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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최고 수위의 테러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지난 7월 10일 팡파르 울리며 유로 2016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팬존’ 지역의 테러위협에 극심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철저한 검문검색으로 수 십만 축구팬들을 일시에 보호하는데 큰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일사불란했던 반테러작전의 쾌거를 우롱하듯, 테러는 전혀 예상치 않는 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7월 14일 니스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나 세상을 경악시켰다. 프랑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축제를 즐기던 순간에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7월 14일 오후 2시 올랑드 대통령은 대혁명기념일 연례행사 대국민 성명에서 유로 2016을 성공적으로 치른 정부의 업적을 치하하며, “인권차원에서 국가비상사태를 더 이상 연장시킬 이유가 없으며, 자전거 경주대회가 끝나는 7월 26일자로 종료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대통령인 자신은 지속적으로 프랑스를 지키고 보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무섭게 ‘죽음의 트럭’이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나온 인파를 향해 돌진했고, 84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테러희생자들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다수 포함되어 지구촌 시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7월 15일 오전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의 연설을 번복, 국가긴급사태를 불가피하게 다시 연장하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대국민단합을 호소했다. 2015년 1월 이후 테러로 250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가운데, 대국민단합을 위한 세 번째 호소였다.

반복적인 대통령의 호소에 이번에는 국민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특히 니스 시민들은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현 정권에 대하여 극심한 분노를 터트렸다.

 

▶ 왜 하필 니스였나?

 

하필 파리가 아닌 니스였나? 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한 테러 전문가는 이때까지 프랑스 테러방지 대책은 전략적으로 유로 2016과 파리에 집중되었으며, 유로가 끝난 후 지방의 보안감시가 다소 느슨해진 탓이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니스가 도청소재지인 알프마르팀(06)은 파리 북쪽의 센 생-드니(95) 다음으로 과격이슬람파로 전향한 이민자들이 유독 많은 지역이다. 약 2,3천 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515명은 현재 정부기관의 감시대상이다. 2014년에도 시리아를 다녀온 알제리아계 프랑스인 이브라힘 부디나가 니스카니발 축제를 겨냥하여 테러를 음모하다 사전에 발각되기도 했다.

반면에 이 지역 시민들은 대다수 극우성향을 지니고 있다. 선거 때면 극우정당 FN이 선전을 보이는 극우파의 표밭이기도 하다. 테러 다음날 ‘프랑스인들의 프랑스’라는 구호가 니스 거리를 메웠을 정도이다. 현 좌파정권의 테러정책을 못 믿겠다며 국민 스스로가 프랑스를 지켜야한다는 극우적인 목소리가 거세게 흘러나왔다. 테러이후 극우정당 FN에 가입하는 주민도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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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죽음의 트럭’ 질주를 막지 못했나?

 

국제휴양도시 니스는 치안유지 감시카메라가 1천대 설치되어, 주민 343명 당 1대 꼴로 높은 비율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실패했지만, ‘죽음의 트럭’ 역추적에는 긴밀히 이용되고 있다. 7월 14일 21시 43분 테러범이 자전거를 타고 트럭이 주차된 곳으로 도착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렇다면 19톤 대형트럭이 어떻게 도심에 진입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불꽃놀이 축제행사를 구경하러 3만여 인파가 몰려든 니스의 가장 화려한 대로 ‘프로므나드 데쟝글레(영국인들의 산책로)’는 오후 5시부터 모든 차량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었다.

평상시에도 트럭은 배달근무시간을 제외하고 도심에 진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더욱이 공휴일 밤 22시부터 23시 사이에 길이 15m의 대형냉동트럭이 시내를 진입한다면, 테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의혹의 눈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죽음의 트럭’이 테러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내를 통과하는 도중에도 경찰의 불심검문도 받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국가비상사태에서 치안유지에 구멍이 뻥 뚫렸던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내무부 장관은 7월 14일 대혁명기념일 축제를 맞이하여 최고수위 치안유지로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죽음의 트럭’은 경찰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는 도보자전용 대로 입구로부터 2Km를 더 질주하며 수백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 명의 테러범이 대형트럭을 이용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반테러 정책부 조르쥬 프네크 야당의원은 정부가 DGSI의 경종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프랑스 국내최고정보기관DGSI는 과격이슬람세력의 테러수법이 달라져, 폭탄이 장치된 차량을 이용할 것이라는 정보를 지난 5월 24일 국회에 통보했다고 한다. 즉 차량을 이용하여 최소 테러인원으로 최대의 희생자를 내겠다는 수법이다.

 

▶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제3기 테러수법

 

7월 14일 니스 테러범이 기존의 테러리스트 프로필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도 크게 주목된다. 31세 튀니지인 테러범은 이슬람교신봉자도 아니며, 시리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테러조직원도 아닌,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단순 절도폭력사범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슬람무장 단체의 새로운 형태의 단독범행 테러수법이라고 프랑스 내무부 장관이 밝혔다. 현재 테러조직에 대한 밀착감시로 조직원들이 테러를 공동으로 음모하면 행동으로 옮기 이전에 정보기관에 노출될 가능성이 한층 높은 편이고 테러조직인원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슬람무장 세력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직접 테러를 음모하지 않고, 테러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개인 누구라도 단독으로 테러를 자행하도록 입김을 불어넣는 추세라고 테러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 왜 프랑스가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나?

 

프랑스 여론과 언론은 니스 테러가 발생하자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유독 프랑스가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브뤼셀 공항테러도 원래는 파리를 겨냥했던 범행으로, 벨기에에 아지트를 둔 테러범들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체포 직전에 주거지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자살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3월 알제리아계 프랑스인 모하메드 메라가 툴루즈에서 유태인을 표적삼아 테러를 자행했고, 이로 인해 어린이와 경찰을 포함하여 7명이 희생됐다. 이후 지하디스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말리 북쪽을 점령하면서 말리내전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었고, 2013년 1월 올랑드 대통령은 ‘전쟁지휘관’을 자처하며 프랑스군을 말리에 파견시켰는데, 이때 항간에서 보복테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계속하여 프랑스는 미국과 함께 최전방에서 이슬람세력과 맞선 유일한 유럽국으로, 2014년부터 이라크, 2015년부터 시리아를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현재 IS 이슬람세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상황이며 테러조직도 많이 와해된 편이라 한다. 따라서 프랑스에 대한 IS의 적개심이 높고, 테러조직의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누구나 단독으로 테러행위에 가담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이다.

또한 프랑스가 세계에서 가장 으뜸가는 인권보호국가로라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1948년 세계 인권선언보다 훨씬 앞선 1789년 대혁명에서 만인의 인권보호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세계 최초로 인권보호헌장을 실천하며 흉악한 범죄인에게도 인권보호를 앞세우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번 니스 테러범 튀니지인도 2016년 3월 폭력범으로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다.

인권보호라는 미명아래 미약한 형벌, 인력부족과 효율적인 대테러기구 조직체계의 미흡도 지적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이슬람국가들이 불어를 구사하고 지리상으로 가깝다는 점, 프랑스 인구분포도에 무슬림계가 상당 비율 차지한다는 점 등 대학연구논문으로 취급해야할 정도로 복합적인 배경들이 깔려있다.

 

한편 프랑스 국가비상사태는 7월 26일부터 다시 6개월 연장된다. 니스 테러 다음날 실시된 Ifop 여론조사에 의하면,프랑스인 81%가 반테러체제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킬 각오가 되었다고 표명했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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