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에서 BBCN은행과 윌셔(Wilshire)은행이 공식 합병을 선언했다. 이로써 미주 한인사회에 자산규모 123억달러(미화)의 ‘수퍼 리저널 뱅크’가 탄생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상장은행 중 6번째 규모가 된다. 합병되는 은행의 초대 행장 및 CEO로 선임된 케빈 김 현 BBCN 행장은 “두 은행의 합병으로 한국 기업과 동포사회 발전을 이끄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같은 미주 한인 소식을 접하며 “호주에서 한국계 은행의 출범은 언제쯤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그동안 시드니 한인 사회에서 몇 번의 금융기관 출범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약 20년 전 쯤 크레딧 유니온(신용협동조합) 형태가 첫 번째였다. 한인신협은 당시에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한인 숫자와 자산 규모, 참여도 부족, 호주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의 요인으로 아쉽게도 성장에 한계가 있었고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 후 벤디고은행을 통해 벤디고 커뮤니티은행 스트라스필드 지점이 한인들의 자산으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고 동포 사업자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호주에 진출한 한국 시중은행의 현지 법인 또는 지점도 있다. 또 호주 지점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한국 시중은행의 호주 지사나 법인은 한국 본사가 보증을 하고 대출금을 호주에서 받는 형태가 많다. 엄밀하게 현지 금융으로 보기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시드니에서도 한인 기업과 동포사회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미주의 BBCN, 월셔은행, 한미은행같은 형태의 한국계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한국계 금융기관은 ‘한국과 한인 커뮤니티에 전문성이 있는 호주은행’으로서 호주 금융 전문성을 갖는 동시에 한국 시장과 기업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차별성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호주의 대형 은행들과 오랜 기간 거래하면서 사업을 위한 금융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소규모 한인 자영업자들과 한국에서 호주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들에게는 호주 금융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고 사업 경력도 짧아 호주 시중 은행들과 거래하기 쉽지 않다.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아직도 계를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하거나 자동차 구입 등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호주 은행이 현금흐름(cash-flow)을 중요한 여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한국계 은행은 호주 시장 환경과 고객의 사업에 대한 전망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중소기업에게 보다 나은 형태의 금융지원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에 있는 한인 중소기업과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한국계 금융기관 설립에 대한 논의를 환영한다.
한 가지를 덧붙이면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인 이스트우드는 상가 지역이 기찻길을 경계로 로우 스트리트 동쪽(한인타운)과 서쪽으로 나뉜다. 모든 금융기관이 현재 이스트우드 쇼핑센타와 우체국, 중국인 비즈니스가 많은 서쪽에 몰려있다. 4대 은행과 세인트조지, 지난해 문을 연 선코프(SUNCORP)까지 6개 은행 지점이 모두 이스트우드 플라자에 있다.
동쪽의 한인 상권에 1백개 이상의 한인업소들이 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현재 한인 상권의 로우스트리트에서 길거리 업그레이드 공사(라이드시 예산 4백만 달러 할당)가 한 장 진행 중이다. 또 현재 라이드카운슬의 공용주차장 부지에 230대 주차건물을 신축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이스트우드 한인상권에도 은행이 들어설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한인업소들이 늘어나기 전(약 25년 전)까지 현재 모 한인 식당건물에 코먼웰스은행의 지점이 있었다. 당시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는 유명한 건자재 상권이었기 때문에 이들 업소를 고객으로 은행이 운영됐던 것이다. 한인 상권과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편리한 위치의 금융기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