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베라시옹 지 최근호는 바칼로레아(Bac, 고등학교 졸업 자격 국가 고사)에 합격한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 선별을 거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에서는 원칙적으로 바칼로레아를 가지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학과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교수진과 강의실 등 시설이 부족하여 고충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나 대학 당국은 입학생 수를 제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즉, 선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선별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라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리베라시옹 지가 지적한 4개의 명백한 선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출신 고등학교
교육부가 6월에 발표한 ‘대학예비등록, APB, Admission post-Bac’의 산법(算法, algorithme)을 보면, 지원생들이 몰리는 학사과정(licences en tension)에 자리가 부족한 경우, 대학이 소재하는 교육구(académie, 하나의 교육구 범위는 여러 개의 도 départements를 포함) 지역의 고등학교 출신 바슐리에(bacheliers, Bac을 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 점은 대학에 제공한 APB 가이드 라인에 명시되어 있다고 리베라시옹 지가 지적한다. 그런데 교육구의 지리적 범위(구역)는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것인데, 예비 등록 과정에서 등록자들이 출신학교가 소속한 교육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는 지리적 범위를 제한하거나 몇 개의 도(道)로 한정할 수 있다.
* 프랑스의 국토 자치 조직은 13개의 지역(Régions), 101개의 도(道, Départemensts), 35,885개의 꼬뮨(Communes)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부의 지방조직으로 교육구(Académies)가 있는데, 2015년 말까지는 프랑스 전국에 30개 교육구가 있었으나, 국토 자치 조직 개편으로 전에 22개가 있던 지역이 13개로 통합되는 것과 동시에, 2016년 1월 1일부터 교육구청도 30개가 통합되어 17개의 ‘‘지역 교육구청, Académies régionales’으로 개편되었다. 따라서 한 개의 지역 교육구청은 6~7개의 도(Départements)의 교육을 관장한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설명은, 예를 들어 툴루즈 교육구는 범위가 넓어, 멀리 사는 학생을 툴루즈의 대학교에 입할시킬 필요가 없고, 학생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학교 분교에 입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 대학이 좋은 학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안되고, 지리적인 요인을 참작하는 것은 모두에게 기회 균등을 주는 것이다. 대학에서 그렇게 하면서, 성적도 참작하여 지원생의 서열을 매긴 다음, 일정 수만 입학을 시킨다.
2. 전공을 변경하는 학생은 서류로 선별, 나중에 처리되거나 배제
APB는 전공을 바꾸는 학생을 대학교가 받아 주어도 되고, 안 받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몰리는 학과에 적용이 되고, 지망생이 적은 문학과나 역사학과에는 자리가 있으므로 안 받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전공을 바꾸는 학생은 낙제 상황이므로, 입학시 관련 서류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이런 학생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교육부는 설명한다.
3. 선별하는 학과, 해마다 증가
APB 가이드 라인에는 대학들이 일부 학사 과정을 지원 불가 또는 예비 허가 필요로 분류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프랑스 법과 국제법 2개 동시 전공 학사 과정(bilicence)에 등록하려면 영어 구사 능력이 일정 수준에 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식의 선별에는 교육청도 동의한다.
이런 식으로 선별을 하는 학과의 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학과가 전체의 20% 정도다. 이는 대학이 학과의 질을 높이고, 그랑드 에콜 준비반(prépas)과 경쟁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학의 모든 학과는 차별 없이 모든 바슐리에들에게 열려 있는데, 이런 식의 선별을 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다.
4. 불투명하고 놀라운 선별 기준
그랑드 에콜 준비반, BTS, IUT, 일반 학사과정에, 어떤 법적인 규정이 없는데도 서류 심사에 의한 선별을 하고 있다.예비 등록을 할 때, 고교 졸업 예정자가 APB 등록을 하면, 긍정 또는 부정의 답만 돌아오고,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때 적용되는 기준은 공개된 것이 아니다. 대학 관계자들은 APB에 올라 있는 여러가지 정보를 볼 수 있다 : 후보 학생의 이름, 세 번째 이름(3e prénom), 성별, 출생 꼬뮨, 출생 국가, 장학생유무 등등, 다음에 ‘제1외국어, 선택 과목 1, 고등학교 1학년 진학 연도, 등’ 불필요한 이런 요소들을 가지고, 대학의 선별 담당자는 지원생을 자유로이 선별할 수 있는데, 이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학 입학에 추첨은 불법
지난 6월에, 추첨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할 수 없었던 학생의 제소에 대해, 보르도 재판소 행정 판사는 추첨은 어떤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추첨에 의해 학생을 입학시킨 학과는 작년에 프랑스 전국에189개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추첨을 가능하게 하는 이런저런 조치들이 있다고 얼버무린다.
행정적인 절차인, 대학 예비등록(APB)이 2008년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을 때 취지는 860,000명의 바슐리에들의 대학교 등록을 간편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APB는 세월이 지나면서, 사실상 선별을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기계로 변질되었다. 프랑스의 대학생 총 수가 250만 명에 달하며, 매년 입학생 수가 86만여 명인데, 이 수가 매년 4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법에 따르면 모든 바칼로레아 소지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칙일 뿐, 대학은 늘어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교수진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따라서 선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PB가 이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 노조들은 APB 때문에 손해를 본 학생들을 결집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학교 예산부족으로 올해에 20,000명의 바슐리에가 대학에 입학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학생 노조 UNEF가 경고한다. 대학교 예산 증액은 등록금 인상으로 가능하기도 하지만, 나자 발로-벨카셈(Najat Vallaud-Belkacem) 교육부 장관은 신학년도에 대학 등록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학교 신입생 수용에 따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고, 대학 당국이나 교육부가 편법을 사용하여 대충 꾸려나가는 형국이다.
【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