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이 엄격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기념사진들을 찍은 후
이를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 자랑까지 해대는 사건이 벌어졌다.
▲ 초소형 휴대폰
보안에 큰 구멍 뚫린 교도소
(뉴질랜드=코리아포스트) 최근 국내 언론에 전격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커진 사건의 진원지는 오클랜드 남부의 위리(Wiri)에 있는‘Auckland South Corrections Facility(ASCF)’.
지난 몇 달 동안 이 교도소의 일부 재소자들이 몰래 반입된 초소형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몸에 새긴 문신을 자랑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린 것이 주변에 널리 퍼지면서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특히 이 교도소는 2008년 집권한 후 교정시설의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민당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민간기업인‘세코(Serco)’가 정부를 대신해 운영하는 곳인데, 세코는 현재 오클랜드의‘마운트 에덴(Mt. Eden)’교도소도 함께 운영해 뉴질랜드 전체 재소자의 25%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교정시설인 ASCF는,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는 교도소 문을 나서는 재소자들의‘재범률(reoffending rate)’을 2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 하에 2억 7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2012년 9월 착공해 2015년 5월에 완공했던 최신 교정시설이다.
17헥타르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29개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960명의 재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데,출소를 앞두고 이곳으로 이감되는 재소자들은 스스로 요리와 세탁을 하며 지내게 된다.
이 시설은 계약에 따라 세코에서 완공 후 25년 동안 운영하는데, 이와 같은 세코와의 민간 교정시설 운영 계약은 뉴질랜드 정부가 민간기업과 맺은 사업 중에서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교도소는 세코가 ‘PlaceMakers’,‘Envirowaste’와 ‘Cabins To Go’와 같은 민간기업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재소자들에게 직업훈련과 함께 취업 기회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재소자들이 사회로 복귀하기 전 최대한 적응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정 진행 중에 일부 재소자들에게는 제한적인 컴퓨터 접근과 사전에 프로그램화된 전화 사용은 가능하지만 휴대폰이나 인터넷 접근은 엄격하게 불허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보도되자 현재 관리회사와 교정부(Department of Corrections)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 문신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재소자들
뛰는 교정당국 위로 날아가는 재소자들
사실 재소자들의 휴대폰 불법 반입은 이번에 처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며 그동안에도 교도소들을 비롯한 전국의 각 교정시설에서 꾸준히 문제가 돼왔던 사항으로, 마약 등 약물 반입과 더불어 교도소와 관련된 고질적인 문제들 중 하나였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교정부 관계자는, 시중에 이런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난 1월부터 집중적인 수색을 거쳐 해당 교도소에서 모두 5대의 휴대폰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미루어 이번에서야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관련 사진들이 찍혀 일반인들 사이에 유포됐고 교정부에서도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교정부 관계자가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기업에 관련 사진들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삭제 과정은 엄격한 전제가 요구돼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한 점에서도 더욱 확실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에도 관련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사진을 찍은 휴대폰은 결국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색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은, 문제가 커지자 휴대폰을 갖고 있던 재소자들이 이를 스스로 폐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소자 관리를 담당하는 교정부 고위 관계자는, 교도관들이 규정을 어기고 휴대폰과 같은 반입 금지품을 들여오려는 재소자나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려 노력하지만 갈수록 장비들이 소형화되고 첨단화되며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쉽지 않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교도소 주변과 감방을 상시 감시, 수색하는 것은 물론 재소자와 교도관들까지 포함한 면회객들, 그리고 업무 차 교도소를 드나드는 방문자들까지 감시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이용해 관찰하고 있으며, 때로는 휴대폰을 찾아낼 수 있는 전문 탐지견(cellphone detector dogs)까지 동원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휴대폰을 이용해 교도소 내에서 찍은 사진은 특히 해당 재소자들에게 피해를 당했던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을 안겨주며, 나아가 재소자 가족이나 파트너, 동료 등은 반입금지품을 요구하는 재소자들의 압력에 시달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정부는 반입금지품 관리를 비롯한 교도소 운영에서 재소자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설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교정업무가 이뤄지는 일선에서는 그의 말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게 실상이다.
▲ Auckland South Corrections Facility(ASCF)
금지품 반입에 교도관 관련 주장도 나와
한편 이번 사건을 전한 기사들 중에는 노동당의 교정부 담당인 켈빈 데이비스(Kelvin Davis) 의원이 휴대폰 밀반입에는 ‘교정부 직원(Corrections officers)’도 직접 관련돼 있다는 주장을 내놓아 이로 인한 파문도 일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스 의원은 일부 재소자들로부터 휴대폰을 교도관으로부터 건네 받았다는 말도 전해 들은바 있고 그중에는 건네준 교도관 이름 중 일부(first names)를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들이 사건을 얼버무리기 위해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일부는 진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략 일년 전부터 반입금지품 문제를 제기해왔다면서, 재소자를 면회하는 가족들은 매우 엄격한 수색 과정을 거치는데 어떻게 그리 쉽게 휴대폰이 반입되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데비이스 의원은, 교정부 직원 중 부패한 일부가 다른 성실한 동료들의 안전과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을 수 있으며 교정부가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16년에 한 재소자 가족이 담배를 밀반입하기 위해 교도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비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교정부나 세코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 탐색장비 (body orifice security scanner)
갈수록 적발 어려워지는 첨단 장비들
문제의 휴대폰은 일명 ‘beat the boss’라고 알려진 제품으로 여기서 말하는 ‘보스(boss)’는 ‘body orifice security scanner’라는 탐색장비를 말하는데, 이는 사진에서 보듯 의자처럼 생겼으며 인체의 구멍이 난 부분에 무엇을 숨겼는가를 확인하는 장비로 영국과 미국 등의 경찰이나 교도소에서 사용 중이다.
상품명 자체부터 ‘boss’를 무력화시킨다는 내용이 담긴 해당 휴대폰은 가로 세로가 각각 2.2X7cm이며 두께 1cm에 불과해 손가락보다 조금 더 크고 무게도 20g이 채 안 되는데, 블루투스 이어폰도 달렸고 99% 플라스틱 재질이라 금속 탐지에도 잘 적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7MP 정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제품이 인터넷 쇼핑몰인 이베이(Ebay)나 아마존(Amazon)에서 50 NZ달러 정도에 올라와 있는데, 실제 확인해본 결과 두 쇼핑몰에서는 현재 뉴질랜드 배송은 안 된다고 공지 중이다.
세계 최소형 제품이라는 선전 하에 팔리는 이 제품은 기능은 제한됐지만 크기가 원체 작아 신체 내부에 은밀히 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소자에게 전달하는 다른 영치 물품 안에다 숨기기도 쉽기 때문에 향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미 다른 나라의 교정 당국들도 같은 문제로 골치를 앓는 중인데, 지난 4월 한 영국 TV에는 이를 검색해내는 장비를 포함해 탐지견이 동원된 모습들이 방송됐으며 교도관들이 깡통이나 크림 통 안에 숨겨진 휴대폰을 찾아냈다는 증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무인 비행기인 드론을 가지고 교도소 내로 마약이나 휴대폰을 반입하려던 사건들이 다수 적발된 이후 교도소 상공에 대한 감시가 대폭 강화된 바도 있다.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범죄도 첨단화되는 반면 이를 감시하고 잡아내는 능력도 한층 발전했는데, 마찬가지로 감옥에서도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갇힌 자와 가둔 자가 계속 숨바꼭질하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또 다른 모순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남섬지국장 서 현