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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미국 내 마지막 남은 화학무기를 모두 안전하게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국제기구 화학무기금지기구 웹사이트 화면. '화학무기 폐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하는 데 전념한다' 는 메시지가 있다. ⓒ opcw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김명곤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미국 내 마지막 남은 화학무기를 모두 안전하게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세계 1차대전으로 미국에서 화학무기가 생산•비축되기 시작한 지 약 100년 만에 대외 신고된 미국 내 화학무기가 모두 제거됐다고 에이피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화학무기의 마지막 비축고는 켄터키주 블루그래스 화학무기 폐기 시설(BGAD)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명적인 독소인 사린으로, GB 신경 작용제가 든 M55 로켓의 마지막 비축분이 7일 완전하게 폐기됐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콜로라도주 소재 미 육군 푸에블로 화학무기 창고에 보관돼 있던 겨자가스가 든 포탄 약 2600톤도 해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화학무기 비축량을 없애기 위해 30년 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면서, 이번 조처로 화학무기의 공포가 없는 세상에 한 단계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른 우리의 오랜 약속을 이행할 뿐만 아니라, 대외 신고된 전 범주의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국제기구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지구상에서 화학무기의 개발•획득•생산•보유•이전•사용 등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이다. 미 상원은 1997년 CWC를 비준했다. 미국 외에도 한국과 러시아 등 193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9월 30일까지 모든 화학무기 비축분을 폐기하게 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시리아를 지목하며 CWC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두 나라가 뻔뻔한 잔학 행위와 공격을 저지르는 데 사용된 미신고 프로그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CWC에 가입하지 않은 남은 국가들의 조속한 협약 가입을 촉구했다. 현재 CW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북한과 남수단 등 4개국이다.

러시아는 2017년 9월 27일 신고된 화학무기 비축분을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WC 일부 회원국은 러시아가 미신고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7년 이후에도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에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돼 사망할 뻔한 일이 있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12년 7월 시리아도 화학무기 보유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 발표가 있기 전부터 시리아가 겨자가스와 사린, VX 같은 신경 작용제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화학무기금지기구와 유엔 합동조사단은 시리아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수많은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 세계 1차대전 당시 약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화학무기로 목숨을 잃었다. 그 이후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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