝게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숫치는 10%를 오르내리던 때에 비하면 무척 줄어든 것이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뉴욕주는 백신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존스비치와 체육관 등 백신센터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동네 약국에서도 손쉽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어 대형센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퇴치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백신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와 공존’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영국,독일,이스라엘,싱가폴 등은 더 이상 거리두기, 집회제한 등 방역조치 취하지 않고 코로나를 매년 독감과 같은 질환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염병 때문에 언제까지 사회와 경제를 묶어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감백신처럼 정기접종을 통해 제어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1만 명이 넘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2021년1월31일 보고서에서 2020년 겨울 독감환자는 1,900만 명, 입원 18만 명, 사망자 1만 명으로 발표했습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B형에 감염된 호흡기 질환입니다. WHO에서는 매년 초 그 해 유행가능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 발표하고 백신 제조사들은 이에 따른 백신을 생산합니다.

 

코로나의 경우도 매년 유행 바이러스에 따른 적절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지금처럼 요란하지 않고도 코로나와 공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싱가폴 정부는 이를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함축적으로 설명합니다. “나쁜 소식은 코로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와 함께라도 정상적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를 관리하듯 코로나도 그렇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최소 70% 이상 백신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이 형성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싱가폴 정부는 이 같은 정책으로 첫째, 대부분 백신접종으로 감염되더라도 경미한 증상으로 독감처럼 집에서 회복이 가능하다. 둘째, 의료시스템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더 이상 역학조사나 추적할 필요가 없고 누구나 빠르고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매일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중환자들만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이밖에 대규모 군중행사도 재개하고 국제협정에 따라 백신증명으로 해외여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New nomal' 시대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은 델타바이러스 대유행 와중에 올림픽을 치른다고 난리입니다. 일본도 백신접종률은 55.4%로 한국 42.7%나 대동소이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 후 세계의 온갖 변이바이러스로 큰 재앙(災殃)이 닥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다는 보도입니다. 인류 평화의 제전 올림픽이 부디 무사히 마무리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벗님 여러분, 한국도 변이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봅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속히 백신접종을 마치시기 바랍니다. 무더위에 건강조심하시고 무사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7월24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 칼럼니스트.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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